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신의 질병은 아픔으로 자각(自覺)한다. 그러나 정신의 질병은 자각되지 않는다. 스스로 취했음을 인정하는 주정뱅이가 없듯, 자신이 미쳤음을 알고 있는 정신병자도 없다. 그래서 광기는 이름만으로도 비극이다. 지성, 감성, 이성 등 육체 속에 잠재돼있는 여러 가지 본성들이 서로가 자기기능만 내세우고 조정, 화합을 거부할 때 광기는 발동한다.

요즘 우리 정치 꼴이 그렇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해 북방한계선(NLL)포기발언으로 시작된 여야당 정쟁이 국정원, 검찰, 군부대까지 확산돼 그야말로 이전투구다. 나라 일을 점검하고 보완책을 세워야할 국정감사 취지도 뒷전으로 밀렸다. 민심일각에서는 “내란음모죄로 구속된 이석기사건 초점 흐리기 흉계가 아니냐.”는 여론까지 나돈다. 요즘 들어 더욱 강화된 북한의 도발위협도 같은 맥락의 광기다.

종교지도자들까지도 함께 미쳐 ‘말 춤’을

지난 18대 대선 때 7명의 후보 중 4명이 좌파였다. 이 나라 정치가 광기에 휘둘리고 있음을 증거 한 역사다. 또 뼈 속까지 빨간 좌파정당과 연합해서 주사파 대표들을 국회단상까지 끌어올린 제1야당의 광기도 보았다. 물론 기존정치 풍토가 미쳤기에 기회를 포착한 친북정치인들의 발작이다. 게다가 사회적 광기를 바로세우는 데 앞장서야 할 일부 권력집단이나 지식집단, 종교지도자들까지도 함께 미쳐 ‘말 춤’을 추어댔다.

몇 사람들의 정치적 광기 때문에 우롱당한 민생의 피해는 산술적으로 계산이 어렵다. ‘군중심리’를 충동질해서 사회혼란을 선동한 무리들의 광기는 선량한 민주국민들의 정기(正氣)마저 혼돈케 했다. 대한민국의 국력이 광기로 병들기를 고대하는 음흉한 무리들은 뒷전에서 코웃음을 치고 있다. 인도주의 운운하며 퍼다 준 햇볕정책이 부메랑 되어 돌아올 북한의 전쟁도발위협을 우리는 심각하게 깨달아야 한다.

손톱 밑에 가시 드는 것만 생각하는 어처구니없는 정치행태

광기로 전이된 정치인들의 행태는 모두 비슷하다. 선거 때만 되면 민주, 평화, 정의, 행복, 사랑, 자비 등 온갖 수사(修辭)를 동원한다. 또 친애하는, 존경하는, 사랑하는, 따위의 너스레도 빼놓지 않는다. 양심, 능력 등 없는 것도 없고, 못할 일도 없으니 표만 찍어달라고 소리쳤던 그들이다. 그러나 그들의 실체는 권력에 중독된 허상뿐이었다. 장밋빛 말 작란으로 표심이나 우려먹고 나자빠지는 정쟁의 주동자들이 대부분이었다.

정치풍토에 광기가 전이 된지는 이미 오래 됐지만, 현직 국회의원이 국가전복내란음모나 하고, 제1야당이 국가특수 업무기관인 국정원 해체나 떠들고 있는 게 오늘의 정치현실이고 보면, 연일 외쳐대는 북한의 호전적 광기는, 어쩌면 우리 정치가 자초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염통 속에 고름 드는 것은 깨닫지 못한 채, 손톱 밑에 가시 드는 것만 생각하는 어처구니없는 정치행태가 아닐 수 없다.

우리는 이미 36년간 일제의 식민지역사도 체험했고, 6.25남침으로 동족상잔의 참혹했던 전쟁역사도 체험했다. 돌아보면 모두가 광기로 자초한 부끄러운 역사들이다. 이조말엽 치열한 당쟁이 일제침략을 불러들였고, 해방 후 좌우익으로 갈라선 지도자들의 이념대립이 국토를 남북으로 두 동강냈으며, 결국 적화통치 야욕으로 부풀어 오른 북한 측의 광기가 6.25남침전쟁까지 도발했던 것 아닌가.

행복국가의 기본은 정기

때와 장소 구분 없이 발작하는 광기는 방치하면 무서운 사고를 초래한다. 때문에 다소의 금단현상이 따르더라도 즉시즉시 치유돼야 한다. 특히 반민주적, 반국가적 이념에 오염된 광기치료는 빠를수록 좋다. 단호하고 시급하게 광기가 치료돼야 사회 안정, 민생안정도 가능하다. 청소년들의 교육현장에서 오늘도 공공연히 전파되고 있는 좌경이념교육은 가장 시급하게 치료해야 할 광기 중의 광기다. 오늘의 광기주류들 대부분도 좌파정권 시대에 교육받은 세대들이다. 이명박 정부가 우물쭈물 미뤄놓은 시급한 법치의 과제다.

우리는 폐허 속에서도 세계적 경제선진국 반열에 오를 만큼 성장시켜놓은 국민심성도 있다. 공정한 법치기강만 바로 선다면 정기회복은 시간문제다. 체제를 부정하는 껍질이 본질이 될 수는 없다. 공정한 법치기강을 세워 반국가, 반국민적 이념에 오염된 광기부터 과감하게 고쳐야 한다. 법원, 검찰, 국정원 등 특수집단 속에 잠복해 나라의 정체성을 배반하는 불순한 권력자들의 광기부터 발본색원해야 한다. 불신과 갈등으로 냉소가 흐르는 사회적 부표에 이제는 확실하게 전환점을 찍어야 한다.

류인석(본 클럽 회원 / 전 경향신문중부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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