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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려와 양보의 향기 ‘당신 먼저!’

며칠 전 이른 아침이다. 직장 출근, 등교가 거의 다 끝나갈 09시경이다. 아파트 엘리베이터 앞에서 같은 라인 맨 끝 층에 올라간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니 잠시 후 내려온 엘리베이터가 서며 문이 열렸다. 안에서는 끝 층에 사는 50대 중반 주부가 얼굴에 미소를 띠며 안녕하세요? 라고 반기는 인사.

가벼운 등산복 차림을 한 주부에게 계룡산에 등산을 가려나 보다며 물었다. 고개를 저은 주부는 강원도 춘천 쪽 즐겨 다니는 산에 간다고 했다. 엘리베이터가 지하 1층에 닿았다. 주부에게 먼저 내리라고 했더니 먼저 내리라며 엘리베이터 문을 열고 문 쪽을 가리키는 손짓. 먼 곳 산행을 하니 먼저 내리라고 했으나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고는 우리가 엘리베이터 문을 나올 때까지는 물론 지하 주차장으로 연결되는 현관문을 열고 서서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 주부는 뛰듯이 달려가 차에 시동을 걸고 출발. 주부가 오가는 산행길이 부디 안전하고 즐거운 하루가 되길 빌었다.

우리가 나올 때까지 엘리베이터 문을 열어 주고 지하주차장으로 연결되는 현관문도 열어주고 내릴 때까지 연 문을 잡아주던 주부가 남겨놓은 따뜻한 손길은 미국 유학중인 그녀의 아들의 손길을 떠올리게 했다. 아들은 몇 년 전 미국으로 고등학교에 유학을 갔다. 어느 핸가 여름방학 때 집에 다니러 왔다는 아들을 엘리베이터에서 만났었다. 아들은 타고 내리는 엘리베이터 문을 열어 우리가 안전하게 타고 내리기를 기다린 다음 맨 마지막에 타고 내렸었다. 방학동안 엘리베이터에서 만날 때면 언제나 같았다. 아들을 칭찬하는 인사에 부모는 오히려 잘 봐주어 미소 띤 목례.

며칠 전 받아 보게 된 ‘당신 먼저’(After you!‘)라는 에세이는 마치 내가 겪었던 주부의 ’당신 먼저‘와 그 아들의 ’After you!‘를 다룬 듯해 몇 번이나 읽으며 읽을 떼마다 새로운 맛과 향을 느꼈다. 에세이 필자는 미국에서 공부하고 있는 아들이 방학 때 잠시 들러 보여준 전에 없던 생소한 행동을 보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는 것이다. 충격이란 가족이 아파트를 나서는데 현관문을 열어주고 기다렸다가 맨 뒤에 나오는 것이다. 가족이라 그런가 보다 여겨 한두 번으로 끝나나 싶었는데 어디를 가든 다른 사람을 우선 배려하고 양보하는 모습이 퍽 인상적이었다는 아버지.

아들이 다녀간 이후 출입문을 열고 닫을 때나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릴 때 아들이 보여준 ‘당신 먼저’를 실천하려 애 쓴다는 아버지. ‘당신 먼저’를 실천하니 상대방을 배려해서 즐겁고 자신의 작은 배려에 상대방이 고마워하는 마음이 느껴져 뿌듯함을 덤으로 얻고 산다는 것이다.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에서는 남을 배려하고 양보하는 ‘당신 먼저’의 현장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고 한다. 학교 내 식당에서 빵이나 수프를 그릇에 담을 때, 기숙사 문을 열고 드나들 때, 강의실 자리를 잡을 때, 매점 계산대 앞에서 줄을 설 때, 엘리베이터를 탈 때와 같은 일상에서 ‘내가 먼저’보다 ‘당신 먼저’가 생활화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는 어렸을 때부터 타인에 대한 배려와 양보를 중요시 하는 학습이 내면화 된 결과라는 것이다.

   
 

결국 좋은 사회는 내가 먼저가 아니라 ‘당신 먼저’라는 의식이 보편화된 사회라 한다.

베푸는 삶은 ‘내가 먼저’가 아니라 ‘당신 먼저’라는 배려와 양보의 가치관에서 싹이 튼다고 하던가?

박천규<전 대전MBC 상무>
 

박천규 칼럼  webmaster@mokyoclu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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