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조직내부의 분쟁분열 때문에 방송업무 파행을 지속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직무유기다. 경우야 어찌됐던 불미스런 내부사정이 외부까지 표출되는 것도 부끄러운 일이지만, 국민들로부터 준조세형태의 시청료를 꼬박꼬박 받아 챙기면서 본연의 사명을 의도적으로 포기하는 것은 KBS가 자체의 위상저해뿐만이 아니라, 공영방송으로서의 몰락을 자초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국민들의 실망은 더욱 크다.

더구나 KBS는 국가기간방송사를 자처해왔다. 국민들의 알권리 충족을 위해 어떤 언론사보다도 가장 신속하고 정확하게 방송 서비스를 공급해야 할 절대적 책임과 사명이 있다. 내부적 집안싸움을 이유로 국민에 대한 언론의 사명을 거부하거나 포기한다면, 굳이 공영방송이나, 기간방송이란 명분을 붙여 국민들에게 시청료를 징수해가는 것은 일종의 사기다. 벌써 한두 번이 아니다. 2년 전에도 장기파업으로 국민들의 알권리를 기만한 적이 있다.

KBS종사자들의 신분은 국민들로부터 거둬드리는 준조세적인 재정으로 대우를 받는 공직자신분이다. 때문에 대국민 방송제작 업무는 엄연히 공무(公務)고, 노조와의 갈등은 내부에서 처리돼야하는 사내적인 문제다. 선공후사(先公後私)란 옛말이 있다. KBS종사원들이 새겨야 할 교훈이다. KBS노조원들도 국민이 부담하는 수신료재정으로 급료를 받는 공직자신분이다. 신생된 숱한 종편방송사 종사원들과 다르다. 내부사정의 갈등 때문에 방송제작거부는 초점이 빗나간 대국민투쟁이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사건 발단은 보도국장의 실언에서 시작됐다. 세월호 참사취재보도부서 직원들과 식사도중 사석에서 격의 없이 한말이 “희생자들을 폄훼했다”는 말로 외부까지 알려지면서 세월호 참사유족들의 민감한 감정을 자극시켰던 것이다. 게다가 보도국장이 사퇴서를 내면서 “사장이 청와대 외압을 받아 보도의 독립성을 침해했다”고 주장하자 노조는 사장퇴진을 요구하며 대국민 방송업무까지 제작거부하고 나선 것이다. 결국 KBS가 국민을 무시한 언론 폭력으로 이어지고 있다.

조직내부 분열갈등 때문에 꼬박꼬박 시청료를 지불하고 있는 국민의 수신권리까지 유린하는 것은 결국 KBS가 공영방송이기를 거부하는 것이고, 따라서 국민은 수신료를 지불해야 할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사장이 보도독립성을 침해 했는지, 아니면 노조 측이 불순한 억지로 사장을 모함하는지 국민들로선 KBS노사분쟁과는 무관한 일이다. 국민들은 아무 잘못이 없다. ‘공영방송’이라는 신뢰감 때문에 KBS에게 꼬박꼬박 수신료를 물어온 것뿐이다.

KBS가 반복적으로 국민을 무시하면, 국민들도 KBS를 무시하고 수신료 불납운동을 펼쳐야 한다. 더구나 최근에는 수신료 인상요구까지 들고 나와 수신자(국민)부담 가중여론까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집안싸움 추태까지 외부로 들어내면서 방송 파업사태를 서슴지 않는 것은, 공영방송의 존재를 스스로 거부하는 방송언론의 교만이고 횡포다. 어느 국민이 그들을 국가기간방송, 또는 공영방송종사자들의 인격으로 신뢰하겠는가.

억지, 떼 법으로 사회불안을 선동하는 좌경집단이 아닌, 진실 된 양식과 인격으로 구성된 언론인들의 노조라면 그릇된 투쟁은 시정돼야 한다. 모든 사회구성원들의 공감을 받을 때 노조투쟁도 성공한다. 좌경집단으로 상징되던 노조조직원들의 의식도 이젠 국민정서에 맞도록 정상화 돼야 한다. 더구나 KBS는 자칭 타칭 국민의 수신료로 운영되는 공영방송이고, 기간방송사다. 머지않아 지방선거가 다가온다. 공영방송, 기간방송이 왜 필요한가. 투개표방송이란 막중한 책임을 깨달아야 한다. 국민은 봉이 아니다.

내부분열 갈등으로 모체조직이 무너지면 노조도 무너진다. 싸울 일 가지고, 싸울 때 싸워라. “KBS가 이래도 되나” 국민의 소리다.<유인석 / 본클럽 회원  전 경향신문 중부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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