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묘(省 墓) 길에서

                                             윤 충 원

팔월 한가위 성묘 길
지금은
저 세상 가셨지만
고향산천 땅 한 평 흙 속에
묻혀 계신 나의 아버지
아버지의 음성을 듣는다

아이들과 함께 한 성묘 길
무심코 재잘거리는 아이들 속
아버지 따라왔던 내 어릴 적
성묘 길에서
한 백년 살아 계실 것 같았던
아버지의 근엄하신 음성을 듣는다

호랑이는 죽어 가죽을 남기듯
사람은 죽어서
좋은 이름을 남겨야 하느니라
너도 열심히 갈고 닦아
가문의 명예를 높혀라 그 음성 들으며
죄송한 마음으로 머리 숙인다

팔월 한가위 추석명절
아이들과 함께 한 성묘 길
먼 훗날 저 아이들이 커서도
오늘의 성묘 길
나의 마음 헤아려 줄는지
아이들 웃음소리 들으며
무심코 바라 본 하늘
하늘 멀리 구름 한 점 떠있다

(2001년 한가위 성묘 길에서)
*詩作노트 :

 윤충원 전 중도일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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