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교토에 있는 이총(강구일, 1995년 촬영)

아이들이 위험한 일을 하거나 해서는 안되는 일을 하면 어른들은 여러 가지 말로 경고를 한다. ‘때찌’, ‘맴매’, ‘에비’ 등. ‘때찌’나 ‘맴매’는 ‘때린다’, ‘혼낸다’는 의미이고, ‘에비’는 ‘무서운 것’이라는 뜻이다.

이 가운데 ‘에비’는 진짜로 무섭고 치욕스런 역사에서 비롯된 말이다. 조선시대 임진왜란 당시에 왜군은 전공을 보고하기 위해 귀나 코를 베어 소금에 절여서 일본으로 가져갔다. 군인이 아닌 살아있는 백성들의 귀나 코도 수도 없이 베어갔다. 코는 하나가 1명, 귀는 두 개에 1명으로 인정했다 한다. 한 기록에는 임진왜란 당시 12만 6천여 명의 귀나 코를 베어 갔다고 한다. 특히 이순신 장군과 전라도 의병들에게 혼쭐이 난 왜군들은 전라도 지역에서 더욱 많은 백성들의 귀와 코를 베어갔다.

이렇게 무자비하게 베어 간 귀와 코는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아들인 히데요리의 명에 의해 일본 쿄토에 한꺼번에 묻혔다. 이 무덤을 코를 넣고 만든 무덤이라 하여 비총(鼻塚)이라고 하다가 지금은 이총(耳塚)이라 부른다. 또한 오카마현 비젠시에는 2만여 명의 코를 묻은 것으로 알려진 천인비총을 만들었다.

당시 일본인들의 잔인성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역사 유적이다. 천인비총의 흙은 지난 1990년대 초 박삼중 스님의 노력으로 한국으로 돌아왔다.

임진왜란 당시 왜놈들을 ‘귀와 코를 자르는 야만인’이라는 뜻에서 ‘이비야(耳鼻爺)’라고 불렀다고 한다. ‘이비야’는 당시 어린애들은 물론 어른들에게도 공포의 대상이었다. 이 이비야가 변해서 ‘에비’가 됐다. 그래서 ‘에비’, ‘에비가 온다’는 말은 오늘날까지 ‘무서운 것’의 대명사로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눈 감으면 코 베어 간다’는 속담도 옛날 수많은 전쟁 당시 코를 베어가는 전례에서 비롯된 말이다.

한편 처용설화에서 나온 ‘처용애비’에서 유래됐다는 설도 있다. 이 설화를 극화한 처용무에서 나오는 처용탈은 역신을 물리칠 만큼 무섭다. 그래서 처용애비의 애비가 무서운 것의 상징이 됐다고 유추한다.

일본은 교토의 이총을 아직까지도 그들의 문화유산으로 받들어 모시고 있다. 또한 해방 이후 70년이 다 되가는 지금도 과거의 역사를 반성하지 않고 있다. 그동안 독도문제를 비롯 역사 교과서 왜곡, 위안부 문제, 신사참배 등으로 한일간의 갈등을 고조시켜왔다.

최근에는 징용자 배상 판결에 반발하는 등 도를 넘어서고 있다. 특히 경제대국이 된 오늘날 군사대국으로 발돋움하려 하고 있는 실정이다. 역사를 돌이켜볼 때 일본의 군사력이 강해지면 피해를 당한 것은 가장 가까이 위치한 우리나라였다. 과거에 대한 반성 없이 군사 대국화에 혈안이 돼있는 일본을 보면서 ‘에비온다’는 말이 새삼스럽게 가슴에 와 닿는다.

강구일(대전문화타임즈 편집위원) 

※대전일보와 중도일보에서 기자 생활을 한 필자는 사학과 출신답게 우리 지역의 지명을 비롯한 뿌리찾기에 관심이 많다. 앞서 대전문화타임즈 편집위원으로 <대전 지명 이야기>를 통해 우리 지역의 지명에 대해 역사적 흔적을 찾아 발로 뛰며 지명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선보였다.

[기사출처 : 대전문화타임즈(http://www.dm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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