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0월 15일 국가인권위원회 대전인권사무소가 개소를 앞두고 있다. 노무현 정부 말기인 2006년부터 지역 인권사무소 설치운동을 벌인 대전지역 시민사회단체로서는 8년여 만에 그 결실을 맺게 된 것이다.

대전지역 37개 단체로 이루어진 대전인권사무소 추진위원회는 지역사회에 인권사무소 유치의 당위성을 알리고, 각종 토론회, 정치권과의 간담회 등을 통해 대전인권사무소 유치활동을 펼쳐왔다.

국가인권위원회는 김대중 정부의 공약사항으로 시민사회진영과의 오랜 논의 끝에 지난 2001년 출범한 거버넌스 형 국가 기관이다. 국가인권위원회를 만든 취지는 사회 전반에서 일어나고 있는 개인과 단체의 인권 보호를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많은 인권침해 사례들이 국가기관에 의한 것이었기 때문에 과연 인권위원회가 제대로 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출범 당시부터 의문이 많았다. 그 물음표는 이명박 정부 출범이후 취임한 현재의 현병철 위원장체제 아래에서는 거의 확신으로 바뀐 채 사회 곳곳에서 일어나는 인권사안에 대해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 시민사회가 꾸준히 지역 인권사무소 유치를 희망해 온 것은 인권과 관련한 지역민의 상담, 진정 업무와 교육 등에 있어 기존의 지역 인권사무소가 일정한 역할을 수행해 왔기 때문이다.

국가인권위원회 지역인권사무소는 2005년 부산과 광주사무소를 시작으로 2007년 대구사무소까지 그동안 세 곳의 지역에서 설치 운영되어 왔다. 부산인권사무소가 관할하는 부산, 경남, 울산지역의 인구는 약 팔백만 명을 넘고, 이번에 개소하는 대전사무소가 담당하는 충청지역은 오백 이십여 만 명이 넘는다.

하지만 이번에 개소하는 대전인권사무소에서 일하는 직원은 모두 일곱 명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불과 일곱 명이 대전 충청지역에서 일어나는 인권문제의 상담 및 진정서 접수, 긴급한 인권침해․차별행위에 대한 현장 기초조사, 교정시설의 면전진정(위원회 직원 앞에서 하는 진정), 다수인보호시설에 대한 조사, 인권교육, 홍보 등을 어떻게 원활하게 진행시켜 나갈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기존의 3개 권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지역인권사무소는 개소 당시 소장을 포함해 지역 시민사회 출신 인사가 네 명 이상 포함된 채 출발했지만 이번에 개소하는 대전인권사무소는 대전, 충청지역 인권현안과 상황을 잘 알고 있는 지역 인사를 한 명도 신규로 뽑지 않은 채 기존 국가인권위원회 직원들로만 구성한 채 개소를 한다고 한다.

진정건수만 살펴봐도 그동안 지역사무소가 없는 상태였는데도 불구하고 2010년부터 2012년까지 3년간 대전 · 충청지역의 진정건수는 1,432건에 이르렀기 때문에 향후 지역민의 인권상담과 진정은 대폭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는데 적은 규모의 대전인권사무소 인원으로 과연 이를 적절히 대응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지역 인사가 인권사무소에 포함되지 않았으면 개소 전에 지역 상황을 파악하려는 노력도 다른 사무소에 비해 좀 더 있었어야 했다. 하지만 대전인권사무소로 파견된 직원들은 이러 저러한 이유 때문에 불과 열흘 전에 지역사무실에 출근해서 개소식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은
그동안 지역 사무소 유치를 염원해 온 시민사회의 걱정을 한층 더 깊게 하고 있다.

정부와 독립적인 관계여야 할 국가인권위원회는 이명박 정부이후 취임한 인권 비전문가 현병철위원장 체제 이후 각종 민감한 인권사안에 대해 입을 닫았고 친정부적 성향으로 많은 인권활동가에게 원성을 받아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권과 관련한 시민사회 활동이 미비한 지역의 현실에서는 이번에 개소하는 대전인권사무소에 나름의 의미와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넓은 의미에서는 거의 모든 시민단체들이 인권과 연계되어 있기 때문에 지역인권사무소가 활동여하에 따라서는 인권을 매개로 한 시민사회의 허브역할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기존 3개 지역 사무소의 활동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지역 인권교육의 활성화는 당장 눈에 뛰게 확인 할 수 있는 지역인권사무소 유치의 파급 효과일 것이다. 이외에도 지역 내 검찰, 경찰, 군대와 같은 권력기관들에게 보다 가까워진 지역인권사무소는 경계효과를 가져와서 좀 더 인권친화적인 행정을 유도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와 같이 지역 인권단체의 역량이 미비한 상황에서는 인권사무소의 등장으로 자칫 주객이 전도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지역인권사무소에 너무 기대기보다는 상황에 맞는 적절한 거버넌스 관계여야 할 것이다.

지역인권사무소

이상재 대전충남인권연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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