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지역 언론계에서는 뜻 깊은 행사가 열렸다. 대전·충남 언론 역사를 다룬 책자가 처음으로 발간된 것이다. 대전언론문화연구원이 2년 여 노력 끝에 발간한 ‘대전·충남 언론 100년'은 일제강점기부터 해방과 한국전쟁을 거쳐 현대에 이르기까지 지역 언론이 걸어온 길을 조명하고 언론의 역할을 다짐하는 계기로 삼았다는 데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대전언론문화연구원 정재학 이사장으로부터 ‘대전·충남 언론 100년' 출간의 의미와 대전언론문화연구원의 역할 등에 대해 들어보았다.

최근에 ‘대전·충남 언론 100년’을 출간하셨습니다. 어떻게 시작했는지 궁금합니다.

언론은 사회의 거울입니다. 언론의 역사는 사회의 역사일 수 있기 때문에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대전·충남 언론의 역사가 어떻게 쓰여졌는지 되짚어보자는 데서 시작했습니다.

준비는 크게 편찬회의외 집필회의로 나눠 전·현직 언론인, 역사학자, 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어떤 내용을 담을 것인가’를 놓고 고심했습니다. 이어 ‘누가 쓸 것인가’를 놓고 수많은 집필회의를 거쳐 11명의 필자가 2년 여 노력 끝에 출간할 수 있었습니다.

대전언론문화연구원 정재학 이사장은 "'대전 충남 언론 100년'출간의 의미는 과거에 대한 역사라기보다 지역 언론이 새로운 100년을 준비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강조했다.

다양한 시각으로 대전·충남지역 언론 역사를 바라보고, 일제강점기부터 최근 언론활동까지를 모두 망라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과거를 되짚는 게 아니고 잘된 부분은 계승하고, 잘못된 부분은 반성해 대전·충남 언론의 새로운 100년을 준비하기 위한 길잡이로 삼았다는데 의미를 부여하고 싶습니다.

공정하고 객관적 이려고 무척 노력했습니다만 부족함도 시인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대전·충남 언론 100년사’가 아니라 ‘대전·충남 언론 100년’이라고 정한 이유입니다. 다만 이 책의 출판이 대전, 세종, 충남 언론 문화 발전의 전기가 되길 기대합니다.

자료를 모으는 과정에서 새로이 발굴한 소식도 적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대전·충남 언론사의 시작은 언제부터인가요?

역사 자료를 찾는 과정에서 1901년 전후 일제강점기에 일본인이 소식지 비슷하게 발행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 때부터 대전·충남 언론의 역사가 시작되지 않았나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발간한 ‘대전·충남 언론 100년’은 학계나 언론이 아닌 사단법인 대전언론문화연구원이 주관했다는 것도 나름 의미가 크다고 하겠습니다. 대전언론문화연구원에 대해 소개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대전언론문화연구원은 2001년 언론이 건강해야 사회가 건강하고, 언론이 발전해야 사회가 발전한다고 생각하는 언론인, 교수, 변호사, 의사, 기업인, 일반인 등 30여 명이 뜻을 모았습니다. 언론은 사회의 한 공적 부분으로 건강한 언론 발전을 위해 다양한 직군의 사람들이 기금을 기꺼이 내놓아 출범한 비영리 사단법인입니다.

대전언론문화연구원이 10여 년 동안 거둔 성과라면 무엇을 꼽을 수 있을까요?

건강한 언론을 만들기 위해 ‘디트뉴스24’를 창간한 것입니다. ‘대전의 진실을 말한다’는 뜻에서 Daejeon Truth의 이니셜을 따 디트뉴스라 이름 지은 것이죠.

특정 자본이 언론을 소유하는 언론계의 가장 큰 문제를 타파하자는 뜻에서 특정자본에 의지하지 않고 제대로 된 건강한 민주언론, 자유언론을 만들어보자는 염원이 모아진 것이 ‘디트뉴스24’입니다. 처음엔 대전언론문화연구원의 홈페이지로 시작했는데 새로운 컨텐츠, 새로운 시각, 성역 없는 자유로운 기사 등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자 2003년 주식회사로 언론사의 면모를 갖추기 시작한 겁니다.

‘디트뉴스24’가 몇 해 전 1인 자본에 넘어가 주식을 넘겨주면서도 자본이 편집권에 간여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한 것도 창간 정신이 훼손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었습니다.

또 하나는 ‘신문읽기운동’을 편 것입니다. 젊은세대들이 활자보다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으로 정보를 얻는 현실에서 신문의 위기도 벗어나고 젊은세대에게 신문 읽기를 통한 사회 문제에 대한 인식을 높여보자는 뜻에서 시작했는데 지역사회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대전·충남 11개 대학에서 신문읽기 강좌가 개설돼 현직 언론인 등이 생동감 높은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이밖에도 봄, 가을 한 차례씩 1년에 두 번 시의적절한 주제의 세미나도 개최하고 있고, 각종 공익활동도 벌이고 있습니다.

지난해 10월인가요? 대전언론문화연구원 주최로 ‘단재언론상’ 제정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지역 언론 발전 세미나를 개최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단재언론상’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요?

충청이 낳은 독립운동가이자 훌륭한 언론인인 신채호 선생의 정신을 이어받기 위해 ‘단재언론상’의 논리적 배경을 확보하는 세미나를 개최한 적이 있습니다. 지역 언론이 단재 선생의 정신을 이어가고 언론인 스스로 자부심을 갖도록 하자는 뜻인데 누가,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된 것이 없습니다. 좋은 제안들이 나온 만큼 기업이나 관(官)이 아닌 시민이 중심이 되고 시민으로부터 존경받는 언론상을 만들도록 노력할 겁니다.

지역 언론 환경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습니다. 지역 언론 어떻게 진단하시고 계신지요?

언론은 대변혁기에 처해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인터넷과 SNS 등 뉴미디어의 발달로 신문과 방송은 절대 위기에 놓여있습니다. 몇 해 전에 서울 지하철을 중심으로 무가지가 대성업을 이룬 적이 있는데 어느새 자취를 감췄습니다. 모 논문에 따르면 한국의 신문은 2026년 소멸될 것이라고 합니다. 열독률이 높은 일본도 2023년에 신문이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합니다. 그 만큼 신문은 위기 상황입니다.

방송도 종편, 케이블 TV 등이 가세하면서 수익구조가 하향세입니다. 결론적으로 말해 신문과 방송이 살아남으려면 새로운 콘텐츠, 새로운 시각, 수익구조의 다각화 등을 갖춰야 합니다.

여전히 관공서에 의존하고, 보수적 성향에 기득권을 향유하려는 자세를 버리지 않을 경우 신문이나 방송 공히 망할 수도 있습니다.

또 한 가지 1인 인터넷신문의 자질 향상이 큰 숙제라로 생각합니다. 언론사를 창업하고 취재를 하는 것은 자유지만 그 자유를 누릴 수 있는 최소한의 자질과 능력은 갖춰야 합니다. 전통적으로 언론인하면 언론시험을 통과해 3~5년 지옥훈련을 거쳐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눈을 기르는 한편 윤리적으로 무장해야 합니다.

그런데 언론을 권력으로 생각하는 기자들이 많아 걱정입니다. 언론은 권력이 작동될 수는 있지만 권력기관이 아닙니다. 준비되지 않고, 훈련되지 않은 기자는 숙련되지 않은 요리사에게 칼을 맡기는 것만큼이나 위험합니다. 대전문화언론연구원에서 ‘사이비 언론, 이대로 좋은가’라는 세미나를 통해 관심을 환기시킨 적도 있지만 언론계의 자정 노력이 중요합니다.

대전언론문화연구원의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말씀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10여 년 전 대전언론문화연구원이 처음 발족할 당시처럼 건강한 언론 환경을 만들기 위해 그 동안 해온 일들을 지속적으로 펴나갈 것입니다. 지역 언론 상황에서 관심을 환기 시킬 필요한 일이 있다면 기꺼이 대전언론문화연구원이 나서겠습니다.

박종명(대전문화타임즈 대표기자)

기사출처 : 대전문화타임즈  www.dm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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