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 여름날 곱게 드리워진 무지개

하늘나라 다리일까
구름나라 다리일까~’
-작은거인의 「일곱색깔 무지개」 중에서

어렸을 적 서산에 걸린 무지개가 너무 아름다워 친구들과 무지개 끝을 찾으러 간 적이 있었다. 저녁나절의 무지개는 더욱 화려했다. 환상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무지개 너머에 아주 아름다운 것이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는 산 밑에 다다랐을 때, 허망함으로 바뀌었다. 어느새 무지개가 사라졌던 것이다. 그러나 이후에도 무지개를 보면 잠시나마 무지개 너머로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곤 했다.

초등학교 때 외웠던 ‘빨주노초파남보’(바깥쪽으로부터)라는 무지개의 일곱 가지 색깔은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무지개는 그 아름다움으로 인해 누구에게나 환상을 불러일으키는 이미지를 갖고 있다.

▲ 고려대 인촌기념관 앞 분수대 앞에 모습을 드러낸 무지개

무지개는 공기 중의 물방울에 의해서 태양광선이 반사, 굴절되어 나타난다. 비가 온 후 태양의 반대쪽에 생긴다. 또 폭포나 분수대가 있는 곳에도 자주 나타난다. 무지개는 보통 무지개(1차 무지개)와 2차 무지개, 과잉무지개, 반사무지개, 안개무지개, 수평무지개 등 종류가 다양하다.

특히 2차 무지개는 빗방울 안에서 빛이 두 번 반사, 굴절되는 것으로 매우 아름다운데 이를 쌍무지개라고도 한다. 빛이 곱고 맑게 보이는 것을 수무지개(1차 무지개), 흐린 것을 암무지개(2차 무지개)라고도 했다. 수무지개는 안쪽에, 암무지개는 바깥쪽에 위치한다.

무지개는 ‘무+지개’이다. 세종 때 지은 ‘용비어천가’에는 「므지게」라고 기록되어 있다. 무는 물에서 ‘ㄹ’이 탈락한 것이다. ‘지개’는 ‘지게’이다. ‘지게’는 짐을 져 나르는 지게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옛날에는 문(門)의 뜻으로 쓰였다.

▲ 방에서 부엌으로 통하는 고 육영수여사 생가의 지게문

지게문은 마루나 부엌 같은 데서 방으로 드나드는 한짝으로 된 외짝문이다. 옛날 한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한짝으로 된 문이다. 주로 방문이나 부엌으로 통하는 곳에 만들었다. 특히 요즘과 달리 밥상을 들고 안방으로 가려면 멀기 때문에 부엌으로 통하는 작은 문을 만드는 경우가 많았다.

결국 무지개는 ‘물로 이루어진 외짝문’이란 뜻이다. 위 노래의 가사처럼 하늘로 가는 다리이기보다는 하늘로 통하는 문인 셈이다.

무지개는 꿈, 희망, 환상, 동심 등 다양한 것들을 상징한다.

▲ 두짝이 아니라 한짝으로 된 지게문

연초에는 누구나 야심차게 새로운 계획을 세운다. 금연, 금주(절주), 운동, 다이어트, 취업 등. 이러한 계획의 실천으로 보다 나은 무지개빛 미래를 설계하면서 각오를 다진다. 시간이 지나면 무지개가 사라지듯 작심삼일로 끝나거나 얼마 가지 못해 도로아미타불이 되곤 한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계획의 성공으로 보다 나은 삶을 살아간다.

아무 계획 없이 새해를 시작하기 보다는 무언가 새로운 것들에 대해 도전하는 것이 훨씬 아름답다. 비록 실패로 끝날 수도 있지만, 자신의 노력여하에 따라 인생의 무지개도 오랫동안 떠있을 수 있을 것이다. 환상과 현실 사이에 있는 무지개를 생각하면서 더 나은 내일을 위해, 더 행복하기 위해 무엇인가를 시도해보자. 독자들 마음속의 무지개가 1년 내내 '안녕들 하길' 기원하며...

강구일(대전문화타임즈 편집위원)

대전일보와 중도일보에서 기자 생활을 한 필자는 사학과 출신답게 우리 지역의 지명을 비롯한 뿌리찾기에 관심이 많다. 앞서 대전문화타임즈 편집위원으로 <대전 지명 이야기>를 통해 우리 지역의 지명에 대해 역사적 흔적을 찾아 발로 뛰며 지명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선보였다.

기사출처<대전문화타임즈  www.dmtimes.co.kr>

 

강구일  ki3279@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