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저녁 함께 자리했던 어느 자매가 전화를 받고는 “뭐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산소에 성묘 다녀왔다고?”라 반기며 되물었다. 그래서 “누가 부모님 산소에 성묘 다녀왔다는데 그렇게 반기느냐?”고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자매는 그날 성묘를 다녀온 한 사람의 이야기를 했다.

주인공은 40여 년 전 어느 날, 자신이 부모님을 모시고 동구 오정동에 살 때부터 인연이 생겼다고 했다. 그날 직장에서 퇴근해 보니 처음 보는 갓난애가 강보에 쌓여 안방 어머니 품에 안겨있었다. 귀엽기도 하고 놀랍기도 해 “누구 아이냐?”고 물었다. 어머니는 답 대신 “참 귀엽고 잘 생겼지?”라며 한번 안아나 보라며 넘겨주셨다.

아이를 넘겨준 어머니가 말문을 열었다. 아이는 그 날 이른 아침 동네 목욕탕을 다녀오던 자매의 바로 아래 여동생이 집에 들어오며 집 대문 앞에 놓여있었던 것이다. 무엇일까 하고 가까이 다가 보니 강보에 웬 갓난애기가 쌓여 있더라는 것이다.

놀란 여동생은 쏜살같아 방으로 뛰어 들어가 부모님에게 이러한 일을 알렸다. 딸 못잖게 놀라신 부모님은 함께 나가 강보에 쌓인 갓난애를 발견하고는 이게 어찌 된 일이냐며 놀라시며 우선 강보에 쌓인 애를 방안으로 데리고 들어왔다.

기저귀도 볼 겸 강보를 풀었다. 이 때 애의 등 뒤에서 웬 편지 봉투 하나가 나왔다. 궁금한 마음에 서둘러 편지를 꺼내 보았다. 편지는 애 어머니가 써 남긴 것이었다.

‘할아버지 할머님 죄송해요, 제가 낳게 된 아이를 도저히 키울 수 없는 처지입니다. 저는 그간 직장을 오가며 할아버지 할머니 집 앞을 하루 두 번씩은 지나가게 되었답니다. 제가 낳은 아이를 도저히 키울 수 없는 처지에서 맡길만한 곳을 생각하던 끝에 할아버지 할머님 생각이 문득 났답니다.

어렵고 힘드시겠지만 제 애를 잘 키워주실 거라는 생각이 떠올라 이렇게 경우에 없는 짓을 하게 되었습니다. 애의 생일은 1970년 *월**일입니다. 이름은 아무개입니다. 두 분 해로하시며 만수무강하시기를 바랍니다. 철없는 17살 어미 드립니다.’

자매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손주보기를 학수고대하던 중에 친손자는 아니지만 어려운 가운데 나이 어린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아이를 어쩔 수가 없어 여러 가지 어려운 가운데서도 집에서 길러 한사람의 사회인으로 진출할 수 있게 했다.

그런 가운데 커나는 애는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외할아버지 외할머니라 부르게 되며 미혼으로 살던 할아버지 둘째 딸을 어머니, 그 아래 두 여동생은 이모 남동생은 외삼촌이라며 부르며 가정과 가족에 대한 갈증을 풀며 살아왔다.

박천규(본 클럽 고문 / 전 대전MBC 상무)

박천규  mog@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