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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여 년 전 만남의 인연

지난 5일 이른 아침이다. 직장처럼 거의 매일 다니는 복지관을 찾았다. 목욕을 하기 위해서다. 이른 아침에 목욕을 하는 것은 시간이 좀 늦으면 이용하는 사람들이 몰려들어 불편하기 때문이다. 복지관 목욕탕이란 곳이 우선 좁다. 그러니 서둘러야 자릴 잡고 비교적 여유로운 목욕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날 9시가 채 되지도 않은 중증장애인 주차장에는 다행히 들어갈 수 있는 한자리가 있어 마음 놓고 주차를 할 때다. 바로 뒤이어 들어온 장애인 차는 주차공간이 없는 것이다. 주차를 하고 나오려할 때 뒤이어 들어온 차의 운전석 차창이 열렸다. 운동모를 살짝 올린 사람은 복지관에 드나들며 지면을 트고 인사를 나누는 사이. 그는 만날 때마다 현직 시절 내직함을 하나 더 올려서 인사를 하며 자기와 자기 형은 나를 잘 알고 있다는 말도 덧붙여서 궁금하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던 터.

차창을 연 그가 주차공간을 조금 내주면 자신도 주차할 수 있겠다며 디시 미소. 일반 주차공간보다는 조금은 더 넓은 것이 장애인 주차면적. 그의 말대로 내 주창공간을 조금 좁히고는 그의 고맙다는 인사까지 받고 탕으로 향했다.

탈의를 할 때 목욕을 하고 나온 욕객 한 사람이 눈인사를 하며 반겼다. 안면이 있는 듯 하지만 지면은 트고 있는 사이가 아닌 사람이다.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받는 나에게 그는 ‘경찰국에 근무하던 아무개로부터 이야기를 잘 들었다’며 내 직장 생활하던 시절 이야기를 했다. 이야기를 해준 분이 누구냐고 물었더니 성씨와 이름을 대주었다. 그러고 보니 목욕하며 가끔 만나 인사를 나누던 40여 년 전 직장을 출입하던 왕년의 정보경찰 얼굴이 떠올랐다.

그 후 며칠이 지난 이른 아침이다. 서둘러 복지관 목욕탕을 또 찾았다. 일찍 찾았는데도 목욕탕에 들어서 보니 앉을 빈자리 하나 없다. 이 때 앉아서 목욕을 하던 사람-지난번 탈의실에서 만났던 바로 그 사람-이 눈 앞 거울에 비치는 나를 보고 ‘자기는 목욕이 다 끝났다’며 자기 자리에 앉으라고 좌석을 가리키며 일어서는 바람에 바로 자리에 앉아 편하게 목욕을 할 수 있었다.

목욕을 마치고 나와 곧 바로 주차장으로 갔다. 그런데 이게 웬일!? 내 차 오른쪽 범퍼부위가 심하게 긁혀 하얗게 된 것이 아닌가? 더욱 눈길을 끈 것은 긁혀진 범퍼 위에 웬 노란 메모 한 장이 붙어있는 것이다. 메모에는 ‘010-**36-9**2로 전화주세요. 죄송합니다.’라고 볼펜글씨로 뚜렷하게 써 있었다. 주차공간을 조금만 내주면 주차를 할 수 있다던 그의 얼굴이 떠올랐다. 우선 다니는 서비스 센터를 찾았더니 센터에서는 장비서비스만 한다며 원형복원과 도색을 주로 한다는 업소를 소개. 업소의 대표는 부분 도색만 하면 현찰 일시불로 하면 **만원이라 했다. 가해차주에게 이런 사실을 알렸더니 보험처리를 하겠다는 것이다. 그 후 며칠이 지나 서비스 센터에 차를 맡기고 렌터카를 가지고 복지관에 들어서는 순간 우연히 가해차주와 마주쳤다.

궁금해 하는 그에게 차를 센터에 맡겼으며 월요일에 맡긴 차랑은 목요일에 나오고 렌터카를 몰고 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다시 죄송하다고 했다. 그러며 그는 다시 자기 형님을 모르느냐? 물었으나 기억이 나지 않아 미안하다고 했더니 ‘그 당시 충청은행 임원으로 있던 형님이 소개시켜 인사를 드린 기억이 있다’는 것이 아닌가? 그 말을 듣고서야 뚜렷하게 생각이 나 그에게 ‘정말로 미안하다’며 형님에게 안부인사 전해 달라고 부탁했다.

   
 

40여 년 전에 만난 인연이지만 다시 만나는 인연은 참으로 묘하다는 생각이 들게 한 두 만남이었다.

박천규(본 클럽 고문 / 전 대전MBC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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