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문학서(智慧文學書) 이야기(31)

전도서의 마지막 결론

전도서 둘째 부문 ‘11:7-12:14’구절은 이 책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지혜의 글 모음이다. 이 글 모음은 ‘11:7-12:8’구절의 저자 코헬렛의 ‘젊음과 늙음에 관한 시(詩)’와 ‘12:9-14’구절의 코헬렛(설교자) 제자의 ‘덧붙임 글’로 구성돼 있다. 이 두 글 모음은 전도서의 마지막 결론이다.
코헬렛은 ‘젊음과 늙음에 관한 시’에서 청춘을 즐기되 생명의 주인인 하느님을 기억하고, 언젠가 하느님께 돌아간다는 사실을 잊지 말라고 충고한다.

젊은이들아, 청춘을 즐겨라!

‘햇빛은 고마운 것, 해를 쳐다보며 사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불행한 날이 많을 것을 명심하고 얼마를 살든지 하루하루를 즐겨라. 사람의 앞날은 헛될 뿐이다.’
‘그러니 청춘들아, 청춘을 즐겨라. 네 청춘이 가기 전에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즐겨라. 가고 싶은 데 가고, 보고 싶은 것을 보아라. 그러나 하느님께서 네가 하는 모든 일을 재판에 붙이시리라는 것만은 명심하여라.’
‘젊음도 검은 머리도 물거품 같은 것, 네 마음에서 걱정을 떨쳐버리고 네 몸에서 고통스러운 일을 흘려버려라.’
‘그러니 좋은 날이 다 지나고 “사는 재미가 하나도 없구나!” 하는 탄식소리가 입에서 새어나오기 전, 아직 젊었을 때에 너를 지으신 이를 기억하여라.’
‘해와 달과 별이 빛을 잃기 전, 비가 온 다음에 다시 구름이 몰려오기 전에 그를 기억하여라.’
‘그 날이 오면 두 팔은 다리가 후들거리는 수문장같이 되고, 두 다리는 허리가 굽은 군인같이 되고, 이(치아)는 맷돌 가는 여인처럼 빠지고, 눈은 일손을 멈추고 창 밖을 내다보는 여인들같이 흐려지리라.’
‘거리 쪽으로 난 문이 닫히듯 귀는 먹어 방아소리 멀어져 가고 새소리는 들리지 않고 모든 노래 소리도 들리지 않게 되리라.
‘그래서 언덕으로 오르는 일이 두려워지고 길에 나서는 일조차 겁이 나리라. 머리는 파뿌리가 되고 양기가 떨어져 보약도 소용없이 되리라. 그러다가 영원한 집으로 돌아가면 사람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애곡하리라.’
‘은사슬이 끊어지면 금그릇이 떨어져 부서진다. 두레박 끈이 끊어지면 물동이가 깨진다.’
‘그렇게 되면 티끌로 된 몸은 땅에서 왔으니 땅으로 돌아가고 숨은 하느님께 받은 것이니 하느님께로 돌아가리라.(전도서 11:7-12:8).’
코헬렛은 ‘젊음과 늙음에 관한 시’를 통해 화살처럼 빨리 지나가는 인생 앞에서 청춘이 가기 전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즐기고, 가고 싶은 데 가고, 보고 싶은 것을 보라고 권고한다. 그러나 ‘아직 젊었을 때에 너를 지으신 이를 기억하고’, ‘하느님께서 인간의 모든 일을 재판에 붙이시리라는 것만은 명심하라’고 한다. 더욱이 ‘죽음이 닥치기 전에 착실히 살라’고 강조한다. 저자는 나아가 ‘티끌로 된 몸은 땅에서 왔으니 땅으로 돌아가고 숨은 하느님께 받은 것이니 하느님께로 돌아가리라’는 깨달음을 통해 사후 세계와 부활의 지평을 연다.

설교자(코헬렛)에 대한 제자의 덧붙임

‘설교자(코헬렛)는 스스로 지혜를 깨친 사람일 뿐만 아니라 민중에게 인생의 길을 가르치고 또 가르치는 분이었다. 그분은 많은 금언들을 마음속으로 저울질 해보고 그 뜻을 더듬어 보고 엮어 주었다.’ 이렇게 시작되는 전도서 둘째 부문의 마지막 구절(11:7-12:14)은 이 책 저자 코헬렛의 제자가 덧붙인 글이다.
‘설교자는 사람을 참으로 기쁘게 해 줄 말을 찾아보았다. 그리고 참되게 사는 길을 가르쳐 주는 말을 찾으면 그것을 솔직하게 기록해 두었다.’
‘현자들의 말은 송곳 같은 것, 목자가 든든히 박은 말뚝 같은 것이라, 금언집은 만민의 목자이신 하느님이 주신 것이다.’
‘아들아 한 가지 더 일러 둘 말이 있다. 책을 쓰려면 한이 없는 것이니, 너무 책에 빠지면 몸에 해롭다.’
‘들을 만한 말을 다 들었을 테지만 하느님 두려운 줄 알아 그의 분부를 지키라는 말 한 마디만 결론으로 하고 싶다.’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심지어 남몰래 한 일까지도 사람이 한 모든 일을 하느님께서는 심판에 붙이신다는 사실을 명심하여라(전도서 12:9-14).’
전도서 저자 코헬렛의 제자는 이 덧붙인 글을 통해 스승은 어떤 분이었고, 스승이 세상에서 한 일이 무엇인지를 설명한다. 제자는 나아가 스승이 전하는 지혜(금언)는 누구로부터 받은 것인지도 밝힌다. 동시에 스승의 간곡한 당부, 즉 ‘하느님 두려운 줄 알아 그의 분부를 지키라’는 것과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심지어 남몰래 한 일까지도 사람이 한 모든 일을 하느님께서는 심판에 붙이신다는 사실을 명심하라’는 마지막 메시지를 전한다. 코헬렛의 제자는 이 메시지를 통해 모름지기 인간은 자기 한계를 인정하고 하느님께 자기 자신을 열어놓는 데 있음을 일깨운다.
지금까지 12장으로 이뤄진 지혜문학서 전도서에 대해 개관해 보았다. 저자 코헬렛은 이 책 첫째 부문 ‘인생 탐색’과 둘째 부문 ‘탐색 결과’를 통해 지상 나그네로 잠시 살다 가는 인생에게 이 세상에서의 진정한 행복은 무엇인지(?), 그 길을 제시한다. 코헬렛은 세상의 참된 행복은 재력과 권력과 명예, 지식과 쾌락과 사회신분 등에 있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을 경외하고 두려워하며 하루하루를 하느님의 섭리에 맡기고 ‘현재를 즐기되 올바르게 살라’고 한다. 코헬렛의 이 같은 깨달음은 이스라엘 백성이 야훼 하느님을 섬기는 종교적 영성의 진수를 보여 주는 것이다.
코헬렛이 전도서를 쓴 목적은 이 글(지혜문학서 이야기) 21회에서 언급했듯 BC 3세기경 그리스 제국의 식민지로 종교적 문화적 갈등과 무거운 징세 등의 고통으로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암울한 상황에서 백성들에게

이용웅 전 연합통신 충청취재본부장

목요언론인클럽  webmaster@mokyoclub.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