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문학서(智慧文學書) 이야기(24)

‘인생에 대한 탐구’를 다룬 지혜문학서 전도서의 첫째 부문(1:1∼6:9)에는 모두 열두 개의 주제가 있다고 했다. 이들 주제 중 지금까지 ‘인간 만사 헛되다(1:1-11)’, ‘저자의 경험(1:12-18)’, ‘쾌락 추구에 대한 탐구(2:1-12)’, ‘지혜와 어리석음에 대한 탐구(2:13-17)’ 등 네 주제에 대해 천착해 보았다. 이번 회에는 다섯 번째 주제인 ‘수고의 열매에 대한 탐구(2:18-26)’에 대해 탐색해 보고자 한다.

애써 얻은 것을 물려줘야 하다니!!

전도서 저자 코헬렛은 이 주제(‘수고의 열매에 대한 탐구)에 대한 깨달음을 이렇게 전한다.
‘나는 하늘 아래서 애쓰며 수고하는 일이 모두 싫어졌다. 힘껏 애써 얻어 보아야 결국 다음 세대에 물려주어야 하는 것.’
‘그것을 물려받아 주무를 사람이 지혜로운 사람일지 어리석은 사람일지 아무도 알 수 없는 노릇, 그런데도 내가 하늘 아래서 지혜를 짜고 애를 써서 얻은 것을 물려주어야 하다니, 이 또한 헛된 일이다.’
‘나는 하늘 아래서 수고한 모든 일을 생각하고 싶지 않고 돌아보기도 싫어졌다.’
‘지혜와 지식을 짜내고 재간을 부려 수고해서 얻은 것을 아무 수고도 하지 않은 사람에게 남겨주어야 하다니, 이 또한 헛된 일이며 처음부터 잘못된 일이다.’
‘사람이 하늘 아래서 제 아무리 애를 태우며 수고해 본들 돌아올 것이 무엇이갰는가?’
‘날마다 낮에는 뼈아프게 일하고 밤에는 마음을 죄어 걱정해보지만 이 또한 헛된 일이다(전도서 2:18-23).’
사람들은 땀 흘려 일을 많이 하면 행복을 얻고 자신을 실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자기 자신이 다 누릴 수 없는 것을 무조건 많이만 모으려고 아등바등 한다. 결국 그가 모아 놓은 것은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은 다른 사람들 차지가 된다. 이것이 이 대목이 전하는 저자의 메시지다.

수고한 보람으로 먹고 마시고 즐겨라

‘수고한 보람으로 먹고 마시며 즐기는 일만큼 사람에게 좋은 일은 없다. 내가 보기에 물론 이것은 하느님께서 손수 내리시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가 무엇을 먹고 무엇을 즐길 수 있겠는가?’
‘하느님께서는 당신 눈에 드는 사람에게 지혜를 주신다. 알 것을 알아 즐거움을 누리게 해 주신다. 그러나 하느님 눈에 들지 못한 사람은 애써 모아 들여도 결국 하느님 눈에 드는 사람의 좋은 일이나 하게 된다. 그러니 이 또한 바람을 잡듯 헛된 일이다(전도서 2:24-26).’
이 대목은 전도서 전체의 열쇠가 되는 저자의 핵심 생각이다. 즉, 인간의 자기 실현과 행복은 땀 흘려 일 하는 데 있으며, 자기가 일해서 거둔 열매를 즐기고 누리는 데 있다. 인간이 스스로 땀 흘려 얻는 것 역시 하느님의 큰 선물이다.
인간은 인간다운 생활에 필요한 것을 채우기 위해 일을 한다. 그러나 만일 땀 흘려 일해 거둔 열매를 부당한 권력과 잘못된 제도 등으로 도둑질 당하면 인간은 좌절하고 불행해진다. 땀 흘린 수고(노동)의 열매를 가로채는 것은 하느님의 선물을 빼앗는 것과 같다. 여기에서 저자는 정의의 지평을 연다. 재산을 모아 쌓기 위해 어떤 모양으로든 다른 사람의 노동력을 착취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무엇이나 때가 있다

지혜문학서 전도서의 첫째 부문(1:1∼6:9) 여섯째 주제는 ‘무엇이나 때가 있다(3:1-15)’는 것이다.
저자 코헬렛은 이 주제의 탐구를 통해 얻은 깨달음을 이렇게 전한다.
‘무엇이나 다 정한 때가 있다. 하늘 아래서 벌어지는 무슨 일이나 다 때가 있다.’
‘날 때가 있으면 죽을 때가 있고 심을 때가 있으면 뽑을 때가 있다.’
‘죽일 때가 있으면 살릴 때가 있고 허물 때가 있으면 세울 때가 있다.’
‘울 때가 있으면 웃을 때가 있고 애곡할 때가 있으면 춤출 때가 있다.’
‘연장을 쓸 때가 있으면 써서 안 될 때가 있고 서로 껴안을 때가 있으면 그만둘 때가 있다.’
‘모아들일 때가 있으면 없앨 때가 있고 건사할 때가 있으면 버릴 때가 있다.’
‘찢을 때가 있으면 기울 때가 있고 입을 열 때가 있으면 입을 다물 때가 있다.’
‘사랑할 때가 있으면 미워할 때가 있고 싸움이 일어날 때가 있으면 평화를 누릴 때가 있다.’
‘그러니 사람이 애써 수고하는 일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그래서 하느님께서 사람에게 시키신 일을 생각해 보았더니, 하느님께서는 모든 것이 제 때에 알맞게 맞아 들어가도록 만드셨더라. 그러나 하느님께서 사람에게 역사의 수수께끼를 풀고 싶은 마음을 주셨다. 하지만 하느님께서 어떻게 일을 시작하여 어떻게 일을 끝내실지 아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는 것을 나는 알았다.’
‘결국 좋은 것은 살아있는 동안 잘 살며 즐기는 것밖에 없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사람은 모름지기 수고한 보람으로 먹고 마시고 즐겁게 지낼 일이다. 이것이 바로 하느님의 선물이다.’
‘하느님께서 하시는 일은 모두가 한결같으셔서 누가 보탤 수도 뺄 수도 없는 노릇이라, 사람은 하느님께서 하시는 일을 보고 다만 그의 앞에서 두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음을 나는 깨달았다.’
‘무슨 일이 일어나도 그 일은 전에 있던 일이요, 앞으로 있을 어떤 일도 전에 있었던 일이라, 하느님께서 하시는 일은 마냥 그 일의 되풀이에 지나지 않는다(전도서 3:1-15).’
저자 코헬렛은 이 주제를 통해 인간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인생을 제 마음대로 살려고 애쓰지만 인생은 결코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한다. 모든 일에 다 때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여기에서 저자는 하느님의 섭리를 자각하게 되며 이 섭리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은 인간을 비롯해 하늘 아래 아무 것도 없다고 천명한다. 저자는 그래서 인간은 현재의 순간을 하느님의 선물로 받아들이고 모든 일을 제때에 해내기 위한 식별력을 발휘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한다. 구체적인 삶 안에서 땀 흘려 수고한 보람으로 인생을 즐기

이용웅 전 연합통신 충청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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