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부터 이른 아침 해 뜰 무렵에 아내와 함께 걷는다. 매일 30분, 한 주일에 5일 정도 걸으면 건강에 좋다고들 사람마다 권하는 것이다. 걸어야지, 걸어야지 하면서도 걸을 수 있는 몸의 상태와 걷기 좋은 가을이 오기만을 기다려오던 터였다.

아침이면 제법 서늘한 기분마저 드는 가을이 열리며 걷기를 하자는 마음도 열렸다. 걷기를 처음 시작하던 날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 우리는 따끈한 커피를 한 잔씩 나누며 걷기를 시작하기로 오픈 컷! 걷기로 한 길은 아파트 단지 남쪽 1, 2, 3동 화단을 끼고 난 우레탄 갈색 산책로.

첫 날 06시 30분 걷기에 첫 발을 내디뎠다. 우릴 처음 맞은 것은 귀뚜리미를 비롯한 각종 가을풀벌레와 아침을 여는 여러 가을 새들이 함께 노래하는 가을 연주회 풀벌레와 새들이 공연하는 노래 소리가 그렇게 평화롭고 청아할 수가 없다. 다음에는 추석을 앞둔 가을이 오면 피기 시작한다는 꽃 무릇 꽃이 어느새 고개를 숙인 모습으로 맞아 주었다.

맞은편에서 밤새 산책로에 떨어진 낙엽을 쓸며 오던 경비 아저씨가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운동하러 나오셨군요. 날씨가 선선해서 이제 운동할 만하지요?’라며 주름진 얼굴에 웃음을 실어 주었다. 뒤이어 오던 두 할머니 중 한 분은 얼마나 걷느냐고 묻고는 두 바퀴 이상은 걷지 말라며 절대로 무리는 하지 말라고 손을 저으며 역시 주름진 미소.

산책로 옆 주~욱 수벽을 이루며 선 보라색 열매를 다닥다닥 단 좀 작살나무가 가을을 그려내고 있어 눈길을 끌었다. 걸음을 멈추고 익은 보라색 열매를 보려할 때 새떼들이 푸두둑 거리며 하늘로 날아올랐다. 좀 작살나무 익은 열매를 즐기는 새들이 아침 배를 채우고 있었던 모양이다. 좀 작살나무 맞은 편 화단에는 익어가는 가을을 먹어 샛노랗게 유자처럼 익은 열매를 단 명자나무 아래에 떨어진 열매가 나 좀 보라는 듯이 쳐다보았다. 어쩜 이렇게 열매 색깔이 아름다울 수가 있을까?

맞은 편 화단에서 발그레하게 익어가는 열매를 알알이 단 산수유가 나도 제대로 익으면 명자나무 못잖은 얼굴이라 하는 듯하여 미안한 마음에 한동안 눈을 맞추며 열매를 즐겼다. 이 때 머리 위에서 새떼들이 내려와 좀 작살나무에 앉아 보래 색 익은 열매로 아침을 함께 하며 사람들처럼 하루를 시작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바람이 일며 산책로 위에 산 벚나무 단풍이 낙엽 되어 떨어져 누렇게 가을 물 든 잔디에 수를 놓더니 바람 따라 산책로를 오가는 산책을 하며 운동?

산 벚나무 옆 모감주나무에는 커다란 봉숭아 집만큼 한 짙은 갈색 열매집들이 달려 바람을 타고 ‘나는 염주가 될 수도 있는 몸’이라며 제대로 익어가는 가을을 춤추고 있었다.

아침 걷기를 마치고 엘리베이터 앞에 서니 이른 아침 출근길의 같은 라인 한 주부가 ‘아침운동을 하고 들어오시는 길이냐?’고 반기며 ‘두 분을 위해 기도는 열심히 드리고 있다’며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며 올라갈 때까지 지켜보고

산책로 변에는 개화를 시작한 국화들이 노랗게 하얗게 피어 저마다 가을을 국화향기로 장식하고 이었다.

박천규 전 대전MBC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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