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無知는 無罪, 無明은 有罪다[유인석 칼럼] 검찰의 권선택 시장 불법선거운동혐의 수사를 보면서

몰라서 모른다고 말하는 단순 무지(無知)는 정직하고 순진하다. 그러나 알면서도 모르는 척, 모르면서 아는 척하는 것은 음흉하고 교활한 무명(無明)이다. 이렇듯 무지와 무명의 차이는 진실과 위선을 넘나드는 무죄와 유죄의 차이다. 무명은 흔히 계략과 흉계로 선(善)과 악(惡), 득(得)과 실(失)을 조작한다. 때문에 불가에서는 무명을 가장 경계한다. 무명은 흔히 돈이나 권력, 명예 등의 한계적 가치 속에서 자생한다. 요즘 우리사회 곳곳에서도 무명현상이 넘쳐나고 있다. 특히 정치권에서 극심하다.

요즘 검찰이 벌이고 있는 권선택 대전 시장 불법선거운동혐의에 대한 수사도 무명현상과 무관치 않다. 검찰은 그동안 관련자들을 소환조사하고, 필요한 곳마다 압수수색까지 했다. 그러나 선거캠프에서 몸통으로 활동하던 2명은 수사초기부터 잠적했고, 붙잡힌 3명은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법원에서 가각됐다. 또 현재까지 구속된 3명은 당락(當落)과 무관한 단순 조력자들이다. 검찰의 목표대로 6.4지방선거 때 대전 시장 선거캠프 불법선거개입혐의 전모를 밝혀내기엔 부족하다.

검찰은 그동안 방증수사에 공들였다. 속칭 몸통인 회계책임자 김모(48)씨마저 뒷전에 묻어두었다 뒤늦게 소환조사 후, 하루 만에 전격 구속하려 했으나 실패했다. 법원은 영장실질심사과정에서 “도주 및 증거인멸 우려가 없고, 피의자변소(辯疏)내용에 비춰볼 때 방어권보장이 필요하다”는 이유를 들어 검찰이 신청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검찰의 수사목표가 선거비용불법사용에 대한 것이었다면 당연히 깃털보다는 몸통수사가 우선이었어야 한다. 결국 검찰과 법원의 판단에 엇박자현상까지 노출됐다.

그러나 검찰은 또다시 뒤늦게 서야 핵심 몸통으로 지목돼온 대전시 경제특별보좌관 김모 씨 사무실과, 그의 집 등에 대해 추가로 압수수색을 했다. 추가 압수수색을 당한 경제특보 김모 씨는, 권 시장이 재야시절 고문으로 일하던 ‘대전 미래경제포럼’ 대표이며, 권 시장의 오른팔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 6.4지방선거당시엔 권 시장 선거캠프를 총지휘 했다. 몸통 중에 몸통이지만 김씨는 선거캠프에서 일체 직함을 갖고 있지 않은 책사였다. 권선택 시장은 당선직후 김 씨를 대전광역시 경제특별보좌관으로 임명했다.

권 시장의 당선 유효, 무효를 가릴 수 있는 핵심은 선거캠프 회계책임자다. 검찰은 법원에서 기각된 회계책임자의 구속영장을 다시 청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로선 “할 일을 다 했다.”는 결론을 합리화하기 위한 수순일 수도 있다. 그러나 당락(當落)과 직결되는 회계책임자가 구속되도록 권 시장의 소속정당(새정치민주연합)에서 검찰의 수사 과정이나 법원의 판단을 멍하니 쳐다보고만 있었겠느냐는 여론도 제기된다. 검찰이 그동안 대전 시장 선거캠프 불법관련 수사를 하면서 전화홍보요원 70여명에게 수당명목으로 지급한 사실이 들어나 관계자 3명이 구속됐으나,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핵심들은 아니다.

권선택 대전 시장 선거 불법관련 수사는 유무죄를 불문하고 거의 종결에 이른 느낌이다. 최근 회계책임자 구속영장을 둘러싸고 법원과 검찰의 엇박자연출에 대해서도 시민들의 여론은 개운치 못하다. 검찰과 법원이 책임 떠넘기기 공방이었는지, 수사종결을 위한 검찰의 수순이었는지, 아니면 법원 측의 사정이었는지 구구하다. 여하튼 검찰수가가 종결되려면 도망간 2명을 속히 검거해야 한다. 요즘 수사기법으로 검찰이 이들을 검거하는 건 시간문제다. 이들이 스스로 잘못을 깨닫고 도망갔는지, 누군가의 사주에 의해 도망갔는지도 모른다.

중앙정부나

   
 
지방정부나 출범초기는 의례 것 선거후유증을 겪는다. 그러나 무명현상 때문에 생기는 후유증은 없어야 한다. 시민들이 속아서도 안 되고, 또 당사자들이 억울하게 당해서도 안 된다. 단순한 무지(無知)는 무죄(無罪)다. 그러나 알고도 모르는 척하는 무명(無明)은 유죄(有罪)다.

유인석 전 경향신문 중부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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