攻•守•走 무기력, 지도력 부재로 만년 하위 눈앞
FA대어 영입, 구장현대화 등 거액투자효과 미미
전반기 막판 분전 3연승, 한 가닥 희망의 끈 잡아
넘치는 野手 정리하고 투수력 보강해야 강팀 돼
출범 2년만에 PS 진출 눈앞 NC, 넥센 본받아야

프로야구 한화이글스가 3년 연속 최하위(9위)를 향해 치닫고 있다. 전반기가 끝난 7월 16일 현재 77경기를 치러 28승1무승부48패(승률 3할6푼8리)를 기록 중이다. 만일 올해 9위를 하면 한화는 최근 6년 간 5번 꼴찌를 맛보게 된다. 지역 팬으로서는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는 수모다. 지난 1985년 창단한 이래 한화가 이렇게 오랜 기간 성적이 부진한 건 처음이다. 올해가 창단 30년째이고, 내년이면 페넌트레이스 참가 30시즌을 맞게 되니 더욱 씁쓸하다.

물론 아직도 반등 기회는 남아 있다. 8위의 SK가 한화에 불과 2게임 반차 앞서 8위를 달리고 있어 언제든지 따라 잡을 수가 있다. 전반기 끝 무렵 7연패 뒤에 넥센과 두산에 모처럼 위닝시리즈, SK와의 2연전을 모두 이겨 올 들어 처음으로 3연승을 기록, 팀 분위기가 조금은 좋아지고 있다. 아직 전경기의 40%인 51게임이 남아 있어 후반기에 분전한다면 탈꼴찌는 가능하다. 문제는 4강 진출인데 상승세의 LG와 롯데, 두산을 잡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최근 극도로 부진한 SK는 잡을 수 있어도 그 이상은 어렵다. 잘해야 탈꼴찌에 8위정도. 투수력이 너무 약해서 그렇다. 개막 전 한화는 잘하면 4강안에 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었다. 거액을 들여 국가대표 테이블 세터 정근우(70억)와 이용규(67억), 메이저리거 급 용병을 영입했다. 팀 내 FA도 몽땅 잡았다. 2군 훈련장을 서산에 건립했고, 한밭야구장의 대폭적인 시설개축으로 팬들에 편의를 제공했다. ‘투자 않는 구단’으로 악명 높던 이미지를 씻어냈다.

‘우승청부사’라는 김응용 감독이 취임 2년째를 맞아 이젠 뭔가 보여줄 것으로 기대했다. 물론 투자한 만큼 금방 성적이 오를 것을 바라는 것은 조급한 생각이다. 그러나 해줄 만큼 해줬는데도 올해 역시 성적이 하위권에 머문다면 뭔가 개혁 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지도력의 한계를 드러낸 코칭스태프의 개편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그 정점에는 김응용 감독이 있다. 그는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의 감독이었다. 전무후무할 10번의 우승이 이를 증명한다.

취임 첫해인 지난해는 그렇다 치고 올해는 뭔가 달라진 모습을 보여야하는데 팀은 백년하청이다. 전반 리드한 경기 중 역전 당한 게 77게임 중 30%인 24번이다. 선발투수가 6이닝 이상 던진 게 24회로 최하위다. 물론 방어율도 6.17로 최하위다. 약한 투수력을 감안해도 성급한 투수운용과 이해 못할 선수기용은 크나큰 실망이다. 이는 일정부분 감독의 책임이다. 동계훈련기간 약점을 보완하고 또 트레이드를 통한 전력보강으로 이를 해결했어야 했다.

우승청부사라면 약팀을 강팀으로 만드는 능력이 있어야하는데 김 감독의 팀 관리 능력은 한마디로 실망수준이다. 게임운영능력역시 기대를 저버리고 있다. 과거 그가 우승시킨 해태와 삼성은 워낙 뛰어난 선수들이 많아 웬만한 지도자라면 우승시킬 수 있었다는 얘기가 그래서 나온다. 두 팀의 연고지인 광주와 대구는 고교야구를 휩쓸던 야구도시여서 끊임없이 우수자원이 배출됐고, 김 감독은 운 좋게도 이 두 팀에서 10번이나 우승을 견인할 수 있었다.

이같이 좋은 여건에서 우승을 일구어낸 그가 10년 만에 감독으로 복귀한 한화는 그런 팀과는 사뭇 달랐다. 중량급선수가 크게 부족했고, 원활한 세대교체도 안됐다. 구단의 지원도 미약했다. 더욱이 그가 현역으로 뛰던 시절과는 달리 지금은 야구가 많이 진화해 옛날야구로는 팀을 끌고 갈 수 없을 정도가 됐다. 김 감독은 70세를 넘어 감각 등 모든 면에서 다른 팀의 젊은 지도자를 따르지 못하는 것 같다. 젊은 선수들과의 소통도 매끄럽지 못한 듯 보인다.

한화를 제외한 8개 구단 감독은 모두 프로에서 선수생활을 한 사람들이지만 김 감독은 아니다. 프로선수생활 않고도 지도자로 나서 우승을 일궈낸 사람이 있긴 하다. 불과 몇 해 전 SK를 우승시킨 김성근과 김인식 강병철 등이다. 이건 특수한 예이고 지금은 또 다르다. 프로야구는 나날이 진화하고 있다. 지난 월드컵을 보면 축구도 마찬가지 아니던가? 지난해 출범한 NC는 2013년 9개 팀 중 한화와 명문 기아를 제치고 7위를 차지, 팬들을 놀라게 했다.
올해는 전반기에 3위를 달려 포스트시즌진출이 유력하다. 출범 2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한다면 프로야구 최초가 될 것이다. 올스타전에도 베스트 텐에 4명(한화 1명 피에)이나 들어갔으니 대단하다.

또 하나 주목할 것은 LG의 급부상이다. 김기태 감독이 사퇴한 후 지난 6월 11일까지 꼴찌였던 팀이 양상문 감독 취임이후 한화와 SK를 제치고 7위에 올랐다. 롯데에서 명투수로 이름을 날렸던 양 감독은 9개 팀 감독 중 두뇌가 가장 명석하기로 유명하다. 46세의 넥센 염경엽 감독도 뛰어난 감독이다. 취임 첫해인 지난해까지 하위를 맴돌던 팀을 창단 후 처음으로 포스트시즌에 진출시켰다. 현재 페넌트레이스 2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스타출신이 아닌 무명의 그를 찾아낸 구단주의 혜안이 놀랍다. 지모가 뛰어난 염 감독의 별명은 염갈량. 무명선수를 발굴해 스타로 키우는 능력이 탁월해 홈런왕 박병호와 거포 유격수 강정호, 발 빠른 교타자 서건창, 지난해 세이브 왕 손승락 등을 모두 국가대표로 키워냈다.

왜 한화는 이런 인재를 못 뽑고 은퇴 후 놀고 있는 올드 보이를 받아들였나? 도대체 이해가 안 간다. 한화는 지난 2012년 8월 임기가 채 끝나기도 전에 성적부진을 이유로 한대화 감독을 잘랐다. 28게임을 남겨둔 8월28일이다. 바꾸더라도 시즌만료 후에 했어야 옳았다. 그리고 몇 달 후 10년 가까이 현장에서 물러나 있던 김응용 감독을 데려왔다. 한 감독보다 무려 20년이나 연상이다. 올드 보이를 좋아하는 박근혜 대통령의 인사스타일을 연상케 한다.

한 감독이 팀을 맡던 2009년 9월부터 첫 시즌을 맡은 2010년 초 한화는 최약체였다. 한화의 전설 송진우와 정민철이 은퇴하고 주축타자인 간판 김태균과 이범호는 일본에 진출했다. 이영우와 이도형도 은퇴를 앞뒀고, 현재의 주전 김태완 송광민은 입대했다. 그런데도 구단은 FA영입과 용병선수 등 제반지원에 소홀해 비난을 샀다. 취임 2년째인 2011년에는 팀을 6위로 올려놓았다. 그리고 3년째 다시 꼴찌로 떨어지자 계약만료 몇 개월을 앞두고 해임했다.

현재 한화의 가장 큰 취약점은 투수력. 용병농사에서 올해 또 다시 실패했다. NC가 지난해 출범부터 선풍을 일으킨 가장 큰 동력은 용병투수다. 신생팀이어서 3명의 용병투수를 받을 수 있는데, 세 투수 모두 뛰어나다. 전반기에 에릭 8승, 찰리 7승, 웨버 6승으로 용병투수가 21승을 합작했다. 반면 한화는 클레이는 3승(8패)을 올린 후 방출됐고, 대체용병 타투스코는 아직 1승도 못 건지고 있다. 앨버스가 4승으로 세 선수 합쳐 에릭 한 명만도 못하다.
용병투수 중 가장 뛰어난 선수는 넥센의 벤헤켄으로 벌써 13승으로 다승 1위다. 넥센이 전반기에 2위에 오른 것은 벤헤켄의 공이 크다.

그건 그렇고, 한화의 앞으로의 과제는 뭘까. 젊고 유능한 감독을 선임하는 일이다. 재창단수준의 리빌딩을 할 수 있는 감독이어야 한다. 새 감독이 선임되면 선수단을 대폭 수술해야 한다. 넘치는 야수를 내보내고 쓸 만한

권오덕(전 대전일보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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