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사용하다가 흙벽을 뚫어서 만든 봉창. 창호지가 아닌 비닐로 막았다.

봉창(封窓)은 우리 옛 전통가옥에서 자주 볼 수 있던 창이다.

창은 빛과 바람을 받아들이는 역할을 한다. 어두운 곳을 밝게 하고, 습기를 없애며 환기를 시키는 것이다. 문도 비슷한 역할을 하지만 문은 사람이 드나드는 것이 주 용도인데서 창과 구분됐다. 오늘날에는 창과 문의 구분이 애매해졌다. 특히 아파트나 현대식 건물의 베란다 창문처럼 창과 문의 2중 용도로 사용하는 것이 많아졌다. 따라서 창문이라고 두 단어를 한 단어로 사용하는 게 일반화됐다.

원래 창을 내려면 창틀이나 창살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봉창(封窓)은 창틀이나 창살이 없이 만든다. 당연히 창을 여닫을 수 없는 붙박이창이다. 창틀이나 창살을 만들 경제적 여유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고, 때로는 굳이 여닫을 필요가 없이 채광만 필요했기 때문이다.

우선 집을 지을 때 창을 만들 공간을 남겨 놓고 흙벽을 쌓는 게 일반적이다. 때로는 기존의 흙벽을 뚫어 봉창을 만들기도 한다. 방에 만드는 봉창은 채광을 위해 벽의 위쪽에 설치했다. 그리고 안쪽에서 창호지를 발랐다.

또 부엌이나 헛간에도 봉창을 만들었다. 방에 만든 봉창이 단순히 채광용인데 비해 부엌의 봉창은 채광과 통풍을 위해 만든 것이다. 이 봉창은 작은 구멍을 여러 개 내기도 하고 나뭇가지로 살을 만들기도 했으나 창호지를 붙이지는 않았다. 부엌 위쪽에 설치하는 봉창은 나무를 땔 때 나오는 연기를 배출하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자다가 봉창 두드린다”는 속담이 있다. 한참 자다가 일어나서 벽 위쪽에 있는 봉창을 두드린다는 것은 엉뚱하기 짝이 없는 행동이다. 잠결에 문인지 창인지 구분하지 못하고 봉창을 열려는 행동은 몽유병자로 오인 받기 딱 알맞다. 이 속담은 이야기를 하는 도중에 그 상황이나 자리에 맞지 않게 엉뚱한 소리를 할 때 사용한다.

창틀까지 넣은 부엌 위의 봉창

한참 중요한 얘기를 하는데 중간에서 뚱딴지 같이 그 얘기와 전혀 관련이 없는 얘기를 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자다가 남의 다리 긁는다’는 속담과 같은 뜻이다.

한편 ‘봉창하다’는 말은 물건을 몰래 모아서 감추어 두거나 손해 본 것을 벌충한다는 뜻이다. 봉창(封窓)과는 전혀 관련 없는 단어이다.

최근 교육부가 국정(國定)교과서를 부활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1946년부터 초등은 국정, 중고교는 검정교과서를 사용했다. 유신시절인 1974년 국정교과서 체제로 바뀌었다. 이후 민주화가 진행되면서 검인정교과서 체제로 바뀌었다. 역사교과서는 2002년에야 한국 근현대사가 검정으로 바뀌었고, 2010년에야 가까스로 역사 관련 전 과목이 검정으로 바뀌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이제 와서 갑자기 국정교과서 타령을 하는 것은 자다가 봉창을 두드리는 짓이다.

이에 앞서 교육부는 교학사 역사교과서를 통해 특정한 이념과 사상을 주입하려고 시도하다가 교과서 채택율이 0%대에 달하자 체통을 완전히 구겼다. 새누리당과 교육부의 전폭적인 지지에도 불구하고 교과서 자체의 문제로 전국에서 채택을 거부당한 것이다. 이에 뜬금없이 국정교과서 부활을 추진하고 나선 것이다. 편수조직을 강화하겠다는 서남수 교육부장관의 말은 국정교과서 제작으로의 첫걸음을 떼는 일이다. 다양한 이론과 학설을 주장하는 검인정 교과서의 검정과 편수에 깊이 관여하겠다는 것은 국정교과서로의 회귀에 다름 아니다. 정부의 입맛에 맞는 대로 교과서를 제작해 획일적이고 편향적인 교육을 하겠다는 속셈인 것이다.

새누리당 염동열 의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선진국 가운데 교과서를 국정으로 가는 경우가 없다는데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 러시아나 베트남, 필리핀 등이 국정교과서를 하고 있다. 특히 북한은 국정교과서를 채택하고 있지만.....”이라고 답변했다. 이어지는 질문에 “선진국이라는 개념보다는 우리나라는 특수한 입장”이라고 했다. 말도 안되는 국정교과서 제작 이유를 들다보니 필요한 사례를 끌어다 무리하게 선진국으로 포장하고, 우리의 특수한 입장을 들이대는 궁색한 논리를 편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와 새누리당이 교육을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보다는 정권을 유지, 존속시키는 수단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아 씁쓸한 마음 금할 길 없다.
 

강구일(대전문화타임즈 편집위원)

대전일보와 중도일보에서 기자 생활을 한 필자는 사학과 출신답게 우리 지역의 지명을 비롯한 뿌리찾기에 관심이 많다. 앞서 대전문화타임즈 편집위원으로 <대전 지명 이야기>를 통해 우리 지역의 지명에 대해 역사적 흔적을 찾아 발로 뛰며 지명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선보였다.

기사출처<대전문화타임즈  www.dmtimes.co.kr>

 

강구일  ki3279@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