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줌마 화가 K작가는 지난 지난해 대전에서 처음 열린 국제 아트 쇼(그림전시회)에 10여점의 작품을 출품했다.

그중에 10호짜리 유화 한점이 새 주인을 맞아 시집을 갔다. 그 작품 이름이 바로 `너와 나`<사진>였다. 작가의 설명에 의하면 `너`는 그의 집에서 기르는 강아지이고 `나`는 자신이라고 설명했다. 짐작하는대로 작가는 강아지와 자신을 동격으로 부르고 있다.

'너와 나'

유독 동물을 좋아하는 K작가는 작품에 등장하는 강아지를 길에서 주어왔다는 것이다. 길을 잃은 강아지였던 것이다. ‘까미’ 라고 불리는 그 강아지는 그날부터 지금까지 가족의 일원이되어있고 ‘나’는 ‘너’를 그리는 데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아트쇼가 끝나갈 무렵 한 아줌마가 작품 ‘너와 나’ 앞에서 석고상처럼 굳어있더라는 것이다. 그리고는 급기야 아줌마는 작품을 구입할 의사를 비치고 작품 내용에 이야기의 초점이 맞추어졌던 것이다. 알고 보니 아줌마고객은 그림 속의 강아지와 똑같은 강아지를 길에서 잃고 그동안 가슴을 졸여오던 끝에 그림 속에서나마 그 강아지를 발견했던 것이다.

둘이 서로 작품가격에 합의하고 드디어 작품과 대금을 교환하는 차례가 되었다. 그런데 여기서 또 한번의 아름다운 거래가 이루어 진 것이다. 작가는 작품가격에서 일부를 떼어 따로 준비한 봉투에 넣고 약속한 날에 새주인을 기다렸다고 한다.

봉투는 작품인수를 위해 찾아오는 아줌마 손에 들려줬음은 물론이다. K작가는 비록 그림속의 `너`지만 `너`의 사료값 일부까지 새주인에게 들려보낸 셈이다.

몇해 전 K작가는 식용으로 팔려가는 염소를 보고 염소값을 물고 염소주인에게 돌려주었다는 이야기를 필자에게 들려준 적도 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작가는 작가이전에 인간이어야 하고 인간은 측은지심을 갖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모든 인간이 K작가처럼 진정한 측은지심을 갖기가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김세영(본 클럽 고문 / 전 조선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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