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선의 신선도를 위해 소금을 뿌려 놓았다.

염장(鹽藏)은 소금에 절여 저장하는 것을 말한다. 군대에서 소금에 절인 단무지 같은 무를 염장무라고 했다. 또 소금과 간장을 의미하는 염장(鹽醬)은 음식의 간을 맞추는 양념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기도 하다.

이런 염장에 뿌린다는 뜻을 가진 ‘지르다’가 붙으면 염장을 하는 행위가 된다. 즉 생선이나, 고기, 채소 등에 소금을 뿌려 절이는 행위를 말한다. 상하지 않고 오래도록 보관을 하기 위해서 염장을 하는 것이다. 또 숨을 죽이거나 간을 맞추기 위한 방법으로도 사용했다. 염장의 원래 의미가 그대로 살아 있다.

이런 '염장지르다'가 오늘날에는 '화를 더욱 돋우는 행위'로 의미가 확장됐다. 옛날에 죄인들을 고문할 때 상처를 내고 그 위에 소금을 뿌렸다. 아픈 곳을 더욱 아프게 해서 원하는 대답을 듣기 위한 고문 방법의 하나였다. 여기서 유래된 '염장지르다'는 화난 상황에서 더욱 화를 돋우는 행위를 뜻하는 말로 바뀌었다. 즉 불난 집에 부채질 한다는 의미와 비슷한 뜻이다.

또 염통의 ‘염’과 내장의 ‘장’이 합쳐서 염장이 됐고, '지르다'는 '대상을 때리거나 찌르는 행위'를 의미하므로 여기서 '염장지르다'가 유래됐다는 설도 있다.

보관을 위해 소금으로 버무려놓은 미역

이와 함께 통일신라시대 때 장보고의 심복 염장(염문)이 장보고를 칼로 찌른 것을 ‘염장지르다’라고 표현했다고도 한다. 이 설은 후대에 역사적 사건에 빗대어 풀어 낸 유래일 가능성이 높다.

최근 KB국민, 롯데, NH농협 등 3개 신용카드사의 개인정보가 유출되자 국민들이 멘붕 상태에 빠졌다. 우선 ‘나’에 대한 모든 정보를 ‘나’아닌 다른 사람이 갖고 있다는 것에 대한 불쾌감이 형성됐다. 또 정보 유출로 경제적인 피해를 우려하며 전전긍긍하고 있다. 이를 반증하듯 3개 카드사의 재발급, 해지 건수가 불과 며칠 만에 5백만 건을 넘어섰다. 영업점은 북새통을 이뤘고, 전화는 제대로 연결 안됐으며 홈페이지는 다운됐다. 피해를 입은 국민들은 이래저래 분통이 터질 수밖에 없었다.

이런 상황임에도 뒤늦게 진화에 나선 이 나라 경제부처의 수장인 경제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국민들의 염장을 질렀다. 그는 지난 1월 22일 “어리석은 사람은 무슨 일이 터지면 책임을 따진다”며 개인정보유출 사태에 대한 금융 당국의 책임을 무시했다. 게다가 “우리가 다 정보 제공에 동의해줬지 않느냐”며 정보 유출을 국민 탓으로 돌렸다. 한마디로 정부 당국은 책임이 없고 ‘어리석은 사람들’의 책임이란 인식을 갖고서 한 말 들이다. 가뜩이나 불안과 고통 속에서 패닉 상태에 빠진 국민들의 가슴에 확실하게 소금을 뿌리고 짓이기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염장 지르는 행위에 대해 뒤늦게 해명과 사과를 했지만 이런 인식을 가진 사람이 경제부처의 수장이라니 우리 경제의 앞날이 암담하기만 하다. 많은 국민들이 깊어지는 경제불황 속에서 커다란 고통을 당하고 있는 요즈음 그 ‘고통’을 국민 탓으로만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강구일(대전문화타임즈 편집위원)

대전일보와 중도일보에서 기자 생활을 한 필자는 사학과 출신답게 우리 지역의 지명을 비롯한 뿌리찾기에 관심이 많다. 앞서 대전문화타임즈 편집위원으로 <대전 지명 이야기>를 통해 우리 지역의 지명에 대해 역사적 흔적을 찾아 발로 뛰며 지명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선보였다.

기사출처<대전문화타임즈  www.dm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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