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문학서(智慧文學書) 이야기(25)

정의와 불의 대한 응보(應報)

지혜문학서 전도서의 첫째 부문(1:1∼6:9) 일곱째 주제는 ‘응보에 대한 문제(3:16-22)’다. 저자 코헬렛은 이 주제에 대한 탐구를 통해 얻은 깨달음을 이렇게 전한다.

‘공평무사하게 정의가 이루어져야 할 세상에 불의가 판치는 것을 나는 또 보았다.’
‘사람이 무슨 생각으로 무슨 일을 하든지 다 하느님께서 때를 정하시고 누가 옳고 누가 그른지를 심판하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이란 본디가 짐승과 조금도 다를 것이 없다는 것을 하느님께서 밝혀 보여주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의 운명은 짐승의 운명과 다를 것이 없어 사람도 짐승도 같은 숨을 쉬다가 같은 죽음을 당하는 것을! 이렇게 모든 것은 헛되기만 한데 사람이 짐승보다 나을 것이 무엇인가!’
‘다 같은 데로 가는 것을! 다 티끌에서 왔다가 티끌로 돌아가는 것을!’
‘사람의 숨은 위로 올라가고 짐승의 숨은 땅 속으로 내려간다고 누가 장담하랴!’
‘그러니 제 손으로 수고해 얻은 것을 즐기는 것밖에 좋은 일이 없다. 그것이 사람마다 누릴 몫이다. 죽은 다음에 어찌 될지를 알려줄 사람이 어디 있는가(전도서 3:16-22)!’

인간 등 모든 생명은 온갖 한계에 둘러싸여 있다. 특히 세상은 정의로운 사람과 불의한 사람이 섞여 사는 곳이다. 그럼에도 정의로운 자나 불의한 자나 다 같은 운명이다. 인간이 동물보다 더 나을 게 없다는 한탄이 절로 나온다. 참으로 허무한 인생이다.

저자 코헬렛은 그러나 ‘사람이 무슨 생각으로 무슨 일을 하든지 다 하느님께서 때를 정하시고 누가 옳고 누가 그른지를 심판하신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대목을 통해 하느님을 정의와 불의의 심판자로 내세운다. 저자는 그러면서 각 인생의 순간순간은 하느님의 손안에 있으며 각자의 잘 잘못을 심판하는 하느님 앞에, 나아가 ‘죽은 다음 어찌 될지 알려줄 사람이 없는 현실’ 앞에, 세상살이의 유일한 낙은 자기 노동의 열매를 기쁘게 누리는 일이라고 거듭 강조한다.

인간이 수고한 보람을 빼앗는 권력과 이기심

지혜문학서 전도서의 첫째 부문(1:1∼6:9) 여덟째 주제는 ‘헛된 수고(4:1-6)’다. 저자 코헬렛은 이 주제에서 사람이 제 손으로 수고해 얻은 것을 빼앗는 인간의 욕심과 이기심, 잘못된 사회제도와 사회상황 등을 아프게 고발한다.

‘하늘 아래서 억울한 일 당하는 사람들을 다시 살펴보았더니, 그 억울한 사람들이 눈물을 흘리는데 위로해 주는 사람도 없구나. 억압하는 자들이 권력을 휘두르는데 감싸주는 사람도 없더구나.’
‘그래서 나는 아직 목숨이 붙어 살아있는 사람보다 숨이 넘어가 이미 죽은 사람들이 복되다고 하고 싶어졌다.’
‘그보다도 아예 나지 않아서 하늘 아래 벌어지는 악한 일을 보지 못한 것이 더 좋다고 생각되었다.’
‘사람이면 누구나 경쟁심이 있어서 남보다 더 얻으려고 기를 쓰는 것을 나도 모르는 바 아니다. 그러나 이 또한 바람을 잡듯 헛된 일이었다.’
‘그렇다고 팔짱을 끼고 놀다가 말라죽는 것도 어리석은 일이다.’
‘바람을 잡으려고 두 손을 허우적거리느니 한 움큼으로 만족하는 것이 더 낫다(전도서 4:1-6).’

억압은 사회 속에서 일어나는 가장 끔찍하고 무서운 상황이다. 불의한 사회체제 아래에서는 모든 사람이 그 희생물이 된다. 그런 사회 속에서는 차라리 죽는 편이 더 나을 것 같고, 차라리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탄식이 절로 나온다. 욕심과 경쟁에 기초를 둔 사회체제는 불안정과 쓸데없는 수고만 낳을 뿐 이다. 경쟁이 협동과 나눔에 자리를 내주어 인간으로 하여금 평온하게 살아갈 수 있게 해줄 때 불안정한 사회가 사라진다는 게 저자의 깨달음이다.

외톨이 인생보다 동반자와 함께 하는 삶이 낫다

전도서 첫째 부문(1:1∼6:9) 아홉째 주제는 ‘동반자와 상속자(4:7-16)’에 관한 탐구다. 저자 코헬렛은 이 주제를 통해 일상에서 혼자보다는 둘이 낫다는 인간관계의 중요성과 절대 권력의 무상함 등을 예시한다.

‘나는 하늘 아래서 벌어지는 또 하나의 헛된 일을 살펴보았다.’
‘아들도 형제도 아무도 없이 외톨이로 사는 사람이 있다. 끝없이 일만 할뿐 재산을 모으고 또 모아도 만족할 줄 모르는 사람이 있다. 그런 사람은 “누구 좋은 일 시키려고 아무 즐거움도 모르고 이 고생을 했는가?” 하게 될 테니 이 또한 헛된 일이라, 보기에도 딱한 노릇이다.’
‘혼자서 애를 쓰는 것보다 둘이서 함께 하는 것이 낫다. 그들의 수고가 좋은 보상을 받겠기 때문이다.’
‘넘어지면 일으켜 줄 사람이 있어서 좋다. 외톨이는 넘어져도 일으켜 줄 사람이 없어 보기에도 딱하다.’
‘그뿐이랴! 혼자서는 몸을 녹일 길이 없지만 둘이 같이 자면 서로 몸을 녹일 수 있다.’
‘혼자서는 막지 못할 원수도 둘이서는 막을 수 있다. 삼겹으로 줄을 꼬면 쉽게 끊어지지 않는 법이다(전도서 4:7-12).’

이기심과 야욕은 사람으로 하여금 자기 자신만을 위해 살게 만든다. 그러나 인간다운 관계를 중시하는 사람은 더욱 가치 있게 살고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행복과 불행, 기쁨과 슬픔을 나눈다는 게 저자 코헬렛이 전하는 이 대목의 메시지다.

권력의 덧없음과 무상함

‘아무리 나이 많아도 남의 말을 받아들일 줄 모르는 왕은 어리석다. 그보다는 가난할지라도 슬기로운 젊은이가 낫다.’
‘거지로 태어났다가 왕위에 오를 사람도 있다. 그런 사람은 젊어서 감옥살이를 하다가도 나와서 왕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내가 보니 이렇게 왕위를 계승한 젊은이 주위에는 하늘 아래서 숨 쉬며 오가는 사람이 다 모이더라.’
‘그러나 한없이 많은 백성이 그를 떠받든들 무엇 하겠는가? 다른 세대에 가서는 아무도 그를 달갑게 여길 사람이 없을 것이다. 이 또한 바람을 잡듯 헛된 일이다(전도서 4“13-16).’

절대 권력은 백성과 멀리 떨어지고 결국 멸망의 길을 간다. 백성 가운데 영도자가 나와 권력을 잡아도 처음에는 사회를 새롭게 고치려 하다 결국 절대권을 행사하려 들면 과거와 똑같은 일을 되풀이하게 된다. ‘권불십년’

이용웅 전 연합통신 충청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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