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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신주의를 우상으로 섬기는 세상

지혜문학서(智慧文學書) 이야기(Ⅱ)

-물신주의를 우상으로 섬기는 세상-

오늘의 우리 사회는 도덕과 윤리를 존중하고 법과 질서를 지키는 사람보다 부정과 불의, 편법을 저지르며 돈을 벌고 권력을 쥐거나 권력에 기생하는 이가 더 잘 사는 세상이다.

이런 비정상적인 사회 흐름은 하느님을 두려워할 줄 모르고 이른 바 돈을 절대적 우위에 둔 물질만능주의와 배금주의, 황금만능주의라는 우상과, 나아가 개인주의와 이기주의, 특히 집단‧지역이기주의가 정치 경제 기업 사회 문화 교육 법조 종교 등 모든 영역에 걸쳐 만연돼 있기 때문이다.

헌재의 낙태죄 위헌 판결, 국회의 아전인수격 김영란 법 졸속 통과, 낙태 천국이라는 세계적 오명, OECD 국가 중 선두 다툼을 하고 있는 이혼율과 보행자 교통사고 사망률, 저출산율 등이 바로 도덕과 윤리, 법과 질서가 무너져 내리고 있음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표징이며 하느님을 두려워하지 않는 세상이 돼가고 있다는 뚜렷한 징표다.

-지혜는 하느님 체험, 십계명은 하느님 계시-

지금까지 구약성경의 지혜문학서, 특히 잠언(PROVERS)의 키 워드(KEY WORD)인 ‘하느님을 두려워하고 경외하라’는 지혜의 시원(始原)에 대해 살펴보았다.

요약하면 지혜는 ‘하느님을 두려워하고 경외함’에서 비롯되며 이스라엘 백성과 나라를 정의와 행복과 평화로 이끄는 길잡이로 제시된다. ‘왜 하느님을 두려워하고 경외해야 하는지?’-. 이는 40년에 걸친 출애굽 과정에서 야훼 하느님의 자비와 권능을 직접 보고 깨닫고 믿게 된 이스라엘 백성의 공동 체험에서 비롯된다.

여기에 모세를 통해 맺은 하느님과 이스라엘 백성과의 계약(십계명)이 유일신인 야훼 하느님을 섬기게 되는 이스라엘 민족의 계시 신앙이 뿌리 내린다.

구약성경은 이스라엘 민족이 야훼 하느님에 대한 섬김과 배반의 역사를 통해 나라와 백성의 융성과 평화, 쇠락과 혼란을 반복했음을 전하고 있다. 이런 하느님 체험 역사를 통해 형성된 것이 바로 잠언 등 이스라엘 민족의 지혜문학서다.

-지혜는 오늘도 ‘우리의 양심을 깨운다-

오늘의 세상을 가리켜 양심과 도덕과 윤리, 법과 질서가 무너져 내리고 상식마저 통하지 않는 세상으로 변해가고 있다고들 한다. 이는 오늘에만 국한된 현상은 아니다. 과거에도 그랬고, 미래 역시 이를 되풀이할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 모두 어제보다는 오늘이, 오늘보다는 내일이 더 좋아지고 나아지기를 희망한다. 잠언이 세상에 전하는 또 하나의 진정한 메시지는 바로 이 ‘희망’이다. 이 희망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먼저 ‘양심을 되찾고 하느님을 두려워하라’는 게 지혜의 외침이다.

잠언(箴言)을 통해 지혜는 외친다. ‘하느님을 두려워하라!!’고-. 혹자는 말한다. ‘보이지 않는 하느님을 두려워하라는 게 말이 되느냐!!’고-.

지혜는 다시 외친다. ‘그렇다면 하느님이 인간의 마음에 심어준 양심을 따르라!!’고-. 혹자는 말한다. ‘양심이 우리 오장육부 어디에 있느냐!!’고-. ‘설령 양심이 있다 해도 양심을 지키는 사람보다 양심을 지키지 않는 사람들이 더 잘 사는 것이 오늘의 세상인데…-. ‘눈을 크게 뜨고 찾아봐도 양심을 제대로 지키는 사람을 못 봤다’고-.

‘하늘 무서운 줄 알라’, ‘하늘이 무섭지 않느냐’. ‘인간 만사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네 스스로 안다’-. 잘못된 일상 행동거지에 대해 양심을 일깨우는 선조들의 가르침이다. ‘역천자(逆天者)는 망(亡)하고 순천자(順天者)는 흥(興)한다’는 동양의 고전 격언도 있다. ‘하늘을 거스르는 이는 망하고 하늘에 순응하는 이는 흥한다’는 말이다. 혹자는 말한다. ‘하늘을 무서워하지 않아도 벌 받는 일 없고, 하늘에 욕하는 사람조차도 멀쩡한데, 무슨 하느님 타령이고, 하늘 타령이냐’고-.

얼핏 듣기에 그럴싸한 궤변이다. 이런 궤변이 난무하고 통하는 사회일수록 세상은 어지럽다. 그래도 세상에 희망이 있고 살맛이 나는 것은 하늘을 두려워할 줄 알고 손해를 보더라도 내면의 소리(양심)에 귀 기울이고, 도덕과 윤리를 존중하고, 법과 질서를 지키는 이들이 보이지 않게 세상을 지탱하고 있기 때문이다.-

-잠언 안에 나타난 인간의 지혜-

한자어인 우리말의 지혜(智慧)의 사전적 의미는 두 가지다. 첫째는 ‘사물의 이치나 생황을 제대로 깨닫고 그것에 현명하게 대처할 방도를 생각해내는 정신의 능력’, 둘째는 불교 용어로 ‘미혹(迷惑)을 끊고 부처의 진정한 깨달음을 얻는 힘’이다.

각 나라마다 지혜를 뜻하는 말이 있다. 하지만 그 뉘앙스는 다르다. 지혜를 지칭하는 히브리어는 호크마(hokmah)다. 성경학자들은 잠언에 등장하는 지혜 즉, 호크마를 세 개 유형의 실재로 파악한다. 첫째 인간의 지혜, 둘째 인격화된 지혜, 셋째 신(神)적 지혜다.

‘인간의 지혜’는 하느님 안에 원천을 두고 있는 실천적 학문(1:2, 3:20, 4:1 등)을 통해 얻어진다. 윤리적으로 행위를 올바로 하고, 승화시켜 나가고, 올바로 형성시켜 나가는 데 필수 과정인 가르침(잠언)에 대한 세심한 준수(1:2, 8:5-9, 14:8 등)를 통해 분별과 숙고(16:20, 21:12), 선견(3:21, 6:14), 성숙(12:16, 13:16 등), 통찰력(1:4, 2:11, 3:21) 등의 열매를 맺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지혜에 이르는 길이라는 것이다. 성경학자들은 이 지혜는 하느님에 대한 경외함이나 지혜(1:29, 2:5)의 원칙으로 이끌려지도록 우리 모두를 초대한다고 말한다.

-잠언에 나타난 인격화된 지혜-

‘인격화된 지혜(의인화된 지혜)’는 개념론적인 지혜로서만이 아니라 살아 있는 모습을 취한다 해서 일컫는 지혜의 또 다른 표현의 유형이다. 이 인격화된 지혜는 대낮에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장소에, 소란스런 사거리에, 마을 입구에 서 있다(1:20-21). 이 인격화된 지혜를 달리 예언자로 칭할 수 있다. 하느님의 언어인 이 지혜(예언자)는 자신의 외침을 통해 관심을 끌고자 한다.

지혜는 먼저 죄인들, 곧 철부지들에게(1:22), 그리고 교만한 자들(3:24, 9:8, 15:12)과 지각없는 자들에게(1:22), 15:5, 17:28) 다가간다. 우정어린 힐책을 통해 때로는 충고와 훈계를 하고 , 때로는 경고(1:24-27)를 하며 잘못을 깨우쳐 바른 길로 가게 한다.

동서고금을 통해 인간을 바른 길로 인도하려는 선견자나 선지자, 예언자, 선각자, 현자는 있었다. 그러나 세상은 이들을 외면하고, 이들의 외침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때로는 이들을 죽이기까지 했다. 오늘의 세상도 이와 마찬가지다.

-잠언에 나타난 신(神)적 지혜-

잠언에 나타난 지혜의 세 번째 실재는 ‘신(神)적 지혜’다. 신적 지혜는 세 가지 모습을 취한다.

첫째, 지혜는 영원으로부터 그 존재를 부여한다. 잠언 8장 22-31절에 나타난 첫째 지혜의 실재다.

“하느님께서 만물을 지으시려던 한 처음에 모든 것에 앞서 나(지혜)를 지으셨다. /땅이 생기기 전, 그 옛날에 나는 이미 모습을 갖추었다. /깊은 바다가 생기기 전에, 샘에서 물이 솟기도 전에 이미 나는 태어났다. /멧부리가 아직 박히지 않고 언덕이 생겨나기 전에 나는 이미 태어났다. /평평한 땅과 땅의 흙을 만드시기도 전에 나는 이미 태어났다.”

둘째, 지혜는 그(지혜)를 낳은 하느님과 내적 통교를 이루며 창조사업에 참여한다. 잠언 8장 27-31절에 나타난 둘째 지혜의 실재다.

“하느님께서 하늘을 펼치시고 깊은 바다 둘레에 테를 두르실 때 내가 거기에 있었다. /구름을 높이 달아 매시고 땅 속에서 샘을 세차게 솟구치시며 /물이 바다를 넘치지 못하게 경계를 그으시고 땅의 터전을 잡으실 때, /나는 붙어 다니며 조수 노릇을 했다. 언제나 그의 앞에서 뛰놀며 날마다 기쁘게 해 드렸다. /나는 사람들과 같이 있는 것이 즐거워 그가 만드신 땅 위에서 뛰놀았다.”

셋째 지혜는 인간을 동행자로 삼아 자신의 교훈을 듣고 실행하거나 그렇지 않는 이에게 생과사의 선택을 제시한다. 잠언 8장 32-36절이 셋째 지혜의 실재다.

“그러니 이제 아들들아, 내 말을 들어라. 내가 일러 준 길을 따르면 복을 받으리라. /교훈을 가볍게 여기지 않고 그대로 따르면 지혜를 얻으리라. /날마다 내 집 문을 쳐다보고 내 집 문 앞에 지켜 서서 내 말을 듣는 사람은 복 받으리라. /나를 얻으면 생명을 얻고 하느님의 은총을 받는다. /나를 붙잡지 않는 자는 제 목숨을 해치게 되고 나를 싫어하는 자는 죽음을 택하는 자들이다.”

지금까지 구약성경 잠언에 나타난 세 유형의 지혜에 대해 살펴보았다. 메시아의 탄생과 함께 시작된 신약시대(新約時代)에 들어와서 지혜는 영원한 지혜인 하느님(하느님 말씀:logos)이 사람이 되어 오는 모습(肉化)으로 나타난다.

로고스(logos)는 ‘말한다’는 의미의 그리스어로, 여러 가지 뜻으로 사용된다. 그리스도교 신학에선 삼위일체의 제2위인 ‘예수’를 가리키며, 하느님의 말씀을 뜻한다.

하느님의 영원한 지혜인 말씀(로고스)이 사람이 되어 이 세상에 왔다는 기쁜 소식을 기록해 전한 복음사가(福音史家)가 바로 요한이다. 요한 복음서 첫장(1:1-18)의 기록이다.

“한 처음, 천지가 창조되기 전부터 말씀이 계셨다. 말씀은 하느님과 함께 계셨고 하느님과 똑같은 분이셨다.

/말씀은 한 처음 천지가 창조되기 전부터 하느님과 함께 계셨다.

/모든 것은 말씀을 통하여 생겨났고 이 말씀 없이 생겨난 것은 하나도 없다. 생겨난 모든 것이 /그에게서 생명을 얻었으며 그 생명은 사람들의 빛이었다.

/그 빛이 어둠 속에서 비치고 있다. 그러나 어둠이 빛을 이겨 본 적이 없다.

/하느님께서 보내신 사람이 있었는데 그의 이름은 요한이었다.

/그는 그 빛을 증언하러 왔다. 모든 사람으로 하여금 자기 증언을 듣고 믿게 하려고 온 것이다.

/그는 빛이 아니라 다만 그 빛을 증언하러 왔을 따름이다.

/말씀이 곧 참 빛이었다. 그 빛이 이 세상에 와서 모든 사람을 비추고 있었다.

/말씀이 세상에 계셨고 세상이 이 말씀을 통하여 생겨났는데도 세상은 그분을 알아보지 못하였다.

/그분이 자기 나라에 오셨지만 백성은 그분을 맞아 주지 않았다.

/그러나 그분을 맞아들이고 믿는 사람에게는 하느님의 자녀가 되는 특권을 주셨다.

/그들은 혈육으로나 육정으로나 사람의 욕망으로 난 것이 아니라 하느님에게서 난 것이다.

/말씀이 사람이 되셔서 우리와 함께 계셨는데 우리는 그분의 영광을 보았다. 그것은 외아들이 아버지에게서 받은 영광이었다. 그분에게는 은총과 진리가 충만하였다.

/요한은 그분을 증언하여 외치기를 ‘그분은 내 뒤에 오시지만 사실은 내가 나기 전부터 계셨기 때문에 나보다 앞서신 분이라고 말한 것은 바로 이분을 두고 한 말이다.’라고 하였다.

/우리는 그분에게서 넘치는 은총을 받고 또 받았다.

/모세에게서는 율법을 받았지만 예수 그리스도에게서는 은총과 진리를 받았다.

/일찍이 하느님을 본 사람은 없다. 그런데 아버지의 품안에 계신 외아들로서 하느님과 똑같으신 그분이 하느님을 알려주셨다.”

이용웅 전연합뉴스 충청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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