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맷돌(좌)

▲ 맷돌(우)

문제 : 왼쪽 사진이 오른쪽 사진과 다른 점은 무엇일까?

“뭐야? 수능시험도 아니고 우리말 얘기하다가 갑자기 문제가 나오고, 어처구니가 없네.” 이런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도 있을 것 같다. 위 사진들은 손잡이가 있는 맷돌과 없는 맷돌이다. 이 맷돌의 손잡이가 바로 어처구니이다. 따라서 “정답은 어처구니가 없다” 이다.

맷돌은 콩, 쌀, 조, 도토리 등을 가는 데 쓰는 도구이다. 다듬은 돌 2개를 포개놓고, 가운데 뚫린 구멍에다 곡식을 넣고 맷돌을 돌리면 두 개의 돌 사이로 갈린 곡식이 나온다. 오늘날 사용하는 믹서와 같은 기능을 가졌다.

맷돌을 돌리기 위해서는 반드시 손잡이가 필요하다. 어처구니가 없으면 맷돌을 돌릴 수 없다. 어처구니는 보통 소나무 등의 나무를 ‘ㄴ’자 모양으로 만들어 미리 파놓은 돌 틈에 끼워서 사용한다. 이 때 헝겊 등으로 감싸서 잘 빠지지 않게 하는데 자주 사용하다 보면 잘 빠진다. 사용한 후 보관을 제대로 하지 않아 손잡이를 잃어버리는 일이 종종 있다.

상상을 해보자. 두부를 만들기 위해 다 준비를 해 놓았다. 불린 콩을 맷돌 구멍에 넣고 돌리려는데 손잡이가 없다. 손잡이를 찾을 수 없고, 새로 만들기도 쉽지 않다. 그렇다고 맷돌을 통째로 돌릴 수는 없지 않은가? 당황할 수밖에 없다. 손잡이 즉, 어처구니가 없는 이런 상황을 어처구니없다고 하는 것이다.

▲ 경회루 잡상

어처구니에 없다가 붙으면 ‘일이 너무 뜻밖이어서 기가 막히다’라는 전혀 다른 뜻으로 바뀌게 된다. 또한 궁궐이나 궁궐 관련 대형건축물의 추녀마루에 악귀를 막으려고 조성해 놓은 ‘잡상(雜像)’을 어처구니라고도 했다. 잡상이 빠졌을 경우 ‘어처구니없다’라고 한데서 유래됐다는 설도 있다.

사전에는 어처구니를 ‘생각 밖으로 엄청나게 큰 사람이나 물건’, 또는 ‘어이’라고 나와 있다. ‘어처구니

▲ 신원사 중악단 잡상

없다’의 준말이 ‘어이없다’이다.

최근 정치권에서는 검찰총장 혼외자식 문제, 그에 따른 인사와 NLL포기 논란 등을 놓고 극심한 정쟁을 벌였다. 또 국가기관 대선개입 의혹, 전교조 등의 노조 문제 등 정치적 쟁점에 소모적인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민생을 위한 정치를 하겠다고 외쳐대던 정당들의 민생을 등한시하는 이런 모습을 보는 국민들은 어처구니가 없을 뿐이다.

※대전일보와 중도일보에서 기자 생활을 한 필자는 사학과 출신답게 우리 지역의 지명을 비롯한 뿌리찾기에 관심이 많다. 앞서 대전문화타임즈 편집위원으로 <대전 지명 이야기>를 통해 우리 지역의 지명에 대해 역사적 흔적을 찾아 발로 뛰며 지명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선보였다.

[기사출처 : 대전문화타임즈(http://www.dmtimes.co.kr)]




 

강구일  ki3279@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