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잎을 가지런하게 모아서 묶은 총각김치

“총각김치는 있는데 처녀김치는 왜 없나요?”

농담 삼아 이런 질문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실제로 처녀김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많다. 우리나라에 처녀김치는 없다.

총각무는 알타리무, 알무라고도 하는데 총각무가 표준어이다. 총각김치는 총각무의 무청을 잘라내지 않고 그대로 담그는 게 일반적이다. 특징은 끝이 일반 무와 달리 뭉툭한 총각무를 담글 때 마지막에 여러 무잎을 가지런하게 모아서 동여맨다. 이 모양이 옛날 총각들의 머리모양과 흡사하다. 옛날에는 상투를 틀기 전 아이들의 머리를 뿔 모양으로 동여맸다. 이것이 총각(總角)이다. 그래서 이 머리를 한 남자들을 총각이라 불렀다. 총각들의 머리 모양을 한 김치라고 해서 총각김치라 불렀다.

▲ 배추김치

▲ 총각무(알타리무)

또 미역을 한줌 크기만큼 나누어 끝을 잡아맨 미역을 꼭지미역, 또는 총각미역이라 한다. 이 역시 끝을 잡아맨 모습이 총각머리와 비슷한데서 유래한 것임을 알 수 있다.

한편으로는 무의 모양이 보통 무와는 달리 남성의 생식기와 비슷하다고 해서 아낙네들이 이를 총각무라고 했다는 설도 있다. 우리 선조들의 해학성이 엿보이는 대목이기도 하다. 전자와 후자 가운데 어느 것이 더 유력한 설이라고 하기 어렵다. 어쨌든 이 두 가지 설이 뒤엉켜 총각김치가 우리 식탁에 굳건히 자리하고 있다.

▲ 끝을 잡아맨 총각미역(꼭지미역)

우리의 김장문화가 지난 12월 5일 ‘김장, 한국에서의 김치 만들기와 나누기’란 이름으로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수백년동안 이어져 내려온 겨울에 먹을 각종 김치를 담그는 김장과 김장을 하기 위한 공동체의 역할 및 나눔의 문화가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은 셈이다.

우리의 김치는 주 재료에 따라 배추김치, 무김치, 나박김치, 갓김치, 미나리김치, 보쌈김치, 동치미, 백김치, 열무김치, 부추김치 등 종류가 수십 종에 이른다. 이밖에도 개성이 강조되는 시대에 걸맞게 다양한 재료를 이용한 퓨전 김치들이 선보이고 있다. 그런데도 처녀김치는 없다. ‘처녀김치’라는 이름에 걸맞게 맛과 품격은 물론 상징성을 겸비한 새로운 김치가 등장해 각광을 받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강구일(대전문화타임즈 편집위원)

※대전일보와 중도일보에서 기자 생활을 한 필자는 사학과 출신답게 우리 지역의 지명을 비롯한 뿌리찾기에 관심이 많다. 앞서 대전문화타임즈 편집위원으로 <대전 지명 이야기>를 통해 우리 지역의 지명에 대해 역사적 흔적을 찾아 발로 뛰며 지명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선보였다.

기사출처<대전문화타임즈  www.dm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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