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냉면이 먹고 싶다. 우리나라 여름철 음식하며 시원한 냉면이 으뜸이고, 보양식으로는 삼계탕과 보신탕일 듯싶다. 우리나라 가락하면 아리랑과 판소리요, 또 우리나라 술 하면 아마도 막걸리라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냉면의 본 고장인 평양 옥류관 냉면이 서울 청진동과 낙원동 골목에 분점을 냈다는 소식을 접하다 보니 어쩐지 마음이 설레임마저 든다.

민족의 전통음식을 분단 민족이 공식(共食)함으로서 민족 공감대를 다지고 남‧북 교류 물건을 기대할 수 있게 되어 진정 다행스럽기 그지없다. 죽의 장막을 작은 탁구공이 뚫었듯이 냉면 발에 한 가닥 희망을 걸어 보는 것도 무리는 아닐 듯싶다.

냉면이 우리나라에 도입된 것은 고려 때 몽골로부터로 추정되고 있다. 원나라 문헌에 메밀을 갈아 부침개를 부쳐 먹고, 가늘게 국수를 빼 탕국에 말아먹기도 하는데 이를 하루(河漏)라 한다했다. 일본에 메밀국수를 전승해 준이가 고려의 선승(禪僧)임을 미루어, 절간 음식으로 내려 왔음을 알 수 있다.

한국, 중국, 일본은 같은 국수문화권이지만 국수를 빼는 방법에서는 각기 개성을 지니고 있다.
중국서는 면발 한 가닥에서 두 가닥, 두 가닥에서 네 가닥‧‧‧‧하는 방식으로 늘여 빼고 일본에선 누에고치에서 실을 빼듯 한 가닥을 늘여 빼는 납면법(拉麵法)이다. 우리나라는 면을 눌러서 빼는 착면법(搾麵法)이다. 메밀은 밀가루처럼 진기가 없어 늘여 뺄 수 없기에 찰면 문화가 발달했을 것이고, 그만큼 냉면문화가 토착화했었음을 미루어 알 수 있다.

냉면원료인 메밀은 잎이 파랗고, 꽃이 희며 줄기는 붉고 뿌리는 놀하고 열매는 검다하여 오방색을 고루 갖춘 오방지 영물(五方之靈物)이라 했다. 또 면발이 한 덩이에서 갈라져 나갔다하여 오합지명물(五合之靈物)이라고도 했다.

남쪽에서는 한 솥밥 먹는 사이라지만, 북쪽에서는 한 틀에서 뺀 국수발을 먹는 사이로 의미를 부여해왔다. 서북지방의 종가(宗家)들에는 가난해도 착면 틀을 상비하게 마련인데 그 한 틀에서 빠진 면발이 가문 화합의 구심이었음을 알 수 있다.

예부터 혼인

이동수<목요언론인클럽 상임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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