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2월 대통령선거 때 여야 국회원들은 앞 다투어 특권포기를 선언했다. 상당부분의 기득권을 내려놓겠다는 선언이었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까지 공약(公約)은 공약(空約)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국회 내에 민초들은 알 수도 없는 비상설기구들을 만들어 수당이나 챙기는 무노동 무임금 원칙위반이나, 업무상 사슬이 되어 어쩔 수 없이 참석해야하는 모금형 출판기념회 따위의 권력형 편법특권행사는 더욱 강화되고 있다.

특히 불체포 특권이나, 경제적 수익과 관련된 특권에 대해선 여야의원들 모두 “우리가 언제 그런 공약했었느냐”는 듯 입도 뻥끗하지 않고 있다. 날마다 싸움질만 하다가도 이권이나 특권 지키기에는 여야가 군말 없이 한통속이 된다. 지난여름 내내 장외투쟁 미명으로 국회를 외면한 민주당의원들에 대해 무노동 무임금원칙은 여야 모두 벙어리가 됐다. 지난 대선 때 민주당은 국회의원들의 세비 30% 삭감공약을 했었다.

무노동 무임금과 함께 기득권을 내려놓겠다고 공약

새누리당 역시 무노동 무임금과 함께 기득권을 내려놓겠다고 공약했다. 그러나 대선이 끝난 직후 여야당국회의원들은 누구하나 공약책임론을 거론하는 사람 없이 전년도 대비 20% 정도나 2013년도 세비를 올려서 챙겨먹었다는 것이다.

결국 선거 때 국회의원들의 공약은 표심들을 속이기 위한 거짓말이었다. 옛 부터 “방구 뀌어 강아지 속인다.”는 속담이 있었지만, 자칭 선량들이 표심을 속여 치졸한 정치현실을 스스로가 인정한 셈이다. 날마다 떠들어댄 ‘민주주의’구호도 결국 내란음모를 꾸미는 이석기 같은 좌파집단을 호도하기 위한 헛구호였음을 입증한 것과 다를 바 없다.

▲ 자료사진 : 국회

별로 하는 일도 없이 비상설(非常設) 특위를 명분으로 6개월마다 수천만 원씩 활동비를 받아 챙기는 데는 견원(犬猿)지간인 여야가 단짝 되는 기현상도 연출하는 게 국회의원들의 생태라니, 등뼈 휘도록 혈세 물어온 민초들만 골탕 먹은 셈이다.

보도에 따르면 국회의원들의 특권 부조리는 또 있다. 업무상 외국 출장 경우 숙박비, 교통비, 식사비, 일당비 등 소요경비가 모두 국회예산으로 지원되고 있다. 그러나 관광일정까지 포함된 전체 경비는 사실상 출장지역 공관이나 현지에 파견된 한국기업들이 해결해주는 게 관례가 돼있다는 것이다.

별로 하는 일도 없이 비상설(非常設) 특위 명분 6개월마다 수천만 원씩 활동비

현재 국회의원들의 세비는 차관급봉급액에 해당하는 수당, 입법 활동비, 특별활동비, 입법 및 정책개발비, 여비 외에 중고등학교 이상 자녀들 학자금까지 지원되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에서 발간되는 모 신문은 “지난해 여야가 경쟁적으로 약속했던 세비삭감은 결과적으로 대국민 사기극이 됐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대선 때 민주당 국회의원 전원이 세비30%삭감 법안에 서명하자, 새누리당도 “민주당이 제안한 세비30%삭감안을 즉시 실천할 것을 약속한다.”고 밝혔다.

그 밖에도 국정감사나 예산안심사 등 입법권한의 막강한 영향력 행사시기를 앞두고 국회의원들은 너도나도 기회라는 듯, 출판기념회를 연다. 여기서 거둬들이는 돈은 정치자금법 규제를 받지 않는다. 사실상 국정감사나 예산심의권을 등에 업은 편법적 모금행위다. 국정감사에 관련된 기관단체에서는 호된 후환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에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임직원들이 총출동해서 출판기념회장을 찾아간다.

국회의원들은 너도나도 기회라는 듯, 출판기념회를

출판기념회는 불투명한 정치자금 모금창구로 관행화 된지가 오래다. 힘깨나 쓰는 관록 붙은 국회의원은 출판기념회 한번이면 몇 년은 살 수 있는 목돈이 모아진다는 것이다. 출판기념회는 정치자금법 적용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책의 구매량이나, 구매액수에 제한이 없다. 국정감사나 예산심의 대상부서에서 다량으로 구매할 수도 있고, 또 정가(定價)와 관계없이 고액으로 구매할 수도 있다.

여야가 약속한 기득권 내려놓기 공약가운데 지금까지 실천, 결의된 것은 ‘국회폭력처벌강화’뿐이다. 개별적으로 이해상관이 없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기초단체장이나 기초의원에 대해 정당공천도 폐지하겠다고 공약했었다. 그러나 지방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오고 있는 현재까지도 결정을 질질 끌고 있다. 국회의원들이 자기지역구의 지방선거 출마자들에 대한 공천권행사에 모종의 미련을 버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여야가 당리당략 정쟁에는 이전투구하면서도 이권 챙기기엔 군말 없이 잘도 어울린다. 이젠 표심이 나서 선거로 심판하는 수밖에 없다. 6.4지방선거가 다가서고 있다. 표심 속이는 거짓말 정치인은 지방, 중앙 가릴 것 없이 아예 뽑아주지를 말아야 한다. 국가사직의 영고성쇠는 위정자들의 정쟁 따라 부침했다. 이대로 방관하면 좌파집단의 춤판에 혈세모두 빼앗길 판이다.

류인석(본 클럽 회원 / 전 경향신문중부본부장)
 

류인석  mogyo@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