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만개한 요즘은 어디를 보아도 아름다운 봄꽃잔치가 한창이다. 매일 복지관을 오가며 유성 두리봉, 두리봉공원, 반석천을 옆에 끼고 만개한 개나리와 벚꽃에 눈을 빼앗기게 된다.

며칠 전 복지관 2층 체력단련실에서 러닝머신을 비롯한 손쉬운 운동 몇 가지를 한 시간 쯤 하고 나서 창밖에 찬란하게 차려진 봄을 한 동안 바라보며 휴식을 취할 때다. 함께 했던 일행이 나를 쳐다보더니 입을 열었다. “저 아래 천변 제방 옆길을 따라 샛노랗게 피어 아름다운 개나리 꽃구경도 한번 하고 걷자”고.

누가 마다할 손가. 단련실에서 내려와 개나리 꽃을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체력단련실 건물 앞 횡단보도를 건너 길 아래 우레탄이 곱게 깔린 반석천을 끼고 자그만 굴다리 아래를 앞두고 걸어갈 무렵 길 가운데 떨어져 있는 미물이 눈에 밟혔다. 가까이 가보니 노란 입부리와 아직 눈도 뜨지 않은 죽은 새 새끼 한 마리. 어째서 태어나자마자 이렇게 되었을까 여기며 미동도 하지 않는 새끼 몸을 건드려보니 솜뭉치처럼 부드럽고 손만 대면 새의 체온이 금방이라도 온기를 전해 올 것만 같았다. 길 옆 마른 풀숲 속에 옮겨 놓아 주었다.

굴다리를 지나 약간 경사진 오름 길 올라서니 눈앞 왼쪽 천변을 따라 샛노랗게 만개한 개나리 수벽이 쭉 이어 펼쳐졌다. 개나리 위쪽에는 개화를 시작해 한창인 벚꽃 길도 함께 이어졌다. 봄 꽃철만 되면 걷게 되는 반석천변 수벽을 이룬 꽃길은 마치 봄꽃 아파트만 같이 보인다. 아래는 개나리 꽃 층, 2층은 벚꽃 층이라도 되는 것처럼. 꽃길 오른 쪽에 서있는 간판에는 지금 걷고 있는 꽃 길 옆 나무와 꽃이 들어선 이곳이 바로 두리봉 공원이라고 확실히 일러준다.

두리봉 공원을 끼고 반석 쪽으로 달리는 길 왼쪽 야트막한 언덕이 두리봉이라고도 일러준다. 두리봉을 쳐다보는 순간 봉 허리를 감고 하얗게 피어있는 벚꽃 허리띠를 만나게 되어 나도 모르게 ‘두리봉에 핀 벚꽃 허리띠가 너무 아름답구나!’고 탄성 한마디. 앞서거니 뒤서거니 가족끼리 친구끼리 연인끼리 천변 꽃길을 즐기던 사람들은 깔깔 거리며 개나리와 벚꽃을 배경으로 추억을 담아내기에 바쁜 모습들이다. 이 중에 제일은 햇볕에 아직 제대로 눈을 뜨지도 못하는 제1호 작품을 태우고 젊은 부부들이 유모차를 함께 끌며 노래를 부르며 걷는 모습.

꽃이 피어있는 반석천변 길, 꽃이 피어있는 동안 몇 번이고 다시 찾을 마음을 다지며 되돌아섰다. 이 때 개나리, 벚나무 아래에 한 닢 두 닢 떨어지기 시작하는 꽃잎이 눈길을 잡았다. 개나리 벚꽃 나무 앞에 서서 떨어진 꽃잎을 한동안 쳐다보았다. 낙화들은 나무 아래 풀 섶에 누워 어미 나무를 쳐다보며 눈 맞춤 눈 대화를 하는 듯이 보였다. 이 때 어미나무는 ‘내년 새 봄에 다시 만날 테니 너무 서러워하지 말라’고 달래는 듯 했다.

굴다리 밑을 지나 오르는 길에 오르니 하교 길의 여학생, 우리들의 샛별 대여섯 명이 새끼 주머니에 개나리 꽂고 가방을 맨 채 웃음 한마당 꽃을 피우며 내려오다 처음 만난 나에게 모두 한 목소리로 ‘할아버지 안녕하세요!’. 뜻밖의 인사에 나도 모르게 손을 번쩍 들어 웃음을 실었다. 인도에 올라서며 내려다 본 물도 마른 반석천 모래밭에서는 짙은 회색 산비둘기 한 쌍이 서로에게 먹이를 쪼아주는 모습이 또 한 번 새롭게 눈길을 끌었다.

박천규(본 클럽 고문 / 전 대전MBC 상무)

박천규  mog@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