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2일까지 한밭도서관에서 전시
한밭도서관의 한 사서가 3년 여 노력으로 고문헌을 번역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올해 사서 경력 20년 차인 오종필(48)씨는 지난 11일부터 한밭도서관 전시실에서 ‘우리나라 고문헌 전 <해동문헌총록>’을 열고 있다. 그가 번역한 내용 중 20편을 골라 한문 저본과 번역을 전시하고 있다. 얼핏 보면 평범하고 따분한 전시일 수도 있지만 꼬박 3년 6개월이라는 시간을 <해동문헌총록>에 매달린 땀과 노력이 흥건히 배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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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밭도서관 오종필 사서가 3년 6개월 동안 <해동문헌총록>에 매달려 그 완역한 결과를 전시하고 있어 화제다. | ||
오 씨가 애초 이 고문헌을 번역하기로 마음먹었던 것은 아니었다. 대학에서 문헌정보학을 전공한 그는 구 도서관에서 한밭도서관으로 전입을 와 자료실에서 고서를 관리하다 <만주원류고>라는 책을 번역해봐야겠다고 결심했다. 만주 강역에 속한 나라를 풀이한 이 책과 몇 개월을 씨름해 그 결과를 당시 향토사료관 양승률 박사에게 가지고 갔다. 내심 칭찬이라도 받을 줄 알았지만 “형편없다”는 말밖에 들을 수 없었다. 양 박사는 그러면서 “쉬운 것부터 해 보라”며 “<해동문헌총록>을 권했다.
그렇게 <해동문헌총록>과의 길고 긴 인연이 시작됐다. 2009년부터 시작한 번역 작업은 처음엔 순탄했다. 서명, 저자 등 60페이지까지는 문제 없었다. 원문과 해석을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한다고 계획을 세우고 원문을 하나하나 해석했지만 문장이 어디에서 끝나야 하는지, 마침표를 어디에 찍어야 할 지 알 수가 없어 한문 공부를 병행해야 했다.
서문을 푸는 데만 꼬박 6개월이 걸려 한 땀 한 땀 노력한 결과를 갖고 다시 양 박사를 찾았다. 이번에는 뭔가 좋은 평가를 받으리라 기대했지만 이번에도 “형편없다. 교수님이 아셨으면 아마도 크게 혼내셨을거야”라는 말 밖에 돌아오지 않았다. <해동문헌총록> 원본을 처음 찾아낸 강주진 교수와 함께 영인본으로 만든 모교(충남대) 윤병태 교수를 두고 하는 말이었다.
양 박사 말대로 <사서삼경>부터 다시 읽어야 했다. 1200페이지에 달하는 <도올논어>를 읽고 나서야 고문이 조금 보이기 시작했다. 번역에 속도도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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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종필 사서가 번역한 <해동문헌총록> 영인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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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해동문헌총록>에 천착(穿鑿)하길 2년 6개월만인 2012년 6월 그는 상권 50권을 발간해 국립중앙도서관, 대학도서관 등에 배포하는 결실을 거두었다. 그 동안 하나하나의 시문이 번역된 적은 있었지만 오 씨처럼 처음부터 체계적으로 <해동문헌총록> 상편을 번역해 낸 것은 처음있는 일이었다. 특히 심의의 ‘기몽’ 부분은 달리 의존할 자료가 없어 순전히 오 씨의 힘으로 다 번역해냈다.
그 후로도 그의 번역 작업은 계속돼 고단한 작업을 시작한 지 3년 6개월마인 지난해 3월 <해동문헌총록>이라는 번역 숙제를 끝마칠 수 있었다. <해동문헌총록> 670책 중 널리 알려져 있는 ‘동문선’과 ‘족보집’, 중국시문을 찬술한 ‘황화집’ 등 3책을 뺀 667책을 고스란히 완역한 것이다. 그 대단원의 결과는 한국의 지식컨텐츠 KRPIA의 3개월에 걸친 심사 끝에 지난해 4월 모두 실렸다.
오종필 씨는 이번 전시회가 갖는 의미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고서는 전시장 유리관 속에 머물잖아요. 전시된 고서가 아니라 그 내용을 알고 싶어 3년 반 동안 미쳤던 것 같아요. 그러면서 불교책을 풀려면 스님이 돼야 하고, 유교책을 풀려면 선비가 돼야 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어요. <해동문헌총록>이 행적이 선한 이의 저작만을 가려 뽑았던 것인 만큼 저도 좋은 마음, 선비정신을 본받자고 시작한 것이 이런 결실로 이어져서 자부심을 느낍니다.”
박종명(대전문화타임즈 대표기자)
# 기사출처<대전문화타임즈 www.dmtimes.co.kr>
박종명 cmpark6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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