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를 찾은 어느 무구(無垢)한 중생이 참선중인 스님에게 물었다. “여자도, 술집도 없고, 물정도 인정도 단절된 곳에서 무슨 재미로 홀로 사십니까.” 스님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은 채 탈속(脫俗)한 미소만 흘렸다. 이백(李白)의 산중문답(山中問答)에 나오는 ‘소이부답 심자한(笑而不答 心自閑)’의 뜻일 것이다. 폭소도, 조소도 아닌 스님의 탈속한 미소 속엔 오로지 부처를 향한 심오한 사명이 함축되어 있었던 것이다. 정치인들 무엇이 다를까.

 6.4지방선거가 끝나기 바쁘게 7.30보궐선거 바람이 거세다. 지난번 지방선거에선 여당도 야당도 모두 패배하고 전교조만 승리했다. 지방자치무대에서 춤판은 중앙정치가 벌였고, 횡재대박은 전교조가 거머쥔 셈이다. 무능한 여당은 박근혜 대통령에게만 매달렸고, 정책 없는 야당은 세월호 참사에 매달려 지방자치선거를 중앙정치 싸움판으로 몰고 갔다. 광역단체장 후보에서부터 기초단체장 후보들까지 지방자치를 하겠다고 나섰던 각급후보들 모두가 세월호 참사 갈등만 부각시켰다. 때문에 현실정치에 혐오를 느낀 표심들은 누군지도 알 수 없는 교육감후보들에게만 몰표를 던진 결과 횡재는 모두 진보성향 교육감들 몫이었다.

 ‘세월 호’ 참사는 국가적 재난사건이다. 국가적 사건을 지방자치선거 이슈로 등장시킨 것은 중앙정치가 지방자치선거를 자기들의 조직계선 속에 종속시키려는 의도였다. 6.4지방선거결과는 중앙정치 계략에 부화뇌동한 유권자들의 실패작이다. ‘지방자치선거’는 진정한 지방자치 일꾼을 뽑는 선거다. 군중심리를 충동질하는 중앙정치에 휘말려 우왕좌왕하다보니, 결국은 전교조출신 교육감후보들만 대박을 터뜨리는 역풍을 맞았다. 전국17개지역중 13개 지역에서 진보성향의 교육감들이 당선됐으며, 그중 8명은 전과자가 포함된 전교조출신들이다. 용공교육의 피해는 막상 누구들 몫인가. 학생, 학부모, 또 나라의 미래다.

 며칠 뒤면 또 국회의원 재, 보궐선거가 닥친다. 이제는 표심들이 이성을 찾아야 한다. 이번 보궐선거는 국회의원을 뽑는 중앙정치다. 미래 국가의 동력인 청소년교육이 위기를 맞고, 반대와 부정만 일삼는 정쟁 때문에 나라가 위기를 맞고 있는 시기다. 이번 재, 보궐선거만이래도 정당을 초월해 양심과 능력, 그리고 진실한 사명감을 갖춘 후보를 선택해야 한다. 무엇 때문에 막대한 혈세를 낭비하면서 보궐선거를 치러야하는지부터 깨달아야 한다. 실정법을 위반한 범죄행위자들 때문이다.

 재, 보궐선거에 따른 국민혈세 낭비가 얼마인가. 특정 개인의 욕심과 영달을 위해 국민들은 등터지게 세금만 물어내야 하는가. 단체장은 단체장으로서, 국회의원은 국회의원으로써 선거 때 표심들과 약속을 지키지 안했기 때문에 발생하는 낭비다. 판단과 선택은 오로지 표심들만의 몫이다. 그동안의 행적으로 보아 양심과 능력을 선택해야 한다. 이번 국회의원 재, 보궐선거에 임하는 유권자들의 표심이 바로서야 한다. 이젠 유권자들이 반성하고 깨달아야 한다. 어깃장 부리며 반대를 위한 반대정치는 이제 지양돼야 한다.

 더구나 내란음모집단이나 비호 선동하는 좌파정치는 이제 거부해야 한다. 심지어는 저주와 욕설, 저질의 막말까지 동원하며 국민적 혐오감을 자초했던 게 일부정당의 행태였다. 그뿐인가. 국가의 정체성까지 부정해온 게 좌파정치집단의 실체다. 민심은 천심이다. 천심을 거역하는 정치에 현혹되면 안 된다. 또 2년 뒤면 총선, 3년 뒤면 대선도 있다. 야당이 미운 게 아니라, 국민 혈세 파먹는 이적좌파를 비호해주는 행태가 밉다. 세속과 단절된 깊은 산중불가에 홀로앉아 참선 정진하는 스님의 미소를 바보취급하면 오산이다.

 지금의 야당도 한때 여당 권력을 누려보았고, 또 지금의 여당도 한때는 야당의 소외감을 체험했다. 연일 이전투구 하는 여당, 야당의 당리당략정쟁만 지켜봐야하는 국민들은 등터지도록 혈세물기에

유인석<전 경향신문 중부본부장>

유인석 칼럼  webmaster@mokyoclub.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