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한대화 감독, 박찬호 일단 선발 낙점
체력적으로 오히려 계투가 더 어려워...한 두달 버티느냐가 관건

박찬호가 지난달 21일 시범경기 롯데전에 선발 등판, 3⅓이닝 동안 6피안타 4실점하고 내려오자 덕아웃에서 포수 신견현이 안스러운 눈빛으로 그를 맞이하고 있다. 사진=한화이글스 제공

한화 박찬호(39)가 천신만고 끝에 올 시즌을 선발투수로 시작한다.

한화이글스 한대화 감독은 1일 광주구장에서 열린 KIA와의 최종 시범경기를 앞서 "박찬호를 올 시즌 선발로테이션에 넣기로 했다"라고 밝혔다. 박찬호는 예상대로 류현진, 양 훈, 안승민, 브라이언 배스 등 4선발진에 이은 5선발로 기용될 것으로 보인다.

한화가 시범경기까지 정상 컨디션을 찾지 못하고 극심한 부진을 보였던 박찬호를 무리해가면서 개막 선발진에 합류시킨 데는 팀내 여러 사정으로 풀이된다.
박찬호는 지난달 1차례의 연습경기와 2차례의 시범경기 등 모두 세 경기에 선발로 나서 11이닝을 던져 16실점을 기록, 방어율 13.09의 초라하다 못해 당황스러운 기록표를 내놨다.

메이저리그 경험 높이사고 체력적 부담도 고려한 듯

하지만 한대화 감독은 박찬호의 시범경기 성적보다는 메이저리그 경험을 더 높이 샀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정규시즌에 제 몫을 해주리라는 기대와 혜안이 한 감독에게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또 하나는 매일 불펜에 대기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매일 던질수도 있는 중간계투는 박찬호에게는 체력적으로 무리라는 판단도 작용했음직 하다.

외적인 요인은 최근까지도 자타공인 선발자원으로 점쳐졌던 김혁민이 부상을 당했다는 것이다. 구단은 김혁민이 시범경기 중 손가락에 미세골절을 입었다고 이날 발표했다. 큰 부상은 아니지만 긴 이닝을 소화해야 하는 선발투수에게는 무리가 될 수 있을 정도의 부상이라는 게 구단의 설명이다.

한 감독은 여기에 김혁민은 선발보다는 '토종마무리' 재목이라며 손가락 부상과는 별개로 김혁민의 보직을 결정했음을 설명했다. 최근까지도 선발과 계투를 오가는 스윙맨으로 기용할 뜻을 내비쳤던 것과는 크게 다르다.

우려 속 일정대로라면 첫 청주 3연전 선발출장 가능 커

이러한 전력적 사정 외에도 그가 갖고 있는 상징성을 통한 초반 흥행몰이도 그의 보직결정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이를 놓고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익명을 요구한 모 구단 투수코치는 "박찬호가 한화의 기대대로 점차 적응해가면서 전반기를 마친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는 구단은 물론 박찬호, 그리고 팬들에게도 상처가 될 수 있다. 솔직히 선발은 좀 성급한 면이 없지 않아 보인다"고 평가했다.

한화는 오는 7일 롯데와의 개막 2연전을 마치고 두산을 임시 홈구장인 청주로 불러들여 주중 3연전(10-12일)을 치른다. 박찬호가 5선발일 경우 일정대로면 목요일인 12일 출전하게 된다. 물론 변수는 있다. 류현진과 박찬호의 흥행가치에 따라 홈 개막전 주인공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에이스 류현진을 청주 홈개막전에 내보낸다면 박찬호가 롯데와의 시즌 개막전에 나설 수도 있다.

이럴 경우 박찬호는 지난달 21일 롯데와의 시범경기에서 받은 수모(3.1이닝 6피안 4실점 강판)를 설욕할 수 있는 기회도 얻게 된다. 분명한 것은 청주전에 이어 이어지는 주말 3연전이 문학 SK전인 것을 감안하면 앞선 홈 3연전까지 다섯 경기 중 한 번은 박찬호가 분명 선발로 나온다는 것이다. 물론 이것 역시 갑작스런 부상이 없다는 조건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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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남희 기자  master@weeklydt.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