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저녁, 응접실의 전화벨이 울렸다. 살고 있는 아파트단지 같은 동 같은 라인 10층에 살고 이 아무개 사장의 부인이 걸어 온 것. 통화를 한 마리아(아내)는 우리는 아직 김장을 하지 않았으나 매년 김장을 해주는 형제들이 올해도 해준다고 하니 걱정하지 마시라고 몇 번씩 고맙다는 인사를 되풀이 했다.

그 부인과는 살고 있는 아파트로 이사해 와서 같은 동에 함께 살면서부터 다른 이웃과는 남다른 이웃의 정을 나누며 오늘에 이르고 있다. 남다른 정을 나누게 된 데는 큰 수술을 한 마리아가 병고를 치르는 모습을 지켜본 부인이 따뜻한 마음의 손길을 펴오게 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이사해 오던 해부터 부인은 김장을 하면서 손수 김장을 하지 못하는 우리 집 김장까지 해 주기 시작한 것이다.

이사해 오던 해부터 우리 집 김장까지 해 주기 시작

그로부터 부인은 봄이 오면 농촌에서 농사지어 기른 채소로 새 봄맛을 담은 봄김치를 담아오기도 하고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한 여름이면 열무김치와 시원한 냉콩국수를 수시로 만들어와 더위를 잊게도 해주었다. 농사지은 무공해농산물이라며 오이와 참외, 풋고추 등을 따오기도 하고 옥수수를 쪄오는가 하면 몸에 좋다며 집에서 심어 딴 호박으로 쑨 죽이라며 호박죽을 가져와 계절 맛 시골 농촌 맛에 이웃 맛을 즐기게도 해주었다.

한여름 삼복더위가 기승을 부릴 때면 토종닭백숙에 찹쌀 닭죽, 녹두죽을 써와 더위를 이겨내 건강하길 빌어주기도 했다. 사골을 곤 곰국을 가져오는가 하면 손수 산에서 주어 집에서 만든 도토리묵을 해오기도 하며 추석을 앞두면 송편과 가을 아욱국을 끓여 오며 김장철이면 수육을 푸짐하게 삶아 보쌈거리와 싱싱한 굴 겉절이를 만들어오기도 하며 ‘드시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알려 달라’며 해다 주겠다고 약속한 것은 또 얼마나 많은지.... 뿐인가? 설이면 떡국에 떡국 떡과 가래떡은 물론...

전화를 주던 날도 그 부인은 농사지은 배추와 무로 그 날 손수 담았다는 김치 한통과 푸짐하게 썬 수육 큰 한 접시와 싱싱한 생굴 무침 한 접시에 절인 배추 속 한 접시를 손수 아파트로 가져왔다. 마침 집에 들렀던 바오로(지인)와 아주머니가 가져온 생각하지도 않은 김장 끝 푸짐한 먹을거리로 저녁을 함께 하며 이웃 정을 나눴다. 바오로는 얼마 전에도 집에 들렀다가 이웃 아주머니의 따뜻한 정을 만난 기억이 새로운지 ‘저는 참 발이 긴 모양’이라며 제식복을 은근히 자랑하여 모두 맞장구를 쳐주기도 했다.

이웃 정이 아직도 살아있음을 느껴

생각하지도 않은 저녁을 맛나게 하고 나서 오늘 저녁 정말 맛있게 했다는 전화를 받은 부인은 언젠가 내외와 함께 찾았던 간월도에 다시 한 번 가서 산지에서 굴 한번 먹고 오자면서 담아놓은 동치미는 익는 대로 곧 가져다주겠다고 또 하나의 약속까지 했다. 우리도 가끔은 작은 정이라도 담아 보내 나누며 고마운 뜻을 전하기도 한다.

박천규(본 클럽 고문 / 전 대전MBC 상무)

박천규  mog@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