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한화 이글스는 올해 어느 정도 성적을 낼 수 있을까? 29일 개막을 앞두고 지역 팬들은 그 어느 때보다 비상한 관심을 쏟고 있다. 한화구단이 야구장을 관중 친화적으로 업그레이드한데다 많은 예산을 투입, 국내외 우수 선수들을 대거 보강해 기대가 크다. 이에 따라 팬들은 한화가 지난해보다 훨씬 좋은 성적을 거두길 바라고 있다. 최근 4년 동안 3번이나 꼴찌를 했지만 올해는 그 같은 수모를 씻고 최소한 중상위권에 오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한화는 4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할 수 있을까. 결론적으로 말해 상당히 어렵지만 불가능하진 않다는 판단이다. 9개 팀 전력이 그 어느 때보다 평준화돼 선수들이 큰 부상만 입지 않고 김응용 감독의 용병술만 뒷받침된다면 얼마든지 가능할 것이다. 못해도 지난해보다 최소 2, 3계단은 오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화는 지난 시즌이 끝나고 전에 없이 많은 투자를 했다. 먼저 100억을 넘게 들여 발 빠르게 FA 대어 정근우(내야)와 이용규(외야)를 잡았다.

4월 말까지가 최대 중요시기, 5할 승률 올려야 가능

팀 내 FA 이대수 한상훈(이상 내야)과 박정진(투수)도 놓치지 않고 잔류시켜 팬들을 흡족케 했다. 뿐만 아니라 용병 3명도 다른 팀에 뒤지지 않는 재목을 뽑아 투타에서 한층 짜임새를 갖출 수 있게 됐다. 과거 호타준족이던 데이비스를 연상케 하는 펠릭스 피에는 시범경기에서 31타수 13안타(4할1푼9리)에 4홈런, 8타점, 1도루를 기록해 공(攻) 수(守) 주(走)를 두루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다. 9개 구단 용병타자 중 가장 뛰어났다. 정교함과 장타력을 두루 갖췄다.

▲ <사진 : 대전일보>

케일럽 클레이와 앤드류 앨버스도 수준급 투수다. 최근 몇 년간 용병농사에서 재미를 보지 못했던 한화로서는 가슴 뿌듯할 것이다. 이들의 국내적응여부가 관건. 올해부터 2명이던 용병을 타자 1명을 포함한 3명(NC는 4명)으로 늘린 것은 각 팀 전력에 적지 않은 변수가 될 듯싶다. 용병은 팀 전력의 30% 안팎을 차지한다는 얘기 때문이다. 따라서 용병 농사를 잘 못하면 큰 낭패를 볼 수 있다. 또 한 명이라도 부상당하면 타격이 커 성적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몇몇 팀은 벌써부터 용병이 부상했거나 실력이 예상보다 못해 속을 썩이고 있다. 한화에게도 타산지석이다. 지난해 넥센과 신생 NC가 돌풍을 일으킨 것은 용병 덕이 크다는 생각이다. 특히 신생 NC는 다른 팀보다 한명 더 많이 받는 혜택으로 기아와 한화를 제치고 9개 팀 중 7위에 올랐다는 분석이다. 한화는 전반적으로 지난해보다 전력이 탄탄해진 게 사실이다. 공격과 수비, 그리고 주루에서 한 층 업그레이드돼 중상위권에 오를 수 있는 전력이 됐다.

대어 정근우•이용규 잡고, 피에 등 수준급 용병영입

국가대표 테이블 세터인 정근우와 이용규, 거기에 용병 피에까지 가세해 뛰는 야구를 선보일 수 있게 됐다. ‘느림보 팀’이라는 오명을 벗을 수 있어 다행이다. 이 세 명을 1-3번에, 김태균, 최진행을 4,5번에 배치하면 어느 팀에 견줘도 손색이 없다. 정현석, 송광민, 김회성, 이대수로 이어지는 하위타선도 그런대로 믿을만하다. 시범경기팀타율이 2할6푼으로 7위지만 득점권타율은 2할9푼5리로 괜찮은 편. 수술 후 아직 완쾌되지 않은 이용규의 활약여부가 미지수.

투수진도 지난해보다는 나아졌다. 우선 선발투수를 보자. 미국메이저리그경력이 있는 왼손의 앤드류 앨버스와 오른손의 케일럭 클레이가 1,2선발이 될 것이다. 두 선수는 시범경기에서 수준급피칭을 선보여 코칭스태프를 흡족케 했다. 3,4,5선발에는 2년차 송창현과 미완의 대기 유창식, 그리고 윤근영(안영명)이 낙점될 듯. 선발 5명 중 4명이 좌완이다. 중간계투는 박정진과 안영명, 윤규진, 안승민, 신인 최영환 등이, 마무리는 송창식, 김혁민이 맡을 게 예상된다.

전반적으로 투수진은 좋아졌지만 국내파선발이 다소 약한 편이고, 중간계투가 강화됐지만 마무리가 역시 약한 편이다. 따라서 원투펀치인 두 용병선수가 10승이상은 해줘야한다. 지난해의 경우 한화의 최다승투수는 바티스타로 7승이었다. 한 가지 투수진운용에 기대를 걸 수 있는 것은 왕년에 국가대표선수를 지냈고 투수조련에 일가견이 있는 노장 신용균 코치(76)가 불펜코치를 맡고 있는 점이다. 지난해보다 중간계투진이 강화된 만큼 그의 활약에 기대가 크다.

공격력 강화됐지만 뚜렷한 에이스 없고 포수진 약해

가장 큰 문제는 포수다. 신경현이 은퇴한 후 무주공산인 한화로서는 누가 주전마스크를 쓰고 제 역할을 하느냐에 사활이 걸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에는 정범모, 한승택, 박노민, 이준수, 엄태용 등 5명이 돌려가며 마스크를 썼다. 올 시범경기에서는 동아대 출신 신인 김민수가 가장 많이 기용됐다. 그는 어깨 좋고 도루저지 능력이 뛰어나 김 감독의 신임을 얻고 있다. 포수는 타격보다 견제와 투수리드가 중요한 만큼 그를 기용하는 게 바람직하다.

시범경기에서 10개의 실책을 저지른 내야수비도 문제가 있지만 게임을 하면서 나아질 것이다. 올 시즌 눈여겨봐야 할 점은 한화의 선수층이 두터워졌다는 점이다. 특히 내외야는 FA영입과 군제대선수의 복귀로 교체선수가 풍부해졌다. 내야의 경우 한상훈, 김회성, 이학준 등의 기량이 좋아져 정근우의 뒤를 받쳐줄 수 있고, 외야는 발 빠른 이용규와 용병 피에가 가세해 정현석, 고동진, 김경언, 이양기 등 두터운 선수층을 보유하게 돼 지난해에 비할 수 없을 정도다.

올해는 각 팀 간 전력 차가 크지 않다. 최근 임창용이 MLB에서 복귀한 삼성이 조금 앞서고, 나머지 8개 팀은 엇비슷하다. 따라서 감독의 용병술에 팀 성적이 달려 있다. 한화 김응용 감독은 해태와 삼성에서 총 10차례 우승을 일군 우승청부사다. 지난해 김 감독은 팀을 맡자마자 롯데와의 2연전 역전패를 시발로 치욕의 13연패를 기록했고, 승률 0.331로 시즌을 꼴찌로 마쳤다. 그는 올해 승률 5할을 목표하고 있다고 했다. 5할이면 4위 이내에 들 수도 있는 성적이다.

노장 김응용 감독 용병술, 4강 진출의 가장 큰 열쇠

모든 팀이 마찬가지지만 한화의 올 농사는 개막 2연전과 4월의 24게임을 포함한 26게임을 어떻게 치르느냐에 달려 있다. 김 감독의 말대로 반타작인 13승만 거둔다면 한화는 날개를 달 고 4강을 향해 치달릴 것이다. 롯데와의 2연전이 한화에겐 아주 중요한 게임. 누구를 선발투수와 포수로 기용할 것인지는 매우 중요하다. 1차전은 용병 우완 클레이를 예고했고, 2차전은 송창현이나 유창식이 예상된다. 포수는 수비형인 김민수를 기용하지 않을까 조심스레 전망한다.

부산사직 2연전에서 2승을 거두면 대만족이고 최소 1승1패는 해야 한다. 계속된 사직개막전에서 연패를 거듭해온 한화로서는 연패사슬을 끊어야 한다. 롯데는 송승준이 나오고, 2차전은 옥스프링, 또는 장원준을 내세울 것 같다. 한화는 지난 시범경기 마지막 2연전에서 롯데를 계속 꺾은바 있어 자신감을 갖고 있다. 첫 단추를 잘 끼우는 것은 야구에서 아주 중요하다. 한화가 3,4월에서 반타작을 하려면 롯데와의 2연전이 매우 중요하고 올 농사의 분수령이 될 것이다.

일단 출발이 좋으면 패배주의에서 벗어나 선수들이 자신감을 갖게 마련이다. 만일 대망의 4강에 오르면 우승을 못하라는 법도 없다. 포스트시즌은 단기전이라 아무도 예측 못한다. 사실 한화는 전문가의 평처럼 약체라 볼 수 없다. 국가대표 테이블세터였던 정근우, 이용규가 포문을 열고 피에, 김태균, 최진행, 정현석, 이양기 등의 화력이 폭발하면 대량득점이 가능하다. 투수력도 전체적으로 업그레이드됐고, 뛰는 야구가 가능해진 것은 무엇보다 고무적이기 때문이다.

權五德(본 클럽 이사/前대전일보주필)

권오덕  mog@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