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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병장은 고문관일까

1950~60년대 군대생활을 해본 사람들은 좋았던 그 시절을 회고하며 더도 덜도 말고 쌍 팔년만 같았으면 군대생활 할만하다고 말한다. 휴전이 되어 군 기강이 많이 풀렸고 사회도 아노미 상태여서 시장에는 군복 군화 소총 탱크까지 거래됐고 부대에서 유출된 군량미도 넘쳐났다. 눈에 쌍심지를 켜고 단속하는 사람도 없다. 그 참혹한 전쟁을 치르면서 모진 목숨 잘도 살아남았네.’ 하며 서로가 끌어않고 살던 때였다. 살아남았다는 성취감속에 서로가 공범자가 되어 웬만한 패륜이 아니면 나눠먹고 덮어주던 때였다. 그 시대의 메타포어는 단연 쌍 팔년이었다. 

그 쌍 팔년을 전후하여 육군에서는 고문관(顧問官)이란 왕따 사병이 있었다. 원래 의미는 6.25 직전 미군이 애치슨라인 설정으로 철수하면서 한국에 남겨놓은 군사고문관(KMAG)의 요원들을 그렇게 불렀다. 국내 사정은 쥐뿔도 모르면서 쌩 뚱 맞게 이것저것 참견하였다. 그 후 육군에서는 굼뜨고 어리 숙한 사병을 고문관이라 네이밍하여 놀려댔다. 지청구도하고 사적인 심부름도 시키기도 했으나 대체로 살 부드럽게 대하지 않아 고문관들을 슬프게 했다. 

고문관은 왕 따 의 뜻 에서 시작하여 516 이후에는 사병들을 웃기는 에피소드의 소재가 되어 막사 분위기를 부드럽게 해주는 치유제가 된다. 그들은 대체로 막사 안에서 다투지 않고 자신의 과업은 빈틈없이 수행하며 사역명령에는 군소리 없이 앞장선다. 그 시절에는 무학자도 징집했다. 사회에서조차 적응이 어려웠던, 이른바 무지렁이 들이다. 입대해서야 한글을 해득한다. 그런 그들이 험하고 사나운 군대사회에 데뷔한 것이다.  

그들은 대부분 일선부대 소총수로 배치된다. 빽 없고 돈 없는 농촌 출신 장병들은 거의 예외 없이 소총수다. 상명하복의 군인정신을 배우고 동료와의 전우애로 길들여진다. 그들은 조직사회에 순응하는 요령을 배운다. ‘엎드려 뻣쳐하여 빠따로 엉덩이가 터질 정도로 얻어터지기도 했고 엄동설한 눈밭에서 벌거벗고 기기도 했다. 그것을 견뎠다. 거기서 견뎌야 사회에 나가 보릿고개를 넘길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왕따 무지렁이는 제대했다. 농촌 출신들은 새마을 운동의 핵심능력이 되었고 도시 건달들은 조선, 제철회사에서 산소 용접을 했다. 더러는 지남 호라는 원양어선을 타고 고기 잡으러 떠났다. 이 나라 경제가 초석을 다질 때 군대에서 그 미련했던 고문관들은 무서울 정도의 우직스러운 노동으로 이 나라 산업발전의 초석이 된다. 당시 사회에서는 어리버리 한 놈, 군대 갔다 와야 사람 된다.’라는 덕담이 회자되기도 했다.

 지난 622일 동부전선 22사단 GOP에서 수류탄과 총기로 동료사병 5명을 살해한 임모병장에 대한 군 당국의 수사태도와 이를 보도하고 있는 언론의 태도에 대해 차마 말을 못하지만 불만을 토로하고 있는 국민이 늘어나고 있다. 무슨 독립투사라도 대하는 듯 임 병장에게 변호사 5명을 선임하게 하여 그 변호사들의 입회하에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의 젊은 병사 5명을 미친 듯 총질하여 살해한 악마에게 변호사 선임 운운하여 피해자 측 부모들의 가슴에 불을 지르고 있다. 

언론의 보도 태도는 정말 가관이다. 아무리 미주알고주알 시시콜콜하게 보도해도 말릴 사람 없고 말릴 법이 없다고 해도 모조리 까발리는 것은 김정은에게 따끈따끈한 정보를 올려 바치는 행위라고 생각하지 않는가?  

임 모 병장을 추적하면서 소대원끼리 오인 사격한 것을 처음에는 임모병장이 쏜 총에 김 모 중위 팔에 관통상을 입었다고 발표됐다. 사실이 그렇다고 해도 그것이 문제의 본질도 아닌데 신문은 대서특필하고 방송은 특종이나 한 듯 울부짖는다. ‘추적 대끼리 쏜 총에 맞았대, 임 병장은 총이 고장 나 쏘지 않았대.’하고 호들갑을 떤다. 

임 병장을 병원으로 후송할 때 군 당국이 임 병장의 안전후송을 위해 위장차를 투입한 것은 정상적인 작전이다. 언론은 또 가짜 임 병장을 내세웠다고 요란하게 보도하고 응급헬기 출동도 25분이나 늦었다고 난리친다. 임 병장이 도망갈 때 K2소총이 고장 난 것조차 특급 보도한다. 자기들이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알지 못하고 있으며 일깨워 줄 선배도 없다. 이 같은 사실(fact)은 따끈따끈한 군 내부 1급 정보의 가치가 있다. 

모든 사실을 덮어 두라는 말이 아니고 조용하고 철저하게 사건을 조사하여 발표해야 아귀가 맞는다. 군 당국은 사고원인을 임모병장이 왕 따를 당했기 때문이라고 발표한다. 임 병장은 동료들이 근무일지에 머리칼이 듬성듬성 나 해골과 비슷한 그림을 그렸고 비쩍 마른 말라깽이도 그려 임 병장을 비웃었다고 생각하여 울분을 총질로 풀었다는 것이다. 말라깽이 아닌 뚱보 그림을 그려도 똑같은 이유로 총기난사는 있을 수 있는 것이다.

 군 수색대와 도망가는 임 병장이 세 번이나 마주쳤으나 무사 도주했고, 유가족 측은 임 병장의 계획적인 살해사건을 저질렀다고 주장하고 임 병장이나 그 외 변호사들은 우발적으로 저질러진 일이라고 논쟁이 붙었다. 임병장은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아 그림자만 보고 쐈다고 주장하고 있는 가운데 사건은 매우 엄중한 재판과정을 겪어야 할 것 같다. 그 사이에 얼마나 많은 군기밀이 유출될 것인지 상상조차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군대에서 관심병사라 하면 정신적 심리적 문제를 가진 병사다. 이들에겐 상관이나 동료가 관심과 배려로 돌봐줘야 군 생활을 안심하고 할 수 있다. 군 당국은 현재 20%의 군인이 관심병사라 한다. 병사들은 자기 자신도 감당하기 어려운데 전우를 돌볼 여유가 없다. 모든 것이 부족할 때 병사들의 가정이 행복했을 때는 비록 고문관이라는 결핍병사가 있더라도 큰 문제는 없었다고 한다. 

사병들의 신상명세서를 보면 30%의 병사가 파탄된 가정환경에서 살았고 가장의 실직 음주 가족폭행 등 엄청난 트라우마를 품고 있었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꼴 볼견은 젊은 부모들이 입대한 자식에 대한 과잉보호라는 것이다. 각 부대 홈페이지는 그런 엄마들이 끼고 산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대우를 잘해주어 GOP근무 사병을 1만 명 공개 모집하고 GOPCCTV 등 과학적 경계 시스템을 만든다고 계획하고 있다지만 회의적이다.

군은 신뢰를 먹고 산다. 한마디를 해도 국민이 믿어줄 말을 해야 한다. 첫 단추를 잘못 끼웠다. 발표하지 못할 사안을 발표했고 말라깽이 해골 등 난삽한 어릿광대짓은 군의 품위마저 떨어뜨리고 있다.

  인터넷 댓글에는 파렴치한 범죄인에게 변호사 언론도 놀아난다. 뒤통수 때린다고 죽이고 용모 갖고 놀린다고 죽이고 대우 안 해 준다고 죽이고, 사회 나가봐라, 그런 식으로 했다간 이 나라 국민 절반이상이 죽는다.’ ‘자신이 왕 따 당했다는 것도 모르는 놈에게 총칼을 쥐어 주었군, 당연히 사고 나지, 자신의 성격 탓을 남의 탓으로 돌리는 군인, 꼭 무슨 당

   
 
패거리들을 보는 것 같다.’라는 글이 올라와 있다.

 

정상희<전 동아일보 제 2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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