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역 표의 등가성이 심각히 훼손

최근 정치권을 중심으로 ‘대전지역 국회의원 선거구 증설’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새누리당 대전시당 이장우 위원장이 “‘내년 지방선거에 나설 대전시장 및 구청장, 대전시의원 후보들에게 선거구 증설에 적극 나서겠다’는 확약서를 받겠다”며 촉발된 증설 주장에 대해 민주당대전시당도 환영의 뜻을 나타내면서 초당적인 지역 최대이슈로 떠올랐다.

이어 대전시장 출마를 공식 선언한 새누리당 소속 이재선 전 국회보건복지위원장은 이미 대전시민 서명운동에 들어갔고, 새누리당 대전시당은 추진특별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여기에 지역 언론이 한목소리를 내며 연일 대서특필함으로써 범시민적 공감대가 형성됐고, 이장우 위원장이 적극 나서서 새누리당의 당대표 및 사무총장 등 당지도부에 선거구 증설의 당위성이 전달되기도 했다.

그렇다면 왜 대전지역 국회의원 선거구 증설이 되어야하는가? 길게 설명할 것 업이 표의 등가성에서 찾으면 쉽게 이해된다.

대전과 광주 국비 지원액 4년간 1조6600억 차이나

2013년 8월 기준으로 대전인구는 153만여명이며 광주는 147만여명인데 대전의 국회의원은 6명, 광주는 8명으로 2명이나 적다. 또 울산은 116만명으로 대전보다 37만여명이 적은데도 6명으로 대전과 같다. 표의 등가성이 심각히 훼손되어 있는 것이다.

▲ 대전광역시 서구 갈마 1동과 2동(빨간선 내). 갈마동의 대부분은 계룡로(노란색 도로) 왼쪽에 위치해있다.

시세가 비슷한 대전과 광주의 국비지원 비교를 해보면 왜 국회의원 2석이 절실한지를 절감할 수 있다. 최근 4년간 두 시도의 국비지원액(본 예산 기준)을 보면 대전은 9,728억(2010년)→10,303억(2011년)→10,798억(2012년)→12,285억(2013년)이다.

이에 반해 광주는 13,041억→14,399억→15,330억→16,969억으로 매년 4천억원 이상 광주가 더 많은 국비를 따내고 있는 것이다. 위 계산으로만 보면 국회의원 임기 4년동안 광주가 1조 6,625억원을 대전보다 더 가져간 것이다. 대전의 5개구청 1년 예산 1조원을 훌쩍 넘는 엄청난 액수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대전지역 국회의원 선거구가 증설되어야할 당위성에는 이견이 별로 없어 보인다. 문제는 증설 방법이다. 그것도 2개는 늘려야 한다. 어떻게….

하나는 선거구 분구의 직접적인 기준인 인구의 자연증가분에 의한 증설이다. 최우선 대상이 유성구다.

유성구의 인구자연증가만 믿어서는 안돼

유성구 주민등록인구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1년 8월 31일 현재 28만 9,647명이었던 유성구 인구는 1년 뒤인 지난해 8월 31일 30만 2,509명으로 1만 2,862명 늘었고, 올 8월 31일 현재는 31만 2,381명으로 1년 새 9,872명이 증가했다. 지난 19대 총선 선거구 획정의 인구 상한선 31만 406명을 이미 넘어선 것이다. 20대 총선이 3년 정도 남았으니 매년 1만명 정도 늘어나는 추세를 감안하면 선거구 분구요건은 충분히 갖춘 셈이다.

▲ 대전광역시 용문동(빨간선 내). 용문동은 계룡로(노란색 도로)를 기준으로 좌우 반반씩 나뉘어져 있다.

문제는 자연인구 증가 요건을 갖추었다고 해서 자동적으로 선거구를 분구해주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해 19대총선에서 선거구획정위원회는 ‘천안을 선거구 인구가 상한선을 넘어 분구대상’이라고 제안을 했었다. 그럼에도 당시 실제 권한을 가진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국회정개특위를 통해 공직선거법을 개정, 천안을에 속한 일부 동을 떼어 천안갑으로 붙이는 만행(?)을 저지르면서까지 증설을 무산시켰었다.

유성구의 분구 요건이 충족됐다고 해서 그저 앉아서 기다릴 수 없는 이유다. 대전시민이 정치권을 중심으로 똘똘 뭉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또 하나의 선거구는 어떻게 증설시킬 수 있을까? 위에서 언급한 국회정개특위의 천안사례를 역이용하면 생각보다 쉬워질 수도 있다. 그것은 서구을 선거구에 속한 갈마 1동과 2동, 용문동을 서구갑으로 붙이자는 것이다.

현재 서구 갑․을은 대전의 중심도로인 계룡로를 기준으로 나뉘어져 있다. 대전역에서 유성방향 기준으로 볼 때 지도상으로 왼쪽이 서갑, 오른쪽이 서을이다.

서구갑․을 선거구 합리적인 조정을

그런데 이상하게도 갈마 1동과 2동은 대부분이 왼쪽, 즉 서갑에 위치해 있음에도 서을에 속한다. 애초 분구 당시 어떤 배경으로 그렇게 되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적어도 지금 환경으로 볼 땐 불합리하다. 이 두 동을 합리적으로 서갑으로 붙이자는 것이다.

또한 용문동은 계룡로를 기준으로 지도상으로는 좌우로 반반씩 걸쳐있다. 따라서 현재 서을 선거구인 용문동을 서갑으로 붙인다고 해서 억지스러워 보이지는 않는다. 아니 오히려 주거지는 서갑 쪽에 더 많이 치중되어 있다.

이들 3개동을 서갑으로 떼어주면 인구분포가 어떻게 될까? 동 홈페이지에 나온 인구수를 보면 용문동 16,376명, 갈마1동 24,574명, 2동 28,229명으로 총 69,179명이다. 2013년 6월 기준 서구갑 인구가 242,972명이니까 이를 합치면 312,106명으로 선거구분구 상한선(31만 406명)을 넘는다. 여기에 앞으로 도안신도시 지역의 인구가 늘어나면 서구갑 역시 제20대 총선에서 분구의 대상이 되리라고 본다.

이런 이유로 갈마1동, 2동, 용문동을 서갑으로 보내는 방법을 찾아보기를 제안해본다. 주민들로서는 국회의원 선거구만 바뀔뿐이지 서구에서 서구로 행정구역이 변하는 것도 아니다. 그러니 큰 불편이나 이해관계의 상충은 별로 없을 듯하다.

행정적인 절차도 복잡해보이지 않는다. 천안의 사례에서 보았듯 국회정개특위는 회의 몇 번열어 손쉽게 이쪽 선거구의 동을 떼어서 저쪽 선거구에 붙이지 않았는가.

정하길 (본 클럽 사무총장 / 전 중도일보 기자)

정하길  mvpid@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