낙동강 철교 밑에 탱크가 쑤셔 박혀 있었다. 정해진 시간도 없이 북으로 달리는 무개화물열차에는 고향으로 돌아가는 피난민들이 콩나물시루처럼 타고 있었다.

철로 변 전깃줄에는 밑 둥이 잘려나간 전봇대가 전기 줄에 매달려 흔들리고 있었다. 그래도 화물열차는 천천히 북으로 달려 대전 역에 도착했다.

허허벌판에 띄엄띄엄 건물이 보인다. 상공회의소 시민회관 그리고 도청뿐 시야에 들어온 건물은 그것뿐이었다.

대전지구전투호국영웅비

수복직후 필자가 중학교 3학년 때의 기억이다.

새삼스레 60년도 넘은 지난날을 회상하는 이유는 최근 우연히 눈에 띈 한 조형물을 봤기 때문이다. 둔산동 대전시청 잔디밭 광장 보라매공원 한 옆에 자리한 조형물의 제목은 <대전지구전투 호국영웅비>였다. 가만히 들여다보니 사람이름이 빽빽이 새겨져있다. 6.25전쟁 대전지구전투에서 희생된 미군의 이름이 출신 주별로 나열돼있다. 무려 818명.

대전시내가 허허벌판이 되도록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는 동안 산화한 미국사람의 이름이다. 새삼 끔찍한 생각이 난 이유는 그동안 6,25를 잊어버리고 살았기 때문이 아닐까. 이어지는 생각은 국군은 또 얼마나 희생됐으며, 비록 인민군들이었지만 그들은 또 얼마나 희생됐을까? 6.25전 이곳은 공군비행장이었던 곳.

전쟁이 끝나자 이곳은 대전의 중심지로 변하고 고층빌딩들이 줄을 서고 있다. 허허벌판은 다시 활기가 넘치는 도시로 변했다.

그동안 우리는 6.25를 까맣게 잊어버리고 산 것은 아니었을까 ? 아직도 끝나지 않은 전쟁 ,지금도 대치하고 있는 휴전선, 하루가 멀다고 쏘아대는 미사일의 위협....... 단재 신채호 선생은 "역사를 잊은 민족은 미래가 없다"고 말했다. 그분의 136주년 탄신기념일이 한주 앞으로 다가오고 있다.

김세영 전 조선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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