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문학서(智慧文學書) 이야기(32)

구약성경의 마지막 책 지혜문학서

지혜문학서 가운데 지혜서(智慧書:THE BOOK OF WISDOM)는 연대순으로 구약성경의 마지막 책이다. BC 50년경 저술된 이 책의 저자는 미상이다. 성경학자들은 저자를 이집트 알렉산드리아 유다 공동체의 한 사람으로 보고 있다. 지혜서는 히브리의 시(詩) 형식을 빌려 그리스어로 쓰였다. 저자는 그러나 이 책을 이스라엘의 뛰어난 현자(賢者) 솔로몬 왕이 쓴 것으로 돌린다. 그래서 ‘솔로몬의 지혜’라고도 불린다.
지혜서를 올바로 평가하려면 이 책이 쓰인 상황과 맥락 안에서 이해해야 한다. 당시 알렉산드리아는 그리스의 중요한 정치 문화의 중심지였다. 그리스인과 유다인이 섞여 살았던 이 도시에 유다인은 20만 명가량 이었다. 그리스 문화, 철학, 관습, 종교예절, 이방인인 유다인에 대한 그리스인들의 배타(排他)와 적의(敵意), 노골적이고도 은밀한 박해가 유다 백성의 신앙과 문화를 끊임없이 위협하고 있었다. 많은 유다인은 사회 변두리로 밀려나지 않으려고 자기네 신앙과 관습까지 버리는 등 본모습을 잃고 우상숭배와 불의가 판치는 사회에 빌붙었다.
유다 백성의 신앙과 역사의식이 철저했던 저자는 당시의 상황을 슬기롭게 대처하기 위해 이 책 저술에 나선다. 따라서 이 책을 쓴 목적은 이스라엘 선조들의 역사와 종교 유산을 다시 기억하게 함으로써 꺼져가는 야훼 하느님에 대한 민족 신앙에 다시 불을 붙이고 희망을 살리려 함에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올바른 삶과 행복으로 이끌어 주는 참된 지혜를 펼친다. 사고와 사상으로 얻은 문화가 아니라 하느님으로부터 나오는 지혜를 다룬다. 그리고 우상숭배와 그로부터 나오는 불의한 삶에 반대한다. 이 신적(神的) 지혜가 하느님 백성의 역사를 인도했으며 어떤 어려움에도 하느님을 섬기는 사람이야말로 참된 행복을 누린다는 사실을 드러내 보인다. 부연하면, 저자는 참된 자아실현으로 이끄는 지혜는 인간 노력의 결과에 그치지 않고 일차적으로 하느님과 함께 하는 사람들에게 공으로 주는 선물임을 증명해 보인다.

지혜서 핵심은 ‘정의(正義)의 불멸’

지혜서 전체의 핵심은 ‘의인은 죽지 않는다.’(1:15), 즉 ‘정의는 불멸한다.’는 말로 요약할 수 있다. 사실 저자는 이 책에서 ‘지혜를 정의의 하나’로 보고, 지혜가 가치 있는 인생의 인도자임을 증명해 보인다(1:16-5:23). 나아가 지혜의 본질을 드러낸 다음(6:1-9:21), 이집트 종살이에서 해방된 이스라엘 민족의 출애굽 역사(BC 1250-1210년)를 깊이 묵상한다(10:1-19:21). 이스라엘 민족에게 출애굽 역사는 하느님의 정의를 발견하는 중대한 모멘트였기 때문이다. 저자는 하느님의 정의가 바로 하느님의 참된 지혜라는 점을 민족 공동체에 일깨워 주는 동시에 모는 지혜는 정의의 실천을 뜻하고, 진정으로 정의를 실천하면 반드시 해방을 낳게 됨을 강조한다.
저자는 자신의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당시 이스라엘 민족의 가장 통속적인 주제를 이용한다. 이들 주제는 ‘신적 지혜의 위대함과 가치(6:22-11:1)’, ‘영광스런 이집트 탈출사건(11:2-16, 12:23-27, 15:18-19:22)’, ‘우상숭배의 어리석음(13:1-15:7)’, ‘각 사람의 보상과 징벌, 곧 하느님의 정의 실현(1:1-6:21’ 등을 다루고 있다.
지혜서는 모두 19장으로 이뤄져 있다. 첫 10장은 예수의 가르침과 예수에 관한 여러 신학성경의 신학적 배경을 제공한다. 예컨대 ‘멸망’에 대한 주제에 대해 지혜서 1장 13절 ‘하느님은 죽음을 만드시지 않으셨고 산 자들의 멸망을 기뻐하시지 않는다.’는 구절은 베드로 2서 3장 9절 ‘어떤 이들은 주님께서 약속(최후의 심판, 예수의 재림)하신 것을 미루신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사실은 여러분을 위해서 참고 기다리시는 것입니다. 아무도 멸망하지 않고 모두 회개하게 되기를 바라시기 때문입니다.’는 구절과 맥을 같이 하고 있다. 이처럼 지혜서 상당 부문은 신약성경의 신학적 배경이 되고 있다.

‘인생의 열쇠인 지혜’ 등 지혜서의 다양한 주제

위에서 언급했듯 지혜서는 크게 세 주제로 구성돼 있다. 첫째 주제는 ‘의로움의 보상(1:1-6:21)’, 둘째 주제는 ‘솔로몬의 지혜(6:22-11:1)’, 셋째 주제는 ‘이집트 탈출 기간(40년) 중 하느님이 이스라엘 백성에게 베풀어준 섭리(11:2-16, 12:23-27, 15:18-19:22)’, ‘하느님의 너그러움(11:17-12:22), 어리석은 자와 우상숭배(13:1-15:17)’ 등으로 구성돼 있다.
또한 이 세 주제에는 모두 26개의 소주제가 있다. 첫째 주제(의로움의 보상)에는 ‘인생의 열쇠인 의로움’, ‘의로움과 불의’, ‘하느님의 감춰진 충고’ 등 다섯 개의 소주제가, 둘째 주제(솔로몬의 지혜)에는 ‘솔로몬이 말하는 지혜’, ‘솔로몬의 기도’, ‘지혜에 대한 찬미’, ‘지혜는 축복의 근원’, ‘지혜는 하느님의 선물’ 등 열 개의 소주제가, 셋째 주제(이집트 탈출 기간의 하느님 섭리 등)에는 ‘이집트에게는 멸망이 되고 이스라엘에게는 구원이 된 물(水)’, ‘하느님의 너그러움’, ‘자연숭배와 우상숭배’, ‘우상숭배의 기원’ 등 11개의 소주제가 각각 전개된다.
저자는 이들 소주제를 통해 지혜는 하느님으로부터 오며 이 지혜는 곧 정의임을 거듭 거듭 강조하며 증명해 보인다. 저자는 특히 지혜서의 전체 핵심인 ‘의인은 죽지 않는다.’, 즉 ‘정의는 불멸한다.’는 메시지를 통해 선악에 대한 개개인 및 공동체에 대한 하느님의 준엄한 심판과 인간의 생명은 죽음으로 끝나지 않는 영원한 존재(부활하는 존재)라는 지평을 연다. 이런 점이 바로 지혜서가 부활 신앙인 신약성경(新約聖經)의 신학적 배경이 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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