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어보지도 못하고 꽃잎은 진다. 꽃잎 업은 광풍이 휘몰아치고 토네이도의 그것처럼 맹렬히 돌고 돌아 나무와 집과 사람들을 집어 삼키고도 모자라 아우성은 여전하다. 그 꽃잎의 사연이야 피로 적신 붓으로 써놓고 만세에 호곡해야 마땅하고도 옳지만 산 중생들의 목구멍에 거미줄 칠 수야 없는 것 아닌가. 인간끼리의 미움, 증오는 하늘에 사무처 처연하고 무겁고 적적하여 이젠 ‘나 좀 살려 주세요.’라는 산자들의 아우성도 천지에 가득하다.

잊지 말자고 만들어 찬 노란 리본은 그리움과 엄숙함과 경외의 뜻으로 더욱 빛나지만 그 뒤안길에는 살려달라는 구원의 외침, 외롭다는 사람들의 고독한 손짓이 보인다. 거리마다 사람마다 건물마다 너희는 웃지도 말고 노래도 부르지 말고 사연 없이 히히덕꺼리지도 말라는 노란리본의 경고가 가득하다. 그것이 상장되어 중생을 억눌러서는 안 된다. ‘너무나 사랑하기에 그 사랑은 쉽사리 증오로 바뀌게 된다’는 잠언이 있듯이 지금 천지에 가득 찬 증오와 저주여, 이젠 물러나라 잠잠 하라 숨 좀 쉬자.

새민련이 세월호 사건을 보는 눈을 아주 독특하다. 국가에 재해가 일어나면 보통사람들은 국가 체제에 따라 원인을 분석하고 피해 복구를 하고 보상을 해준다. 재해 발생이 국가기관 관련자들의 사보타지나 부패에 의한 것이 밝혀지면 의법 처벌하면 된다. 새민련은 특별법을 선호한다. 특별법은 법의 효력이 특정인 특정사항 특정지역에 적요하는 것이다. 특별법에 따른 조사위원들에게 수사권 공소권을 줘야한다는 것이다. 국가 위에 특별법이 올라앉아 무소불위로 호령 한다는 얘기다.

세월 호 특별법이 새민련 주장대로 만들어진다면 어느 계층은 가만히 앉아서 금나와라 뚝딱, 은나와라 뚝딱식의 도깨비 방망이를 거머쥐게 된다. 사고를 저지른 유병언 일당 구원파에 대해서는 큰소리 한번 못 치던 새민련이 정부기관을 닦달하는 그 무서움을 국민들은 익히 보아왔다. 특별법이 시행되면 최고의 클라이맥스는 청화대 조사 일 것이다. 새민련은 재난이 일어난 날 과연 박대통령의 동선은 어떤가?를 파헤칠 수 있는 수사권 쥔 조사위가 절실한 것이다. 잘하면 대통령을 식물인간으로 만들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그래서 그들은 만사를 제쳐놓고 슬픈 유가족들과 유착, 거사를 도모하고 있는 게 아닐까?

처음에 유족들은 슬픔에 넋을 잃은 보통사람 들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알고 있다. 참척(慘慽)은 부모 살아생전 자식이 먼저 가는 것을 말한다. 참척을 당한데다 가장 혹독한 참척을 당한 부모심정을 어느 누가 짐작이나 할까? 위문 간 국무총리에게 망신을 주고 장관 이름 부르기를 이웃집 바둑이 부르듯 설쳐도 아무도 나무라지 않았다. 더군다나 세월 호 선장 등의 배임 직무유기행위 관련 기관들의 엄청난 비리 부조리 등 일탈행위는 유족뿐만 아니라 모든 국민을 분노에 떨게 했다.

유가족들은 입을 열기 시작했다. 그들은 ‘내용 없는 형식적인 기관보고는 받아드리기 힘들다. 특별법을 만들어 대한민국을 안전한 나라로 만들려고 한다. 정부는 무엇이 두려워 특별법을 두려워하는지 묻고 싶다.’고 한다. 현존 국가 체제를 모조리 불신하고 있는 것이다. 새민련의 의견과 똑같다. 유족들은 유족을 넘어 새민련과 동업하는 정치세력이 된 것 같다. 특별법 제정 촉구 시위도 점점 규모와 빈도가 잦아지고 행군시위도 한다.

새민련과 유족들이 진짜 바라는 특별법제정의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박대통령의 낙마다. 천안 함 사건도 사건전모가 전 세계에 명명백백하게 시원하게 공개되었으나 유독 우리나 야당과 종북 인사들만 그 사실을 믿지 않고 아직까지도 천안 함 사건의 진실은 무엇인가? 라고 묻고 있다. 책임질 사람은 오직 하나 국가의 수반인 박대통령이며 모든 진실이 명백하게 밝혀질 때까지 수사권을 쥔 특별조사위원회가 존속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들의 끈질기고 강력한 협상태도를 보면 공포감을 느낀다. 자신들의 요구상항만이 진리라는 것이다.

우리는 대한항공 괌 추락, 성수대교붕괴 대구 지하철화재, 서해 페리 호 침몰 삼풍백화점붕괴 등 대형 사고를 겪었다. 그것은 역사가 우리에게 가르쳐준 준엄한 꾸지람이다. 국가 대사를 대충대충 넘어가면 후손들이 얼마나 큰 댓 가를 치르는지를 보여주는 뼈아픈 죽비소리였다. 특별법 없이도 배울 건 배우고 개선될 것은 개선됐다. 우리는 그때마다 배울 것 배우고 개선할 것은 개선하고 버릴 것 버렸다. 역사는 그렇게 점진적으로 발전해 나가는 것이다.

정부의 잘못은 태산보다 높고 변명을 해봐야 믿어줄 국민도 없다. 그러나 정부를 공격하는 진영의 저주는 참아 눈뜨고 읽을 수도 볼 수도 없다. 반정부 신문 7월 22일자의 한 문장을 읽어보자. ‘많은 사람들은 세월 호 참사는 명백하게 국가 재난 구조시스템의 잘못으로 인한 집단학살이라고 주장한다. 집단학살이 법리상 맞는지는 잘 모르지만 나는 그런 주장에 동의한다.’

글 쓴 기자마저 긴가민가하면서도 정부를 학살자라고 감히 써댄다. 그렇다면 박 대통령은 히틀러, 스탈린과 동격의 사람이며 김일성과도 비교되는 악한인가. 그러면 이 시대에 숨을 쉬고 있는 사람들은 그런 학살자 밑에서 노예처럼 살아가는 짐승으로 표현해도 무방한가. 또 글쓴이는 정부와 심재철 의원을 싸잡아 욕하면서 ‘개자식들이라는 욕조차 아깝다는 생각을 한다.’고 비난한다.

심재철 의원은 며칠 전 ‘수학여행 갔다가 개인회사 잘못으로 희생된 사건을 특별법을 만들어 보상해 달라는 것은 이치에도 어긋난다. 6.25전쟁 참전용사도 (특별법없이) 힘겨운 여생을 말없이 살아간다. 또 사망자들을 국가 유공자들보다 몇 배나 더 좋은 대우를 해달라는 것은 이해 안 된다.’고 말했다. 또 ‘세월호 희생자는 국가보위를 위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원치 않은 장소에서 싸우다가 희생된 사람들이 아니다.’라고 말한 바 있다.

유족들의 움직임이 있을 때마다 댓글도 당연히 뒤 따른다. 어떤 이(dosopark)는 '지금 오직 유가족들만이 그들을 향한 국민의 시선이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지를 모르는 것 같다. 유가족과 함께 슬픔을 나누던 국민의 하나 된 마음을 기억한다면 이래서는 안 된다. 누군가 그들을 부추기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썼다. 또 어떤 이 (nayawels) ‘어지간히 해라. 자꾸 이런 식으로 하다간 돌팔매 맞는다.’고 썼다.

유병언의 종언은 비극이 아닌 희극으로 보인다. 숨어 있던 곳에서 10여 억 원의 원화 달러 뭉치가 발견됐다. 풀밭에서 무수한 벌레들이 달려들어 파먹고 난 백골이 유병언의 흔적이다. 정말 ‘백골이 진토 되어 넋이라도 있고 없고‧‧‧’라는 시조의 한 구절이 떠오른다. 돈에 환장한 한 사교집단의 교주와 한줌도 안 되는 부패관리가 저지른 사보타지, 그것이 유병언의 백골만 바라보고 한탄으로 끝내서는 안 된다. 세월호가 침몰 한 전말은 밝혀내야 한다. 하되 비정치적으로 실용주의적 사고방식에 따라 차분하게 해야 한다. 국회의원이란 사람들이 특별법 협상하면서 야당은 여당 쪽이 아닌 유족 측과 한편이 되어 단식투쟁 도보행진투쟁도 한다. 오로지 ‘박근혜 아웃’ 일념에서다.

김지하는

정상희<전 동아일보 제 2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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