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지방선거 때부터 없애겠다고 소리친 대국민공약까지 어기면서 여전히 자치단체장후보와 자치의원후보들의 공천권행사를 고집하고 있는 ‘새누리당’의 거짓말은 정치공당으로서의 불신요인이 충분하다. 더구나 집권 여당이기에 더욱 그렇다.

또 부작용을 우려하는 내부 반발에도 불구하고 과감하게 공천권행사를 포기한 ‘새정치민주연합당’의 결단에 대해서도 누구하나 박수치는 사람이 없다. 공약을 어긴 정당이나, 공약을 지킨 정당이나 민심들은 “그게 그거”란 반응이다. 그만큼 정치권에 대해 국민들의 불신 벽이 높다는 반증이다.

국민들은 그동안 정치권력들에게 “기득권을 내려놓으라.”고 요구했다. ‘기득권 포기요구’는 단순히 공천권만 내려놓으라는 게 아니었다. 이면에 따라다니는 유형, 무형의 부정비리행태까지 내려놓으라는 의미였다. 선거 때마다 불거진 공천비리는 이미 토착화된 사실이다. 비난 여론에 밀려 여당과 야당은 지난 대선 때 앞 다투어 공천권포기공약을 쏟아냈었다.

공천권 행사 고집하나, 포기하나 “그게 그거”

여당 야당 모두가 현실정치에 부작용이 발생할 것조차 예상치 못한 채 공천권포기 공약부터 남발했었다. 공약을 어긴 여당이나, 공약을 지킨 야당이나 부작용이 크기는 마찬가지다. 표심을 현혹하기 위한 기만행위에만 익숙했을 뿐, 뒷날 국민들과 당원들로부터 불신과, 비판의 이유가 될 줄은 미처 몰랐던 것이다.

국회의석 1백20여석이 넘는 제1야당이, 극소수 무소속집단과 1;1비율의 밀실야합으로 ‘새정치민주연합당’을 급조 창당한 이유도 내심은 지방선거를 앞둔 공천과 무관치 않다. ‘단일화’만이 선거에서 이길 수 있다는 착각이 빚은 결과다. 선거에서 승패는 ‘야권단일화’가 아니라 민초들이 공감하는 정당의 진실성이 인증되는 정책 제시다.

2012년 국회의원과 대통령 선거 때 민주당의 ‘야권단일화’는 다당제를 거부한 독선이었고, 국가의 정체성을 짓밟는 오기였다. 민주정치는 당연히 패거리 간의 정책경쟁이다. 여러 개의 정당들이, 여러 개의 안을 만들어, 심의 토론으로 최선의 정책들을 만들어 내는 게 민주정치의 기본이다. 국민의 공감도 따라 여당도 되고 야당도 되는 절차적 순리다.

‘단일화’만이 선거에서 이길 수 있다는 착각이 빚은 결과

선량들이 국정을 논하는 신성한 의사당에서 특권을 남용해 시중잡배들도 꺼리는 막말저주나 일삼고, 국가의 정체성이나 짓밟으며, 국민의 안녕질서를 저해하는 내란음모나 꾸미는 게 단일화 정당의 사명이 아니다. 표심들이 따라갈 수 있도록 정책만 좋으면 굳이 ‘단일화’란 야합 없이도 선거는 승리한다.

민초들의 머릿속엔 전 민주당의 ‘야권단일화’란 어설픈 잔영이 아직도 지워지지 않고 있다. 19대 국회의원 선거 때 ‘야권단일화’란 미명으로 종북 좌파들까지 국정단상으로 불러들인 정당이 어디인가. 내란음모집단의 울타리 역할이나 해가며, 사회불안을 선동하고 국민혈세를 낭비케 한 ‘야권 단일화’사실을 국민들은 기억한다.

무엇이 ‘새 정치’인가, 확실하게 밝히고 진실로 보여야

‘새정치민주연합당’ 역시 옛날의 그 민주당과 무소속집단이 ‘단일화’된 정당이다. 당명만 바꿨을 뿐 ‘새 정치’정당으로 믿을 사람이 없다. 이름 그대로 ‘새 정치’를 보여야 무공천 공약을 실천한 야당의 진실도 들어나게 된다. 때만 되면 검증도 되지 않은 호객용 선심공약들을 마구 쏟아내는 것은 공천비리 못지않은 구태정치다.

물론 무공천 제도를 시행하려면 모험도 따른다.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소속당원들은 당적을 탈퇴하고 기호 없는 무소속 후보가 돼야 한다. 자칫 공약실천 명분을 지키기 위해, 숱한 당원을 잃어야 하는 현실적 위험이 크다. 더구나 ‘새정치민주연합당’은 무엇이 ‘새 정치’인지 명확하게 표방한 정강정책도 알려지지 않은 상항이기에 더욱 그렇다.

류인석(본 클럽 회원 / 전 경향신문 중부본부장)
 

류인석  mog@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