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시장은 지난 12일 목요언론인클럽을 방문, 회원들에게 당선 인사를 했다. 권 당선자로부터 대전 시정 운영의 포부를 들어봤다.

(이헌용 편집위원장, 이하 이) 당선을 축하드립니다. 앞으로 4년 간 시정을 잘 펴서 시민들이 재임기간 내내 행복해 하고 권 당선자께서도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으시길 기대합니다. 당선이 확정되자마자 ‘20년 만에 선출된 민주세력 첫 대전시장’ 이란 표현을 하셨는데 어떤 의미가 있나요?

(권 당선자, 이하 권) 이번선거의 특징은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첫째 20년 만에 민주진영의 후보가 처음으로 대전시장에 당선된 것이고 둘째 자민련, 선진당 등 지역기반 정당 없이 1대1 양당구도로 치러진 선거입니다. 셋째는 여전히 집권여당의 후보는 대전시장에 당선되지 않는다는 징크스가 이번 선거에서도 깨지지 않았습니다.

소위 민주진영 대전시장은 지방자치 20년 만에 제가 처음입니다. 선동적인 정치가나 구태의연한 행정가가 아니라, 정도와 원칙이 있는 사람, 진정성이 있는 사람, 제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사람 등 선택 기준이 많이 바뀐 것 같습니다.

변화를 바라는 시민들의 열망이 민주진영의 후보인 저를 대전시장으로 만들어 줬습니다. 초심을 잃지 않고 낮은 자세로 시민들과 함께 대전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안전은 시민을 위한 최고의 서비스"

(이) 세월 호 사고’ 등으로 우리사회에 안전문제가 큰 화두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권 당선자께서 선거운동 기간 안전 문제에 대해 수 없이 강조하시곤 했는데 어떤 복안이 있으신지요?

(권) 세월 호 사건은 우리사회 모든 분야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단순 재난이 아니라 사람의 생명과 안전을 중요시하는 ‘사람의 가치’를 최우선하라는 것이 시대정신이 됐습니다. 세월 호 사건은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남겼습니다. 조직과 장비가 있더라도 시스템적으로 움직이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입니다.

1988년 내무부 방호계장으로 근무하면서 119구조대를 창설한 경험을 바탕으로 안전한 대전을 만들겠다고 공약했습니다.
‘안전은 시민을 위한 최고의 서비스이자 도시경쟁력’ 입니다. 우선, ‘대전 형 재난 위험지구 지도’ 를 만들어 지역의 안전문화 수준을 한 단계 끌어 올리겠습니다.

지역의 안전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민관이 협력 공조체계를 구축하는 ‘어깨동무 프로젝트’ , 시민생활 안전지수 개발 등 안전관련 공약을 시민들의 피부에 느낄 수 있도록 실행하도록 하겠습니다.

“밀어 붙이는 게 아니라 통합과정 거치겠다”

(이) 도시철도 2호선 건설에 대해 지금 대전에서 가장 큰 관심거리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전임 시장이 추진 계획을 거의 완성해 놓다시피 했는데 지금 고친다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꼭 다시 검토해야 할 문제가 있나요?

(권) 염홍철 시장은 고가방식의 자기부상열차를, 저는 노면방식의 트램을 공약했습니다. 이 때문에 갈등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 데 갈등이 아니라 정책의 차이가 있다고 봐야 합니다.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차이는 늘 있기 마련입니다. 정책의 차이는 통합과 조정 과정을 거치면 새로운 제3의 대안이 나올 수 도 있습니다.
제 3의 공정한 기구에서 시민의견 전문가의 의견 등을 들어 대안을 찾겠다.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것이 아니라 통합과정을 거칠 생각입니다.
시민의견을 듣고 객관적 기준을 바탕으로 합리적 대안을 제시해 시민 모두가 만족하고 대전의 100년을 내다보고 도시철도 2호선을 건설하겠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추도식 참여는 “인간적 도리"

(이) 맨 앞 질문과도 연관이 있겠습니다만, 선거기간 중 권 당선자께서 바쁜 중에 노무현 전 대통령 생가인 봉하 마을에 다녀오시기도 했습니다. 노 전 대통령의 어떤 점이 본 받을 점이라고 생각하시는지, 참여정부 시절 인사비서관을 하면서 있었던 에피소드나 느낀 소감을 소개해 주신다면?

(권) 열린 정부 초대 청와대 인사비서관을 지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5주년 추도식에 참석한 것은 인간된 도리라고 생각합니다.
당시 공무원 가운데 청와대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은 제가 유일했습니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이지만 청와대에서는 비서관을 임용할 때 공무원을 배제한다는 것이 원칙이었습니다. 하지만 인사비서관은 중앙행정 부처 인사시스템을 잘 아는 공무원을 임용해야 한다는 내부 여론이 형성됐습니다. 공무원 가운데 인사에 대해 공평하고 시스템화 할 수 있는 사람을 물색하다 제가 선택된 것입니다.

청와대 인사비서관을 마치고 열린우리당 후보로 중구에 출마, 5선의 강창희 후보를 누르고 당선된 뒤 노무현 전 대통령으로부터 전화를 받았습니다. 노 전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오찬을 함께 하자는 내용이었습니다.
노 전 대통령과 단 둘이 오찬을 하는 동안 노 전 대통령은 청와대 인사비서관으로 고생했다는 말씀과 더불어 국회의원에 당선돼 축하하는 말씀을 건넸습니다.

노 전 대통령은 국민들이 다 알다시피 소탈하신 분이었습니다. 국정의 기조는 국민이 우선이었던 것 같습니다. 통치자이지만 항상 눈높이를 국민에 맞추려 했습니다.

“시민 선택 옳았다는 것, 실천으로 보여줄 터…” 

(이) 선거운동 초기 여론조사에서 여당 후보에게 현격히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세월 호 여론’과 과거 자유선진당 출신 현역 구청장의 프리미엄 등도 작용을 했겠습니다만 선거 막판 대 역전극을 만든 승인(勝因)을 꼽는다면?

(권) 여론조사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측근이나 자원봉사자들이 마음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숫자는 적었지만, 저는 숫자로 표시할 수 없는 저를 지지하는 시민들의 마음을 읽었고, 믿었습니다. 여론조사 숫자를 얻지 못했지만 숫자로 나타나지 않는 시민들의 마음을 얻은 것입니다.

세월 호 사건으로 정부와 여당에 대한 심판론도 있었지만 시대정신이 바뀌었다고 봅니다. 세월호가 정부에 대한 견제심리를 촉발시켜 이번 선거는 정당선거라기 보다는 인물선거였다고 생각합니다.
과거 구태의연한 행정가가 아니라, 검증된 인물, 제자리를 지키며 정도를 걷는 사람을 택했다고 봅니다. 대전의 표심은 늘 정부를 견제했고 지방선거에서는 여당이 아닌 야당을 선택해 왔습니다.
대전시민의 선택이 옳았다는 것을 실천으로 보여주겠습니다.

(이) 재임기간 가장 중점을 둘 부분, 시민께 당부하실 말씀을 해 주시지요.

(권) 대전의 격차해소를 통한 균형발전을 이루는데 노력하겠습니다. 동서 간 개발격차, 교육격차 등을 해결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균형발전을 시정의 제1과제로 삼아서 모든 지역이 고르게 잘 살 수 있도록, 혜택이 고루 나눠질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민선6기 목표를 시민가치와 시민이 중심에 두겠습니다. 또 사람중심의 시정을 위해서는 경제가 뒷받침돼야 합니다. 경제 발전도 소홀히 할 수 없습니다. 계층과 세대 간, 지역 간 갈등을 통합에 주력하겠습니다.

변화를 바라는 시민의 마음과 새로운 시장을 선출해 준 것에 대한 시민들의 표심을 읽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는 시정을 통해 대전이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시민들과 늘 경청하고 소통하며, 공감하는 서민의 시장이 되겠습니다. 시민들의 협조를 기대합니다.

이헌용 기자  webmaster@mokyoclub.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