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가슴을 다시 뛰게 할 잊혀진 질문’이란 차동엽 신부의 저서를 탐독하다 ‘지구의 종말이 오긴 오는 걸까?’란 마지막 장에 소개된 시 한편이 내 가슴을 뛰고 또 뛰게 했다. 바로 ‘내 인생의 가을이 오면’이란 제목의 윤동주 시인의 시다.

 차 신부는 이 시 소개에 앞서 실제 이 시는 원작 진위가 확인되지 않은 작품이라고 미리 일러두었다.

이 시는 20여 년 전 뇌병변장애인으로 알려진 김준엽씨가 쓴 ‘내 인생에 황혼이 들면’이란 작품이 ‘내 인생의(에) 가을이 오면’으로 이름이 바뀌어 인터넷상에 윤동주, 정용철, 성명미상 작가의 시로 둔갑해 떠돌고 있는 화제작이다. 아직 원작의 진위 여부가 가려지지 않은 상태다.

 아무튼 이 시가 많은 국민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는 윤동주 시인의 작품으로까지 둔갑될 정도라면 그만큼 작품성이 우수하고 뛰어나기 때문일 게다.

이 시 소개에 앞서 ‘내 가슴을 다시 뛰게 할 잊혀진 질문’의 차 신부 저서가 나오기까지의 배경부터 먼저 설명해야 할 것 같다.

 고(故)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은 세상을 떠나기 몇 달 전 자신이 평생 고뇌해온 ‘삶과 죽음’ 등 인생에 대한 불가해한 질문을 직접 작성해 국내 가톨릭 교계의 원로 사제인 정의채 몬시뇰(교황의 명예 전속 사제로 확정된 로마카톨릭교회의 성직자들의 경칭)에게 보내 답신을 구했다. 이 회장은 그러나 이 질문에 대한 답신을 받지 못하고 타계했다.

 질문 형식의 이 편지에 대한 답신을 준비해온 원로 사제는 이 회장의 타개 소식이 있은 뒤 이 편지를 묵혀뒀다가 ‘무지개 원리’ 저자로 국내외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며 베스트셀러 작가의 반열에 오른 후배 차동엽 신부에게 전해준다. 차 신부가 이병철 회장이 남기고 간 질문 형식의 이 편지에 대한 답신으로 지난 2012년 펴낸 저서가 바로 ‘내 가슴을 다시 뛰게 할 잊혀진 질문’이다.

 이병철 회장이 정의채 몬시룔에게 던진 질문들은 이렇다.

 ‘신(하느님)의 존재를 어떻게 증명할 수 있나? 신은 왜 자신의 존재를 똑똑히 드러내지 않는가?’

‘신은 우주만물의 창조주라 하는데 무엇으로 증명할 수 있는가?’

‘생물학자들은 인간도 오랜 진화 과정의 산물이라고 하는데 신의 인간창조와 어떻게 다른가? 인간이나 생물도 진화의 산물이 아닌가?’
‘언젠가 생명의 합성 무병장수의 시대도 가능할 것 같다. 이처럼 과학이 끝없이 발달하면 신의 존재는 부인되는 것이 아닌가?’

‘신이 인간을 사랑한다면 왜 고통과 불행과 죽음을 주었는가?’

‘신은 왜 악인을 만들었는가? 예:히틀러나 스탈린, 또는 갖가지 흉악범들.‘

‘종교란 무엇인가? 왜 인간에게 필요한가?’

‘영혼이란 무엇인가?‘

‘인간이 죽은 후에 죽지 않고 천국이나 지옥에 간다는 것을 어떻게 믿을 수 있는가?’

‘신앙이 없이도 부귀를 누리고 악인 중에도 부귀와 안락을 누리는 사람이 많은데 신의 교훈은 무엇인가?‘

‘우리나라는 두 집 건너 교회가 있고, 신자도 많은데 사회범죄와 시련이 왜 그리 많은가?’....

‘지구의 종말은 언제 오는가?’“ 등등 모두 24개 항이다.

 이병철 회장의 질문은 바로 나, 너, 그리고 우리 모두의 스스로에게 평생 고뇌하며 던지는 실존적 원초적 물음이다.

실상 인간은 이 세상에 고고의 성을 울리면서부터 어머니의 젖꼭지를 물어야 하고, 부모의 보살핌 없이는 결코 생존할 수 없는 나약한 존재다. 인간은 뭇 생명 앞에 만물의 영장이라고 뻐기지만 정작 수명은 낙락장송만도 못하고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조차 모르고 생노병사의 섭리 앞에 서야하는 운명체다.

 불가에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란 말이 있다.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간다는 뜻이다.

바이블에도 ‘우리는 아무 것도 세상에 가지고 온 것이 없으며 아무것도 가지고 갈 수 없다’는 성구(聖句)가 있다. 디모테오 서간(書簡) 저자(디모테오1, 6.7)의 말이다.

특히 구약성경의 지혜서 5권(잠언 욥기 집회서 전도서 지혜서)과 시편과 아가편 등에는 인생의 덧없음과 이 덧없는 인생을 기쁘고 즐겁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지혜와 슬기를 얻는 방법을 도처에서 만날 수 있다.

그렇다면 지혜는 과연 어디서 오는 걸까? 지혜서 작가들은 지혜를 얻는 첫 출발은 하느님을 경외하고 두려워하는 것이라고 가르친다. 그리고 하느님이 인간을 사랑하는 것처럼 인간도 하느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자신의 몸처럼 사랑하라는 것이다. 지혜서 등은 이것이 덧없는 인생을 기쁘고 즐겁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원천으로 제시하고 있다.

차동엽 신부는 ‘내 인생의 가을이오면’의 이 시야 말로 ‘하나같이 내 생각이며, 내 부끄러움이며, 내 결심“이라는 깨달음을 고백하고 있다.

 ‘내 인생의 가을이오면’의 시 전문이다.

 “내 인생의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물어볼 몇 가지가 있습니다.

내 인생의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사람들을 사랑하였는지 물어볼 것입니다.

그때 나는 가벼운 마음으로 대답하기 위해 지금 많은 이들을 사랑하겠습니다.

 내 인생의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열심히 살았느냐고 물을 것입니다.

그때 나에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도록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살아야겠습니다.

 내 인생의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지 않았느냐고 물을 것입니다.

그때 대답하기 위해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는 말과 행동은 하지 말아야겠습니다.

 내 인생의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삶이 아름다웠느냐고 물을 것입니다.

나는 그때 기쁘게 대답하기 위해 내 삶의 날들을 기쁨으로 아름답게 가꾸어 나가겠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부끄럼 없이 살았느냐고 물을 것입니다.

그때 반갑게 말할 수 있도록 지금 좋은 가족의 일원이 되도록 가족을 사랑하고 효도하겠습니다.

 내 인생의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물을 것입니다. 이웃과 사회와 국가를 위해 무엇을 하였느냐고 물을 것입니다.

나는 그때 힘주어 대답하기 위해 지금 이웃에 관심을 가지며 좋은 사회인으로 살아야겠습니다.

 내 인생의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물을 것입니다.

어떤 열매를 맺었느냐고 물을 것입니다.

내 마음 밭에 좋은 생각과 씨를 뿌려 좋은 말과 좋은 행동의 열매를 부지런히 키워야겠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요즘 세상 돌아가는 꼴을 빗대 ‘정상(正常은 간 데 없고 비정상(非正常이 판치는 세상이라고들 한다. 세상 어느 구석 제대로 돌아가는 게 없다는 얘기다.

사람 생명보다 돈과 재물이 먼저인 물질만능 및 황금만능주의 팽배,
이웃에 대한 배려는 외면한 채 나만 잘 되고 잘 살면 되는 개인 및 이기주의 팽배,

나라의 잘못된 정책으로 날로 심화 되고 있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

지덕노체의 전인교육이 ‘지’만을 숭상하는 입시 경쟁 위주로 변질된 교육정책, 그리고 이를 조장하는 사회구조,

국민을 섬기기 위해 위임 받은 공권력을 개인과 집단의 이익 도구로 삼고 있는 이른 바 관(官)피아, 해(海)피아, 법(法)피아, 정(政)피아, 경(警)피아, 검(檢)피아, 군(軍)피아, 금(金)피아,

문어발식 사세 확장으로 중소기업과 자영업자 등의 생존을 위협하는 재벌들의 파렴치와 정경유착,

황당한 교리를 내세워 신도들의 고혈을 빨아 개인 치부 수단으로 삼고 있는 사이비 종교집단과 이들의 정경관(政經官) 유착 등 이런 것들로 인해 나라 구석구석이 비리와 부정과 부패가 끊임없이 되풀이 되고 있는 게 오늘의 현실이다.

그렇다면 ‘내 인생의 가을이 오면’의 이 시가 오늘의 우리에게 전하는 진정한 메시지는 뭘까?

그건 바로 ‘이웃을 사랑하는 삶’,

‘자신에게 주어진 하루하루에 최선을 다하는 삶‘,

’말과 행동으로 이웃에게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해 늘 자신을 비우고 내려놓는 삶‘, ’나날을 기쁘고 아름답게 사는 삶‘,

’내 가족을 사랑하고 부모에게 효도하는 삶‘,

‘이웃과 사회와 국가를 위해 봉사하는 삶’,

‘일상에서

 헌데 이 시의 거울 앞에 투영된 나와 너, 그리고 우리는 과연 어떤 모습인가?

이용웅(前연합뉴스 충청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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