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객관적인 게 아닌 주관적인 것
한국인의 행복지수 OECD국가 중 꼴찌
진정 소유할 수 있는 건 財貨아닌 시간
긍정적 사고방식•현실만족이 행복 열쇠

나는 요즘처럼 시간의 빠름을 느껴본 적이 없다. 65세에 퇴임하고, 7년이 넘었건만 갈수록 세월의 빠름을 절감하고 있다. 차량 속도로 비유해 20대는 20km, 50대는 50km속도로 간다더니, 이젠 70km의 속도감을 느낀다. 새삼 세월의 무상함을 깨닫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시간이 안 간다고 투덜대는 사람도 많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노인 중에 이런 사람이 적지 않다. OECD국가 중 한국의 노인 자살률이 1위라는 최근보도는 우리를 착잡하게 만든다.

일반적으로 나이 든 사람들의 시간에 대한 소중함은 젊은 사람들보다 더욱 간절하다. 그래서 뒤늦게나마 컴퓨터를 배우고, 건강한 삶을 다지기 위한 운동과 영양섭취, 그리고 여행과 취미활동에 소중한 시간을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노년을 초라하지 않고 행복하게 보내는 비결은 사랑과 여유, 용서, 아량, 부드러움이지만 핵심은 열정이다. 세계 역사상 최대 업적의 35%가 60-70대, 23%는 70-80세, 6%는 80대에 의해 성취됐음은 노년의 열정에 기인한다.

노인들의 가장 큰 문제는 시간이다. 시간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보내느냐가 행복의 척도가 된다. 적당한 영양섭취와 운동으로 건강을 지키고, 죽을 때까지 배움의 끈을 놓지 않고 정진하며, 친구를 자주 만나고, 사회활동을 꾸준히 하는 게 행복한 노년으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물론 지나치게 곤궁하다면 이를 실행하는데 어려움이 따를 것이나, 웬만한 사람이면 이를 실행할 수 있을 것이다. 행복의 기준을 지나치게 높게 안 잡으면 가능하다.

행복의 기준을 남에게 두지 말고 자신에게 두면 된다. 조디 피코라는 작가가 쓴 행복의 수학공식은 우리에게 행복의 참뜻이 무엇인지 알게 한다. 그는 행복은 ‘현실 나누기 기대’란다. 분수로 표현하면 현실은 분자이고, 기대는 분모가 된다. 행복해지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분자인 현실을 개선하는 방법과 분모인 기대를 줄이는 방법이 그것이다. 무한경쟁시대에, 더욱이 돈 벌기 힘든 노인들에게는 분모, 즉 기대를 작게 만드는 방법이 최상일 것이다.

우리나라사람들은 노소를 불문하고 기대가 너무 크다. 그 기대는 돈과 물질이다. 돈을 벌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게 문제다. 우리 사회는 부정과 비리, 불법을 저지르면서까지 돈을 탐한다. 세월호참사도 바로 이런 황금만능풍조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결국 돈이 모든 행복을 가져다준다고 믿기 때문에 비리와 불법을 저질렀다고 볼 수 있다. 돈과 물질에 대한 기대를 줄인다면, 다시 말해 분모를 줄인다면 우리의 행복수치는 더욱 늘어날 수 있다.

법정스님의 ‘무소유의 삶’이 실천되면 분모(기대)는 영이 된다. 반대로 분자(현실)는 무한대가 되어 행복으로 충만하게 된다. 우리나라 사람의 행복지수가 OECD국가 중 꼴찌수준인 것은 삶의 기대치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좋은 학교에 가고 좋은 직장에 가려고 하는 것은 모두가 돈 때문이다, 반면 세계에서 가난하기로 손꼽히는 히말라야의 빈국 부탄은 국민의 97%가 스스로 행복하다고 느낀다. 부탄은 국민소득이 우리의 수십 분의 일에 불과한 불교국가다.

나는 ‘남과 비교하지 않는 것’이 행복의 지름길이라고 믿는다. 프랑스의 소설가 알베르 까뮈도 “행복하려면 남들에 대한 지나친 관심을 갖지 말라”고 말했다. 왜냐면 다른 사람이 실제보다 더 행복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우리 옛말에 안빈낙도(安貧樂道), 안분지족(安分知足), 지족상락(知足常樂)이란 말이 있다. 어렵게 살면서도 그에 구속되지 않고 평안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살거나 가난하지만 매사에 만족한 마음을 가지면 늘 즐겁게 살 수 있다는 금언이다.
 

행복은 주관적이지 객관적인 것이 아니다. 로마의 철학자 세네카는 “조금밖에 가지지 않은 사람이 가난한 게 아니라 많은 것을 바라는 사람이 가난한 것”이라고 말했다. 필요한 물건보다 더 많이 소유하는 것은 스스로 불행을 짊어지는 것이다. 우리가 진정 소유할 수 있는 것은 하루하루의 시간이지 재화가 아니다. 두려워 할 것은 미래가 아니라 놓치고 있는 현재인 것이다. 잘 사는 방법은 삶을 즐기는 것이며, 현재를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행복의 열쇠다.

“영원히 살 것처럼 꿈을 꾸고, 오늘 죽을 것처럼 살아라”는 얘기도 있지 않은가? 성공한 사람이라고 모두 행복한 것은 아니다. 세계의 대통령이라는 미국대통령의 노화속도는 1년마다 2년 속도로 늙어간다고 한다. 백악관생활 8년이면 16년 늙어서 나온다. 올해 69세인 클린턴은 국회의장을 지낸 강창희 의원과 동갑이지만 10년은 더 늙어 보인다. 한국대통령은 평균행복도가 5점 만점에 1.5점이고, 나폴레옹은 행복했던 날들이 불과 6일에 불과했다고 한다.

돈과 재산만이 행복의 척도는 아니다. 오히려 재산이 많은 사람이 더 불행함을 주변에서 쉽게 본다.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보고, 현실에 어느 정도 만족하면 행복해진다. 이는 늙지 않는 비결이기도 하다. 나이를 더해가는 것만으로 사람은 늙지 않는다. 이상과 열정을 잃어버릴 때 비로소 늙는다. 유명한 경제학자 피터 드러커는 ‘호기심을 잃는 순간 사람은 늙는다’고 했고, 70세 넘어서도 현역으로 뛰고 있는 테너 플라시도 도밍고는 ‘쉬면 늙는다’고 했다.

다시 한 번 말하거니와 행복은 남과 비교하지 않는데서 온다. 끝으로 이양하의 수필 ‘나무’ 중 ‘소나무와 진

                                                    권오덕<본클럽 회원 전 대전일보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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