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이른 아침마다 걷는 산책길에서 만난 콩 한 알이 준 가르침이다. 앞서가던 동행이 ‘이 콩 좀 봐!’라며 빨리 와서 보라는 손짓. 콩은 산책로 따라 죽 이어진 잔디밭에 단 한 뿌리로 서있었다. 콩은 누렇게 잘 익은 콩깍지를 주렁주렁 매달고 있었다. 콩깍지를 따던 동행이 새로운 사실을 알아낸 듯 한마디. ‘콩은 팥이네요!’.

팥 한 그루에는 ‘어쩜 이렇게 콩 깍지가 많이 달렸데?’라며 두 사람 마주 보며 믿기지 않는 다는 표정을 나누기도 했다. 너무 많이 달린 콩깍지 무게를 이기지 못하는 콩은 잔디밭에 팔자를 그리며 아예 누워있었다. 팥은 누가 일부러 심은 것은 아니고 우연히 떨어져 싹을 틔우고 성장해 결실의 가을을 맞은 것임은 한 그루가 증명하는 것이다.

콩 깍지를 서둘러 깠다. 깍지를 깔 때마다 얼굴을 내미는 붉은 팥을 신기한 듯이 쳐다보던 꼬마가 세어보았다. 팥 한그루에서 나온 팥은 420여 개. 몇 번씩 420여 개를 되풀이 하던 꼬마는 제 손가락 사이로 팥 알을 훑어 내렸다. 더욱 놀라운 것은 420 곱하기 420이라더니 한 알 한 그루에서 무려 17만6400 개의 팥이 나올 수 있다며 입을 벌렸다. 그럴 줄은 나도 미처...

다음 날 그 팥 한 그루가 서있던 양지 바른 그 자리에 가보았다. 자리 양쪽에는 장미와 라일락 한 그루씩이 가을

‘한 알의 밀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아니 하면 한 알 그대로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느니라’

박천규 전 대전MBC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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