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래시장에서는 각종 곡식을 되로 재서 판매하기도 하고, 바가지를 사용하기도 한다.

5일장이 선 신탄진시장에는 이른 아침부터 사람들이 몰렸다. 콩을 머리에 이고 온 아낙은 좌판을 펴고 앉은 늙스구레한 남자 앞으로 다가갔다. 그 남자 앞에는 맷방석 위에 되(됫박)과 말, 저울 등이 놓여 있었다. “콩 금이 어떻게 되나유?” 아낙이 묻자 남자가 답한다. “오늘은 두냥 일곱전이유” “지난 장에는 세냥이었다고 하던데...” “그랬지유, 하지만 오늘은 금이 떨어졌시유” 그때 한 할머니가 다가오면서 물었다. “콩을 팔거유” 그러자 곧 흥정이 이뤄졌고, 남자는 아낙에게서 콩을 받아 되에 담았다. 닷되를 담고 나자 한 되 안되게 콩이 남았다. 닷되를 담아 할머니에게 콩을 건넨 남자는 남은 콩을 자신이 갖고 있던 자루에 담았다.

과거 우리에 5일장에서 흔히 볼 수 있던 풍경이다. 뜬금없이 5일장 얘기로 시작한 것은 “뜬금없다”라는 말의 유래를 알아보기 위해서다. 교통, 통신이 발달하지 않았던 과거에는 시장의 물건 가격을 제대로 알 수 없었다. 그래서 시장마다 가격을 정하고 거래도 성사시켜 주는 사람들이 있었다. 이들이 ‘말감고(말監考)’이다. 지역에 따라 되잡이, 되장이, 되강구, 마강구 등으로 불렸다. 말이나 되를 사용해서 계량을 하고 오늘날의 경매사와 비슷하게 물건 값을 정하는 일이 주된 일 이었다. 또 생산자와 소비자들이 되나 말, 저울 등 계량기를 갖고 다닐 수 없었기 때문에 말감고들이 이를 구비해 놓고 계량을 해준 것이다.

 

요즘 시장에서는 상인과 소비자들이 직접 거래를 하면서 말감고들의 역할이 사라졌다. 판매를 위해 말에 담아놓은 대추

큰 시장에는 말감고가 여러명 있었고, 이들을 총괄하는 사람을 도감고라고 했다. 도감고와 말감고들이 그날의 물건가격을 좌지우지한 것이다. 되질한 후 (되나 말로 물건을 재어 거래한 후) 쌀, 콩 등이 조금씩 남게 되는데 이를 ‘되밑’이라 했고 이것은 말감고의 몫이었다. 일종의 거래수수료인 셈이다. 물건을 파는 사람들이 항상 조금은 남게 가져오는 게 관례였다. 만약 되밑이 없으면 돈으로 수수료를 받기도 했다. 말감고들이 가끔씩 농간을 부리기도 했지만 보통은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에서 부당거래를 막고, 유통 질서를 지키는 역할을 했다.

옛날에는 값을 ‘금’이라고 했다. 말감고들이 정한 값, 즉 띄워놓은 가격이 ‘띄운 금’이다. 띄운 금이 변해서 뜬금이 된 것이다. 또는 일정하지 않고 떠서 움직인다고 해서 뜬금이라고 했다는 설도 있다. 어쨌든 뜬금은 항상 일정하지 않고 변동한다.

그런데 이런 ‘뜬금’이 황당할 정도로 심하게 변하면 ‘뜬금이 없는 경우’가 된다. 즉 경제적 요인이나 말감고의 농간으로 시세 변동 폭이 큰 경우에 ‘뜬금없다’고 했다. 이런 뜻이 변해서 ‘갑작스럽고도 엉뚱하다’는 의미로 사용하게 된 것이다.

되와 바가지는 물론 저울을 갖춰 놓고 물건을 판매한다.

말감고들은 교통통신의 발달과 경제적 여건의 변화로 1970년대 이후 급격하게 사라져 지금은 추억 속의 직업이 되었다. 또 요즘에는 되나 말, 재래식 저울의 사용이 확연하게 줄었다. 대신에 kg 단위가 일반화되면서 눈금저울과 전자저울이 주로 사용되고 있다.

최근 카드사들의 개인 정보 대량 유출 사건에 대한 뜬금없는 주장이 나왔다. 국회정보위원장을 맡고 있는 새누리당 서상기 의원은 지난 1월 21일 “이번 사건을 단순하게 ‘금전적 이득을 취득하기 위한 개인적 범죄 행위’라고 결론 내리는 것에 동의하지 못한다”며, “배후에 불온세력이 있는지 이런 부분에 대해 신속한 수사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정한 정황 증거나 단서도 없는 상황에서 ‘배후에 불온 세력 가능성’ 운운해서 색깔론을 드러냈다.

수사기관이 이런 부분에 대해서도 가능성을 열어 놓고 수사를 하는 것이야 당연한 일이지만 국회의원이 뜬금없이 해야 할 얘기는 아니다. 자신이 발의하거나 관심 있는 법안의 통과를 의식한 발언일 수도 있지만 뜬금없는 이런 발언은 책임 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이 할 소리는 아니다.

강구일(대전문화타임즈 편집위원) 

※대전일보와 중도일보에서 기자 생활을 한 필자는 사학과 출신답게 우리 지역의 지명을 비롯한 뿌리찾기에 관심이 많다. 앞서 대전문화타임즈 편집위원으로 <대전 지명 이야기>를 통해 우리 지역의 지명에 대해 역사적 흔적을 찾아 발로 뛰며 지명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선보였다

 

기사출처<대전문화타임즈  www.dmtimes.co.kr>

 

강구일  ki3279@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