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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운 자살천국 코리아

헝가리 제치고 OECD 10년 연속 1위 올라
마포교, 세체니•금문교와 함께 자살명소 돼
노인자살급증, 자식 뒷바라지로 빈곤나락에
사회안전망구축으로 자살천국 오명 씻어야
삶은 신성한 것, 살아있음에 무조건 감사를

외환위기 때 유행하던 블랙유머가 있다. 딸 아들 각각 2명씩 4남매를 둔 50대 초반의 부부가 사업실패와 자식들의 실직으로 가정이 풍비박산됐다. 가족회의결과 집단자살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여섯 가족은 함께 높은 빌딩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가족 모두 아래로 뛰어 내렸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한 명도 죽지 않고 아버지와 자식 등 식구 6명이 모두 살아있었다. 그것도 별 상처 없이. 정말 희한한 일이었다. 알고 보니 다 까닭이 있었다.

아버지는 ‘기러기아빠’여서 훨훨 날아 사뿐히 바닥에 내려 무사히 살아날 수가 있었고, 어머니는 ‘바람난 주부’여서 바람을 타고 내려와 쉽게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큰 아들은 ‘제비족’이어서 역시 제비처럼 가볍게 내려섰고, 둘째아들은 ‘비행청소년’이어서 비행기처럼 지상에 착륙했다. 그다음 큰 딸은 ‘날라리’여서 새처럼 날아 땅바닥에 내렸다. 끝으로 막내딸은 ‘덜 떨어진 년’이어서 큰 나무에 걸려 떨어지다 마는 바람에 살 수 있었다.

누가 만든 우스갯소리겠지만 한때 유행한 적이 있다. 자살이 얼마나 성행하면 이런 블랙유머까지 나올까 생각하니 쓴 웃음이 나온다. 요즘도 우리나라는 한해 몇 건씩 가족 집단자살을 보게 된다. 아직도 우리뇌리에 생생한 가족 집단자살은 1960년 4,19직후 이기붕 전 국회의장가족의 집단자살이다. 이 전의장의 큰 아들 이강석이 아버지와 어머니 박마리아 여사, 그리고 동생 이강욱을 권총으로 쏘아 죽이고 자신도 목숨을 끊은 사건이다.

자유당 부정선거로 4,19가 터지자 현역군인 이강석이 이에 연루된 아버지와 가족을 차례로 죽인 뒤 자신도 목숨을 끊은 사건이다. 얼마 전 발표된 자살률통계(2012년)에서 한국은 10년 연속 34개 OECD 국가 중 1위를 차지했다. 인구 10만 명당 29.1명으로 OECD 평균자살률 13.1명보다 2배 이상 높은 수치다. 가장 낮은 터키 1.7명의 17배, 12.5명인 미국보다 2배 이상 높다. 세계 10대 경제대국에, 교육률 1위에 인터넷 최강국이면 뭣하나?

20C 말까지만 해도 자살대국은 단연 헝가리였다. 헝가리하면 떠오르는 게 ‘자살의 송가’, 또는 ‘자살의 찬가’라 일컬어지는 ‘글루미 선데이’란 노래다. 1935년 레죄 세레쉬가 작곡한 이 곡은 멜로디가 매우 슬퍼 이 노래를 듣고 수많은 사람이 자살했다. 1999년 독일의 영화감독 롤프 슈벨은 나치시대 헝가리를 배경으로 ‘글루미 선데이’를 만들었다. 한 여자를 사랑하는 세 남자의 비극적 파국을 리얼하게 그려 전 세계인의 심금을 울렸다.

화면 곳곳에 흐르는 레죄 세레쉬의 아름답고 비탄스러운 주제가와 주제선율이 관객을 사로잡았다. 1935년 헝가리에서 글루미선데이 레코드 발매 당시 이 노래를 듣고 두 달 만에 187명이 자살했다고 한다. 자살자 대부분은 부다페스트의 아름다운 세체니란치스 다리 위에서 도나우강물에 뛰어내려 목숨을 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작곡자 자신도 수많은 자살자를 냈다는 자책감으로 1964년 고층아파트에서 뛰어내려 자살했다고 한다.

그런데 세체니보다 자살로 더 유명한 다리가 있으니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다. 지난 1937년 건설된 후 금문교에서 자살한 사람은 지금까지 1600여명에 이른다. 1년에 20-30명꼴인데 지난해에도 46명이 자살했다. 전 세계에서 자살자가 몰려오는 ‘자살명소’가 됐다. 오죽하면 금문교의 별칭이 ‘자살다리’이겠는가. 얼마 전 샌프란시스코 시 당국은 770억 원을 들여 자살방지용 그물을 설치키로 했다니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우리나라에도 최근 ‘자살의 다리’로 각광받고 있는 마포대교가 있다. 금문교처럼 다리 밑의 거센 한강 물결이 떨어져 죽기에 안성맞춤(?)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지난해 뜻밖에도 자살자수가 크게 줄었다. 총 93명이 뛰어내려 그중 8명이 죽고, 85명이 구조됐다. 전년도의 15명보다 47%가 줄어든 것이다. 가드레일에 자살을 막는 여러 글귀들을 써 놓았고, 철저한 예방책으로 효과를 보았단다. 행인들이 걸음을 내디딜 때면 노란 전등이 켜진다.

거기에는 자살 시도자들을 위로하는 여러 글귀들이 나온다. 예컨대 ‘잘 지내지’ ‘오늘 하루 어땠어?’ ‘별일 없었어?’ ‘바람 참 좋다’ ‘힘든 일은 모두 지나가는 바람이어라’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떠오른다’ 등등이다. 또 여러 유형들의 고민, 금전, 애정 등의 문제를 위로하는 글들도 많다. 이 순간만큼은 자살시도자 자신이 주인공 같은 생각이 들 정도라고 한다. 금문교나 마포대교 모두 자살방지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한국은 자살이 10-30대 사망 원인의 1위, 40-50대 사망자의 2위를 차지한다. 65세 이상 노인 자살률 역시 세계 1위다. 자살원인은 크게 3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첫째, 우울감 등 정신질환이 37.0%로 가장 많고, 개인관계 스트레스가 31.2%로 그 다음을 차지한다. 셋째는 경제적 문제로 14.1%다. 문제는 노인자살이 갈수록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세계적 추세지만, 한국은 2011년 통계에서 노인 10만 명당 81.9명으로 최상위다.

미국(14.5명)의 5.6배, 일본(17.9명)의 4.7배에 이른다. 왜 갈수록 노인자살률이 높아지는 걸까? 노인자살은 미처 노년시대를 준비 못한 빈곤에 기인하는 경우가 많다. 자신의 노후를 감안하지 않고 자식들에 대한 과도한 교육비와 분수 넘치는 결혼비용 때문에 유발되고 있다. 또 지난 97년 외환위기 때 고용불안, 사회불안에 노출됐던 40-50대가 노인에 접어들면서 빈곤의 나락에 떨어지자 자식들에 폐를 끼치기 싫어 목숨을 끊는 경우가 많다.

프랑스의 사회학자 에밀 뒤르겜은 자살의 종류를 이기적 자살, 이타적 자살, 붕괴 적 자살 등 3가지로 구분했다. 이기적 자살은 집단과의 결속이 없어져 개인이 더 이상 구성원으로 견디지 못할 때 발생하고, 이타적 자살은 국가와 민족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자살이다. 또 붕괴 적 자살은 사회적 환경의 변화에 견디지 못해 발생하는 자살이라고 분류했다.

오늘날 우리나라의 자살은 이기적 자살이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것 같다. 이기적 자살은 특히 연예인과 청소년층에서 많이 발생한다. 입시지옥과 취업, 생존경쟁에서의 낙오, 자기중심의 삶이 아닌 남을 의식하는 삶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다. 진정한 자기중심의 삶이 요구되는 세상이다. 우리는 지난 40여 년 간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루었지만 삶의 만족도나 행복지수는 못살았을 때보다 오히려 더 떨어졌다. 다른 선진국과는 달리 명품소비, 차량소비형태, 주거소유형태에 대해 지나치게 탐욕적인 점이 문제가 된다.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사람들의 자살률이 오히려 더 높은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요즘 연예인들이 악성댓글에 쉽게 목숨을 끊고, 중고등학생들이 왕따를 이기지 못해 자살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심지어는 자살카페까지 등장하는 세상이다. 오래 살고 싶은 게 꿈인 현대사회에서 자살하는 사람이 많아지는 것은 아이러니다. 젊은이들의 자살은 유명연예인들의 자살에 따른 베르테르효과도 있다. 올바른 가치관의 정립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어떤 이유건 자살은 안 된다. 자살은 죄악인 것이다. 특히 청소년들은 아름다운 꿈과 아름다운 삶을 추구해야 한다. “삶은 신성한 것이고 신이 내린 최고의 선물”이므로 살아있음에 무조건 감사해야한다. 이웃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함께 사회안전망구축에 정부가 적극 나서 자살대국의 오명을 씻어야할 때다. 국민 모두 분수에 맞는 생활과 함께 지나친 욕심을 버리고 안빈낙도(安貧樂道), 지족상락(知足常樂)의 자세로 살아가야 할 것이다.

권오덕(전 대전일보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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