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연광고<출처 : 대전일보>

“요새 폐암과 담배의 기사가 신문에 너무 자주 나오지 않나?” “그래, 그걸 읽으면 소름이 끼쳐.” “그래서 큰맘 먹고 그걸 끊기로 했네.” “용하다. 담배를 끊다니!” “아니 신문 말이야.”

담배의 중독성이 얼마나 심한 지 단적으로 말해주는 우스갯 대화다. 이런 애연가들이 설 자리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지난해 12월8일 시행된 국민건강진흥법에 따라 지난 6월말까지는 계도기간이었고, 지금은 연면적 150㎡이상의 일반․휴게음식점, 찻집, 호프집 등에서 흡연이 금지되고 위반하면 과태료가 부과된다. 내년에는 100㎡ 이상, 2015년부터 모든 업소에 적용된다고 하니 흡연가들의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다.

게다가 식당․술집 금연구역 지정 후 실내공기의 질이 40% 이상 개선됐다는 연구결과도 속속 나오는 것을 보면 이들의 목소리는 더욱 작아질 수밖에 없다.

화제를 조금 돌려보자. 배우 겸 연출가인 박광정, 탤런트 이미경, 설명이 필요 없는 코미디언 이주일. DJ계 거성 이종환, 연예계의 큰 별 여운계 씨 등…, 이쯤 오면 금방 짐작이 갈 것이다. 고인을 언급해 죄송스럽지만, 폐암으로 유명을 달리한 연예인들이다. 대부분 각자의 분야에서 박사급으로 인정받았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 아까운 재능과 함께 일찍 떠났다. 공통점은 평소에 담배를 즐겼다는 것이다.

흡연의 폐해에 대해서는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다. 담배에는 4,000여 가지의 독성 화학물질이 들어 있으며, 그 중 43가지는 발암물질로 알려져 있다. 전 세계에서 6.5초마다 한 명이 담배 때문에 목숨을 잃는다고 한다.

흡연자가 폐암에 걸릴 확률은 비흡연자의 20배나 된다. 후두암은 10배, 구강암은 4배, 식도암은 3배다. 남성 흡연자는 13.2년, 여성 흡연자는 14.5년 정도 수명이 단축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그렇다. 나도 한 때는 그랬다. ‘마음 편하게 실컷 피우고 남들보다 10년 일찍 죽자’는 ‘극 애연주의자’였다. 반 갑이 채 남지 않은 홀쭉한 담뱃갑을 보면 왠지 불안해서 그 추운 한 겨울 새벽에 편의점으로 담배를 사러가곤 했다. 전날 숙취로 머리가 빙빙 돌고 구토가 나오는데도 기를 쓰고 담배를 물었으니 ‘나의 25년 담배사랑’은 참으로 지극 정성이었다.

그런 내가 담배를 끊은 것은 제4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둔 2005년 9월쯤. 어느 인터넷신문 기자로 일하고 있었는데 지방선거에 출마를 하고 싶던 터였다. 그런데 당시 형편은 도와줄 사람도, 비빌 정당도, 돈도 없었다. 가진 것이라고는 ‘몸뚱어리’뿐이었다.

공공장소에서의 눈치흡연도
곤혹스러운 일이지만,
‘담뱃값 인상’ 들먹일 때마다
마음 졸여야하는 신세가 구차스럽지 않은가

그래서 스스로 다짐했다. ‘내가 그토록 좋아하는 담배를 끊을 정도의 의지력이 있다면 출마를 하고, 그럴 자신 없으면 포기하리라고.’

그런데 스스로도 놀랐다. 한 지역보건소 금연클리닉의 도움을 받기는 했지만 기적같이 평생 단 한 번의 시도로 금연에 성공했다. 그 때 알았다. 니코틴 중독보다 더 지독한 게 정치중독이라는 것을. 다짐대로 다음해 선거에 출마해 낙선했지만 당선보다 더 값진 것을 얻었다. 금연으로 인한 건강이다. 단지 선거비용으로 지출한 돈을 생각하면 비싸게 금연한 게 흠(?)이라면 흠이다. 내가 절대 담배를 다시 피울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인터넷 자료에 따르면 한국 바둑역사 상 가장 위대한 기사로 꼽히는 조훈현 기사도 한 때는 KT＆G 사보에 실릴 정도로 지독한 골초였다고 한다. 또 대학 1학년 때부터 2006년까지 하루 8갑을 피웠다는 이외수 소설가는 ‘헤비 체인스모커’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런데 지금은 둘 다 금연했다고 한다.

애연가들이여! 계사년 남은 한 달 실컷 피우고 갑오년 새해부터는 담배를 끊자. 공공장소에서의 눈치흡연도 곤혹스러운 일이지만, ‘담뱃값 인상’ 들먹일 때마다 마음 졸여야하는 신세가 구차스럽지 않은가.

달리 답이 없다. 금연만이 길이다.

정하길(본 클럽 사무총장 / 전 중도일보 기자)
 

정하길  mog@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