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 입법 권력이 무소불위로 월권

우리나라의 통치권력 체제는 엄연히 3권분립제다. 상호간 견제하며 균형을 유지함으로써 국가권력의 집중과 월권, 독재를 방지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요즘 국회의 입법 권력이 3권 분립의 경지를 넘어 무소불위로 월권하고 있다.

국회의 입법 권력이 강해지면 상대적으로 사법, 행정부 권력이 약화돼 통치균형이 깨지게 된다. 행정부 권한인 시행령이나 규칙제정까지 국회의원들이 간섭하고 있다는 공무원들의 불평은 이미 오래됐다.

또 최근에는 전 서울경찰청장과 연루된 댓글사건 무죄판결을 이유로 국회의원들이 사법부 흔들기에 나섰다. “법과 정의를 외면한 채 통치권의 입맛에 맞춘 엉터리판결”이라는 이유다. 판사들의 재판권마저 입법 권력으로 장악 하려는 국회의원들의 월권이다.

특히 야당의 행태가 그렇다. 민주당은 지난 여름 내내 박근혜 대통령을 물고 늘어져 장외투쟁을 하다 냉담한 국민 여론에 밀려 슬그머니 자리를 접었다. 18대 대통령선거 때 국정원조직을 동원해 댓글공세로 변칙적인 선거운동을 했다는 이유였다.

정파적인 불리함을 내세워 야당국회의원들이 사법부를 공격하고 비난하는 행태가 점점노골화 되고 있다. 국민들로부터 공감을 얻을 만큼 타당성, 진실성이 전제돼야 한다. 허지만 재판의 원칙을 뛰어넘어 단순하게 자기들 정당에 불리하다는 이유만으로 재판결과를 비난하며 민심을 선동하는 것은 사법부에 대한 모독이고, 사법 권력을 장악하겠다는 월권이다.

국정원 개혁보다 국회개혁이 우선돼야

얼마 전 어느 판사가 “김일성 시신참배는 동방예의지국에서 무죄”라는 판결을 내렸을 때 민주당은 박수쳤다. 그뿐인가. 2004년 헌법재판소가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을 기각하자, “법과 정의를 지켰다.”며 헌재 판결결과를 하늘 닿도록 칭송 했다.

그러다 몇 달 후엔 노무현대통령의 대선공약인 “행정수도건설은 위헌”이라고 판결하자 “정치헌재”, “사법쿠데타” 등의 온갖 욕설비난을 쏟아냈다. 무소불위를 꿈꾸는 입법권의 횡포다. 국정원 개혁보다 국회개혁이 우선돼야 한다는 국민여론이 높아지는 이유다.

지금이 어느 시대인가. 사법부가 정권의 입맛 따라 재판한다고 생각하면 사법권에 대한 모독이다. 민주당은 대한민국의 제1야당이라는 자존을 지켜야 한다. 국민에게 수권정당으로서의 위상을 보여야 한다.

물론 때에 따라선 법관도 오판할 수도 있다. 그러나 증거에 대한 법관의 확신까지 문제 삼는다면 재판제도는 유지될 수 없다. 오판우려 때문에 2심, 3심제도가 존재하는 것 아닌가. 이 같은 사법부의 엄연한 제도적 절차를 무시한 채 “내 입맛에 맞는 재판”만 요구하는 주장은 제1야당의 자존을 훼손하는 억지고, 3권 분립제도를 부정하는 사법권 침해다. 집권욕심 채우기 위해 ‘야권단일화’명분을 내세워 국민정서에 이반하는 정치적 담합행위까지 해온 정당이 민주당이 아니던가.

민주당의 급선무는 ‘좌파정당’이란 오명부터 벗어야

북한의 세습독재 추종집단인 종북 좌파세력들까지 국정단상에 등극시켜 내란음모까지 획책케 한 책임은 어느 정당의 몫인가. 민초들은 민주당이 건전한 야당이기를 희구한다. 툭하면 길거리로 나서는 경거망동이나, 쓸데없는 막말 때문에 오히려 지리멸렬한 여당의 무능함마저 덮어주는 역류현상을 자초해선 안 된다.

민주당의 급선무는 ‘좌파정당’이란 오명부터 벗어야한다. 의석수에 미련 두지 말고 하루속히 국민 앞에 좌파세력들과 결별을 선언하고 새 정당으로 재출발을 해야 이반된 민심을 되돌릴 수 있다.

재판권을 침해하는 따위의 자가당착에서 헤어나야 한다. 여당은 항상 여당이 아니다. 야당도 항상 야당이 아니다. ‘국태민안’과 ‘국리민복’을 위해 사명을 다하는 정당만이 국민지지를 흡수할 수 있다. 국정원 개혁도 당장의 감정만 앞세우지 말고 훗날 민주당이 집권했을 때를 생각해야 한다.

류인석(본 클럽 회원 / 전 경향신문 중부본부장)
 

류인석  mogyoclub@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