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전 가끔 이용하는 한 우체국을 찾았다. 자기에 관한 글이 실린 책 한권을 바라는 이에게 책을 보내기 위해서다. 해당 창구를 찾아 책을 내밀며 일반소포로 보내달라고 했다. 담당 여직원에게 “요즘 우편물을 보내면 제대로 들어가지 않는 일이 종종 있나 보다며 일반 소포로 보내면 그런 일은 없겠지요?”라며 직원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이 말에 옆에 앉았던 여직원이 말을 받았다. “등기로 보내도 제대로 배송되지 않는 일이 있는 걸요?”라더니 “받아 볼 사람이 확실하게 받아 보게 하려면 고객님 등기로 보내면 되지요”라며 가르쳐 주듯이 말했다. 이에 “등기로 보내도 제대로 배송되지 않는 일이 있다면서 등기로 보내면 틀림없이 받아 본다는 말을 어떻게 믿겠느냐”고 물었더니 여전히 “등기로 보내도 그런 일이 있다” 며 “그래도 등기로 보냈기에 송부한 우편물을 되찾아 줄 수 있었다”면서 별스럽지 않은 일인데 뭘 그런 걸 가지고 그러느냐는 식으로 말했다.

지난 연말 책을 보내려는 이에게 책을 보내기 전에 원고를 복사해서 편지로 우선 보내며 원고가 실린 책은 구하는 대로 보내주겠다며 약속을 했다. 그 후 그로부터 복사 원고와 함께 보낸 편지가 아직 배달되지 않았다며 궁금하다는 전화가 몇 번 왔다. 때문에 책을 구해서 보내기 전에 보관하고 있던 책이라도 먼저 보내려고 오늘 우체국을 찾은 것이다.

지난 해 연초에는 혼주의 입장에서 청첩장을 발송했다가 주변에 다른 사람들은 청첩장을 다 받았다는데 자신은 아직 받아보지 못했다며 서운해 하는 듯한 전화를 한 지인으로부터 받은 일이 있다. 이 말을 듣고 너무나 미안한 마음에 결혼식이 며칠 남지 않았으니 청첩장을 등기로 보내겠다고 했더니 결혼일자와 식장은 다 아는데 그럴 필요가 어디 있겠느냐는 전화를 받은 일도 있다.

청첩장은 결혼식이 다 끝난 다음 달 주소불명으로 반송되어왔다. 그러나 청첩장을 받아 볼 이의 주소는 발송 당시나 반송되었을 때나 같은 주소. 주변에 한 40대주부는 지난 해 어버이날에 둘째 아들이 보냈다는 축하편지를 아직도 받지 못했다며 어버이날에 정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다며 나무랐던 둘째에게 지금도 미안한 마음이라 했다.

일반소포로 책을 발송하고 아무런 쓸모가 없을 영수증을 받아 나오며 수취인이 확실하게 받아 보게 하려면 등기로 발송하라던 창구 직원에게 다시 그렇게 말을 하면 되느냐고 했더니 ‘그러면 어떻게 말을 해야지요?’라며 자리에서 일어나서 똑 바로 쳐다보았다.

5, 6명이 근무하는 사무실에서 고객과 창구 직원 간에 아침부터 이러한 어색한 분위가 연출되어도 책상 위 서류만 열심히 뒤적이던 우체국장은 어느새 살그머니 자리를 떠나 보이지 않았다.

믿고 맡긴 편지 한통일지 모르지만 제대로 배달이 되지 않았을 때 체신행정과 우정에 대한 믿음과 신뢰에 대해 갖게 되는 커나는 불신과 실망은 그대로 내버려 둘 셈인지 묻고 싶다.

박천규(본 클럽 고문 / 전 대전MBC 상무)

박천규  mog@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