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문학서(智慧文學書) 이야기(22) 

 열두 주제의 인생 탐사

‘인생에 대한 탐구’를 다룬 지혜문학서 전도서의 첫째 부문(1:1∼6:9)은 모두 열두 주제를 갖고 있다. 이들 주제는 ‘인간 만사 헛되다(1:1-11)’는 저자 코헬렛(설교자)의 한탄을 시작으로 ‘저자의 경험(1:12-18)’, ‘쾌락 추구에 대한 탐구(2:1-12)’, ‘지혜와 어리석음에 대한 탐구(2:13-17)’, ‘수고의 열매에 대한 탐구(2:18-26)’, ‘무엇이나 때가 있다(3:1-15)’, ‘응보에 대한 문제(3:16-22)’, ‘헛된 수고(4:1-6)’, ‘동반자와 후계자(4:7-16)’, ‘말 많음의 공허함(4:17-5:6)’, ‘재물의 얻음과 잃음(5:7-19)’, ‘가진 것조차 즐기지 못하는 인생(6:1-9)’ 등 누구나 생을 통해 수없이 체험하는 여러 원초적인 물음들, 그리고 이들 물음에 대한 저자의 탐구와 깨달음, 즉 인생의 허무와 덧없음과 무상함을 전하고 있다.

헛되고 헛되다, 인간 만사 헛되다

‘다윗의 아들로서 예루살렘의 왕이었던 코헬렛(설교자)의 말이다.
헛되고 헛되다. 설교자(코헬렛)는 말한다. 헛되고 헛되다. 세상만사 헛되다.
사람이 하늘 아래서 아무리 수고한들 무슨 보람이 있으랴!
한 세대가 가면 또 한 세대가 오지만 이 땅은 영원히 그대로이다.
떴다 지는 해는 다시 떴던 곳으로 숨가삐 가고,
남쪽으로 불어갔다 북쪽으로 돌아오는 바람은 돌고 돌아 제자리로 돌아온다.
모든 강이 바다로 흘러드는데 바다는 넘치는 일이 없구나. 강물은 떠났던 곳으로 돌아가서 다시 흘러내리는 것을.
세상만사 속절없이 무엇이랴 말할 수 없구나. 아무리 보아도 보고 싶은 대로 보는 수가 없고 아무리 들어도 듣고 싶은 대로 듣는 수가 없다.
지금 있는 것은 언젠가 있었던 것이요 지금 생긴 일은 언젠가 있었던 일이라. 하늘 아래 새 것은 있을 리 없다.
“보아라, 여기 새로운 것이 있구나!” 하더라도 믿지 말라. 그런 일은 우리가 나기 오래 전에 이미 있었던 일이다.
지나간 나날이 기억에서 사라지듯 오는 세월도 기억에서 사라지고 말 것을(전도서1:1-11)’.

전도서 저자 코헬렛은 ‘솔로몬’

‘헛되고 헛되다, 인간 만사 헛되다-.’ 전도서 저자 코헬렛이 전하는 첫 메시지다. 한탄조의 이 메시지는 전도서 전체와 맥을 같이하는 핵심 구절이다. ‘다윗의 아들로서 예루살렘의 왕이었던 코헬렛(설교자)의 말’로 시작된다는 점에서 성경학자들은 ‘코헬렛’을 ‘솔로몬 왕’으로 보고 있다.

‘평화’를 상징하는 이름을 가진 솔로몬은 아버지 다윗에 이어 이스라엘 왕국 제3대 왕으로 BC 971년부터 931년까지 40년 간 유다와 이스라엘을 다스렸다. 그는 20여 년에 걸쳐 수도 예루살렘에 이스라엘 민족의 신(神)인 야훼(하느님)의 성전(聖殿)을 비롯해 자신과 후궁들을 위한 궁전과 궁, 성(城) 등 장대한 도시를 건설했다. 이집트 왕 파라오와 결혼동맹을 맺고 그의 딸과 혼인한 솔로몬은 칠백 명의 후궁 외에 수청드는 여자가 삼백 명에 이르렀다.

그는 특히, 외국과의 통상을 통해 이스라엘의 전성기를 이룩함으로써 ‘솔로몬의 영화’라는 역사의 한 장을 장식했다. 지혜뿐 아니라 문학에도 뛰어나 삼천 가지의 잠언(箴言)과 천다섯 편의 노래 등 수많은 작품을 남겼으며 이 중 상당수가 ‘잠언’ 등 이스라엘 지혜문학서를 통해 전해오고 있다.

솔로몬은 이스라엘인 뿐 아니라 전 세계인들에게 매우 친숙한 이름이다. 아마도 영화 ‘솔로몬과 시바의 여왕’ 때문일 게다. 구약성경 열왕기를 바탕으로 1959년 킹 비더(미국)가 감독한 이 영화는 상영 시간이 139분에 이르는 대(大) 스펙타클 드라마다. 율 부리너와 지나 롤로브리지다가 각각 솔로몬과 시바 여왕으로 열연하고 있다. 1972년 11월 국내에 개봉된 이 영화는 십계(제작 1956년, 국내개봉 1973년), 벤허(제작 1959년, 국내개봉 1962년) 등과 함께 50년대 대표작으로 60-70년대를 풍미한 영상물이다.

솔로몬의 지혜를 찬탄한 시바의 여왕

구약성경 열왕기 상권(1:1-11:43)에는 솔로몬의 명성을 들은 시바의 여왕이 그의지혜를 시험하기 위해 각종 향료와 엄청나게 많은 금과 보석을 낙타에 싣고 수많은 시종과 함께 예루살렘을 방문하는 내용이 기록돼 있다. 솔로몬을 만난 여왕은 그의 지혜와 그가 지은 하느님의 성전, 거기에서 이뤄지는 각종 종교예식 등을 보고 찬탄한다.
“당신과 당신의 지혜에 대한 소문은 내가 이미 우리나라에서 듣고 있었읍니다만 과연 사실이군요. 이렇게 와서 내 눈으로 직접 보기 전까지는 그 이야기가 하나도 믿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내가 들은 이이야기가 이제 보니 사실의 절반도 못 되는 것이었습니다. 당신의 지혜와 번영은 내가 듣던 소문보다 훨씬 더 뛰어나십니다. 당신을 이스라엘의 왕좌에 앉히신 당신의 하느님 야훼께 찬미를 올립니다. 야훼께서는 이스라엘을 영원히 사랑하셔서 당신을 왕으로 삼아 법과 정의를 세우게 하셨습니다(열왕기 상권 10:6-9).”

하느님을 저버리고 타락한 솔로몬

하느님으로부터 지혜와 슬기를 받은 솔로몬은 지상 최고의 권력인 왕권과 온갖 부귀와 영화, 명성과 명예를 누린다. 그는 그러나 후궁들에게 빠져 마음이 흐려지면서 진실을 보지 못하게 된다. 더욱이 늙어서는 ‘법도와 계명을 지키겠다’는 하느님과의 굳은 약속을 저버리고 이방인 왕비들이 하자는 대로 그들이 섬기는 신들에게 분향하고 제물까지 드린다.

이스라엘 하느님 야훼는 일찍이 솔로몬에게 두 번이나 나타나 ‘다른 신을 따르지 말라’고 일렀으나 그는 야훼의 명령을 지키지 않았다. “너의 마음이 이러하고 내가 너와 계약을 맺으면서 일러 둔 법들을 지키지 않았으니 내가 반드시 이 나라를 너에게서 쪼개어 너의 신하에게 주리라(열왕기 상권(11:9-11).”

우상 숭배의 악습에 빠진 솔로몬은 결국 아들 대에 이르러 그의 왕국이 이스라엘과 유다로 갈라지는 분열을 낳는다. 솔로몬은 지혜가 충만한 왕이었다. 세상의 온갖 부귀와 영화, 명성과 명예도 함께 누렸다. 그런 그가

이용웅 전 연합통신 충청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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