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문학서(智慧文學書) 이야기(34)

우리나라 가정교육을 살펴보자. 많은 부모들이 자나 깨나 ‘공부하라’, ‘공부하라’는 말을 입에 달고 자녀를 공부로 내몰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은 머리도 좋고 교육열 또한 가히 세계적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소수 민족인 이스라엘만큼 노벨상을 석권하지도, 세계적인 인물을 배출하지도 못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교육 방법론에 문제가 있어서가 아닌가 싶다. 인성교육이나 지혜교육보다 출세 지상주의의 지식 습득에 중점이 두어진 게 오늘 우리나라 가정교육의 현실이다. 많은 부모들이 이스라엘 부모처럼 자녀들로 하여금 스스로의 능력과 재능을 펼쳐 행복해지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부모가 바라고 목표하는, 이른 바 부모의 소망을 이뤄주는 성공한 자녀로만 만들려 하고 있다. 자녀를 부모의 대리만족 대상으로 만드는 이런 부모 중심의 가정교육에서 자녀들이 행복하기를 기대하기는 나무에서 물고기를 구하는 격(緣木求魚)이다. 이런 교육은 오히려 나만 잘 되고 살아남으면 그만이라는 개인주의와 이기주의 등 그릇된 가치관과, 돈과 권력을 최고로 여기는 금권 지향주의, 여기에서 낙오된 이들의 열등의식, 나아가 패배주의와 비관주의 등을 결과해 결국 창의정신과 개척정신이 빛을 발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나아가 우리 고유의 미풍양식인 더불어 사는 공동체 의식과 배려와 나눔 등의 온정문화까지 뒷전으로 밀어내고 있다.

인생의 열쇠인 지혜는 곧 정의

필자는 지지난 호(32)에서 지혜서를 개괄하고 지혜서 전체의 핵심은 ‘의인은 죽지 않는다.’(1:15), 즉 ‘정의는 불멸한다.’는 말로 요약했다. 특히 지혜서 저자는 ‘지혜를 정의의 하나’로 보고, 지혜가 가치 있는 인생의 인도자임을 천명했다. 이스라엘민족만큼 지혜를 소중히 여기는 민족은 드물다. 왜, 그들이 인간 중심이 아닌 하느님 중심의 지혜를 자녀 교육의 지침으로 삼았는지 지혜서 첫 주제 ‘정의의 보상’에서 그 의미를 찾아보자.
‘지상의 통치자들이여, 정의를 사랑하여라. 정직한 마음으로 주님을 생각하고 순진한 마음으로 주님을 찾아라.’
‘주님을 떠보지 않는 사람들이 주님을 찾게 되고 주님은 당신을 불신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나타내 보이신다.’
‘사악한 생각을 가진 자들은 하느님께로부터 멀어지고 전능하신 분을 시험하려는 어리석은 자들은 부끄러움을 당한다.’
‘지혜는 간악한 마음속에 들지 않으며 죄로 물든 몸 안에 머물지 않는다.’
‘지혜는 사람을 사랑하는 영(靈)이다. 그러나 신성을 모독하는 말을 하는 자는 용서하지 않는다. 하느님은 그의 뱃속을 꿰뚫어 보시고 그의 마음을 들여다보시며 그의 하는 말을 듣고 계신다.’
‘그래서 불의를 지껄이는 자는 반드시 탄로나게 마련이고 정의의 심판을 면할 수가 없다.’
‘주님은 간계를 꾸미는 악인을 심문하실 것이고 그가 지껄인 말은 반드시 주님의 귀에 들어갈 것이다. 그러면 주님은 그의 죄를 징벌하신다.’
‘주님의 귀는 예민하셔서 모든 것을 다 들으시므로 속삭이기만 해도 그 귀에 다 들린다.’
‘그러므로 쓸데없는 불평을 하지 말고 하느님께 욕된 말을 삼가라. 아무리 은밀하게 지껄이는 말이라도 책임을 면할 수 없고 거짓을 말하는 입은 영혼의 죽음을 가져온다.’
‘빗나간 생활을 함으로써 죽음을 초래하지 말고 그릇된 행위로 파멸을 초래하지 말라.’
‘하느님은 죽음을 만들지 않으셨고 산 자들의 멸망을 기뻐하시지 않는다.’
‘하느님은 모든 것을 살라고 만드셨으며 세상의 모든 피조물은 원래가 살게 마련이다. 그래서 피조물 속에는 멸망의 독소가 없고 지옥은 지상에서 아무런 힘도 쓰지 못한다. 덕스러운 자들은 지옥을 모르며 의인(義人)은 죽지 않는다(지혜서 1:1-15).’

의인은 죽지 않으며 정의는 불멸한다

지혜서 저자가 ‘의인은 죽지 않는다.’(1:15), ‘정의는 불멸한다’며 ‘지혜를 정의의 하나’로 본 것은 이스라엘 민족이 정의로운 하느님에 대한 신앙과 하느님께 거는 희망이 얼마나 큰지를 잘 드러내는 대목이다. 정의를 실천하는 지혜라야 참된 지혜임을 발견할 때 비로소 지혜는 절정에 이른다.
사실상 하느님의 지혜는 정의의 가장 정확한 표현이다. 왜냐하면 하느님의 계획은 모든 사람과 백성과 나라가 함께 사는 세계를 겨냥하고 있기 때문이다. 불의를 꾀하는 지식은 핵폭탄과 같은 인류와 만물을 파괴하는 죽음의 무기를 수없이 만들어 낼 따름이다. 정의를 실천하게 하는 지혜라야 하느님의 계획에 맞는 지혜로서 만민과 만백성으로 하여금 실제로 모든 것을 골고루 나누며 더불어 행복하게 살아가도록 할 수 있다.
인간의 끝없는 욕망에서 비롯된 작금의 테러와 폭력, 무력과 전쟁, 불의와 불평등의 위기 상황 속에서도 지혜(정의)

이용웅 전 연합통신 충청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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