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노선의 호남고속철도가 다음 달 2일 개통하게 되면 대전은 꼼짝 없이 ‘교통의 오지’ 모양새가 된다. 경부선 아랫녘 사람들이나 호남선 승객들이 서울이나 수도권으로 올라갈 때나 귀향할 때, 이제는 대전을 스쳐가거나 비켜 갈 뿐이다. 영, 충, 호, 삼남의 관문이던 대전이 이 이제는 육지 속 ‘교통의 섬’이 되어가고 있는 느낌이다.

코레일은 서울 용산에서 출발해 광주·목포·여수·순천으로 가는 모든 KTX는 서대전역을 경유하지 않는다고 지난 주 밝혔다. 사실 상 새 호남선 KTX는 대전과는 아무 상관이 없게 된다는 뜻이다. 다만, KTX를 이용하고 있는 서대전·계룡·논산 지역민들을 위한 보완책으로 별도의 KTX가 운행된다. 용산에서 서대전역을 거쳐 익산역까지 가는 KTX는 하루 62회에서 고작 18회가 운영될 예정이다. 그저 명목상 서대전역 명맥을 유지하는 것이 아닌 가해서 씁쓸하다.

대전과 충남 공주, 엇갈리는 명암

ktx 공주역

호남선 KTX가 새 노선으로 운행되면 서대전역의 이용객은 하루 약 3,500명, 연간 약 130만 명이 감소할 것으로 추산 된다. 이는 기존 서대전역 연간 전체 이용객의 약 26%에 달한다. 승객이 줄어들면 상권의 위축은 불을 보듯 뻔하다. 다리 떨어져나간 게가 몸뚱이를 움직이지 못하고 눈 만 멀뚱거리는 꼴을 연상하는 게 결코 즐겁지 않다.

권선택 대전 시장은 호남선 새 고속철 개통에 앞서 광주 시장과 전남북 도지사를 만났다. KTX 개통으로 단절이 예상되는 대전 충청과 호남의 왕래를 지속하기 위한 행보였다. 권 시장은 그들에게 100여 년 간 계속돼 온 양 지역의 교류가 변함없이 이뤄지게 하자는 제안을 했다. 이미 백제 시대부터 양 지역은 한 영토였음을 내세웠다.

그러나 권 시장의 바람은 수포가 되고 말았다. 호남선 새 고속철은 100% 대전을 비켜가도록 결정됐기 때문이다. 대신 서울에서 서대전역을 거쳐 계룡, 논산을 거쳐 익산까지 가는 노선을 일부 유지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운행 계획은 대전의 고립과 외부와의 단절을 가속화 할 뿐이다.

반면 충남도와 공주시는 KTX 공주역 신설에 기대의 열기가 뜨겁다. 공주시는 2일 공주역 광장 일원에서 ‘KTX 공주역 개통 축하 시민행사’를 개최한다. 이 행사를 통해 공주시민의 오랜 염원이었던 공주의 철도시대 개막을 전국에 알리고 공주역이 충남 남부지역의 새로운 성장거점이 되기를 기원하게 된다.

충남도와 코레일은 백제문화권을 여행할 수 있는 4대 대표코스로 △공주코스 △부여코스 △공주·부여코스 △농촌체험 코스를 만들어 손님맞이 준비에 분주하다. 공주와 부여 지역에 산재한 관광 문화재를 둘러보고 즐길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일제 때 도청의 대전 이전으로 수부(首府)의 자리를 내준 아픔의 무게보다는 크지 않겠지만 ‘리턴즈, 공주’ 기쁨은 새로운 지역의 희망으로 자라고 있다. 새 노선의 개통으로 위기를 겪는 대전과는 명암이 교차한다.

‘교통의 요지’,  100여 년 간  발전 견인

1905년 경부선 개통과 1914년 호남선 개통 이후 100여 년 간 대전은 그야말로 눈부신 성장을 계속해 왔다. 영남과 호남, 충남 삼남의 관문으로 교통의 요충으로 각광을 받아 왔다. 그런 위상을 누리던 대전이 이제는 반대로 외지인들에게 외면을 받게 될 처지가 되고 만 것이다.

1932년에는 공주에 있던 도청소재지가 대전으로 옮겨졌고, 1931년에 대전 읍을 거쳐, 1948년 대전시로 개편됐다. 그 뒤 1970년에 경부고속도로가 뚫리고 1973년에 호남고속도로가 뚫리면서 대전은 우리나라 최대의 교통의 요지로 발돋움했다. 영호남, 아랫녘 사람들이 상대 지역으로 갈 때도 대전을 거쳐 왕래를 했다.

1984년에 유성ㆍ진잠ㆍ회덕 일부가 편입되었고, 1989년 1월 1일 행정구역 개편과 서해안 개발시대를 맞아 성장 거점 도시로서의 구실을 담당하기 위해 대전광역시로 개편되었다. 1995년 대전광역시로 승격되면서 정부 제2청사가 옮겨왔고, 급기야 행정복합도시가 대전에서 가까운 연기와 공주 일대에 터를 잡았다. 태평성대에 발전을 거듭해 온 대전은 현재 인구 150만을 자랑하는 대도시가 되었다.

그러나 성장만 거듭해 온 대전의 앞날은 과거처럼 순탄할 것이라는 예상을 하기는 어렵다. 이미 교통의 요충으로서의 대전은 과거사가 되어버렸다. 충남도청의 내포 이전과 세종특별시의 발족은 대전의 인구와 산업 등의 기반을 뺏어가고 있는 모습이다.

외부와의 단절 메꿀 대안을 마련하자

충남도청은 2012년 12월에 내포 신청사가 완공되면서 대전을 떠났다. 단지 도의 청사만 이전한 것이 아니라 도 산하 8개 시 8개 군과의 왕래도 모두 단절을 가져 온 것이다. 거기다 행정수도의 세종시 이전에 편승해 대전의 인구가 이동하는 현상까지 겹쳐 지난해부터는 인구 감소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외부와의 단절과 고립 상태에서 인구가 줄어 대전의 위세가 이젠 활력을 잃고 바람 빠진 축구공처럼 되는 것이 아닌가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대전은 대덕연구단지가 들어선 70년대부터 이미 대전의 이미지를 ‘교통도시’에서 ‘첨단과학도시’로 바꾸고 변화를 시도해 오고 있다. 그러나 전국의 각 지역마다 ‘과학 도시’를 내걸고 치열한 경쟁을 하는데다, 정치권 힘의 논리에 밀려 아직껏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대덕연구단지를 중심으로 첨단과학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컨벤션센터 건립 등을 통한 MICE 산업 육성이 대전이 나아갈 길이라고 목표를 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첫걸음을 떼지 못하는 현실을 보면서 우울한 생각마저 든다.

그런데도 지금 지역 정치권은 대전의 국회의원 정원 수 늘리는데 골몰하고 있다. 행정당국은 대전의 인구가 줄어가고 있는데도 도시철도 운행 기종을 놓고 ‘트램이냐, 고가냐’에 온통 신경을 쓰고 있다. 거기다 시장은 선거법 재판에 묶여, 초선 공직자로 의욕과 솜씨를 맘껏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한 술 더 떠, 선거꾼들이 벌써부터 다음 시장 보궐선거를 점치면서 설치는 꼴 이라니…

앞으로 대전이 어떤 궤적을 그리며 성장해 갈 수 있을까. 각광 속에 성장을 거듭해 온 지난 100년에 비교하면

이헌용 편집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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