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선거구 증설 문제가 이슈다. 수면으로 떠오르다 가라앉다를 반복한 사안이다. 그래서 앞으로 잘 될진 정확히 알 수 없다. 지역 커뮤니티 단위에서 결말을 지을 사안이 아니어서 갈 길이 멀다. 선거구 획정은 정수가 묶여 있다. 인구 상한선을 넘어서도 타 시·도 지분을 줄여야 그만큼의 몫을 얻을 수 있다. 기준 인구 상한선이 깨져도 특정 선거구를 반으로 가르는 작업이 말처럼 쉽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만약 대전 지역 선거구 증설이 성사되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이다. 가령 선거구 한 곳이 늘어난다고 가정할 때 유·무형의 이익이 따라온다. 첫째, 양질의 일자리 하나가 만들어진다. 국회의원직이 어떤 자리인지 현직 의원이나 전직 의원은 잘 알 것이다. 세세하게 적시할 필요 없이 다 아는 내용이다. 둘째 국회의원에겐 보좌진 및 비서 인력이 지원된다. 줄 잘 서면 의원회관으로 출근하는 기회를 얻게 된다. 국회의원 한명은 이렇게 의원 자신은 물론이고 가외 일자리를 창출한다. 그것도 말단 공무원 생활로는 도달하기 쉽지 않은 4급, 5급 자리로 직행하는 길을 열어준다.
유무형의 이익 걸려 있지만
일자리는 노동의 기회가 주어진다는 말과 동의어다. 노동은 다시 임금으로 치환된다. 소득이 발생하는 것이다. 단순하계 계산하면 국회의원 선거구 한 곳 증설은 이런 잉여의 이익을 보장한다. 다음 총선 때부터 대전권 선거구가 늘면 혜택은 고스란히 지역에 떨어지게 된다. 선거구 증설은 그러므로 가시적인 지역 이익과 연동된다. 이슈 제기를 하는 순간, 여론의 확장성이 뛰어나고 정치적 마케팅 소재로도 매력을 띠는 이유다.
특히 국회의원 한 명은 단지 일자리 획득에 그치지 않는다. 눈에 잘 안보이는 무형의 지역이익을 견인하는 건 누가 뭐라 해도 정치인이다. 국책사업을 끌어오려면 정치인들 힘이 필요하고, 중앙정부의 예산 배정 몫을 키우려해도 정치인 역량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어림없는 일이다. 국회 본예산은 물론, 추경 심사 때 예결위원들은 피 튀기는 싸움을 한다. 따온 예산 리스트가 화려할수록 지역구에 내려와 어깨에 힘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법에 정원 묶여있어 걸림돌
선거구 증설 문제는 충청권을 하나의 정치블록으로 간주할 때 지역의 정치적 위상·크기와 조응된다. 한국 정치지형에도 변화를 가져 올 수 있다. 이 대목이야말로 지역의 핵심이익과 결부된다. 지역의 핵심이익은 굵직한 국책사업들, 가령 세종시 건설, 과학벨트 조성 등으로 이해하면 편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정책을 기획하고 집행하는 힘은 어디서 나오는가. 당연히 정치권력이고 그 정치권력을 낳은 지역연고성과 강하게 결합돼 있음을 부정하기 어렵다. 어떤 종류의 국가 단위 정책이 지역에 귀결됐다는 건 역외 정치세력의 충청권 가치에 대한 전략적 판단이 녹아있다고 봐야 한다. 큰 선거에서의 여론지지와 치환되는 구조의 산물일 것이다.
요약하자면, 선거구를 증설시키면 지역출신 국회의원 수가 증원된다. 그 국회의원 한 명은 새로운 일자리를 갖게 되고 그의 의정활동 역량에 따라 중앙정부 예산을 많이 따올 수 있다. 또 잘하면 외지 소재 기업들을 지역에 유치하는 전위대로도 활약할 수 있다. 혼자서 북치고 장구치고 하진 못한다. 하지만 국회의원 한명의 정치역량이 시발점이 돼 주변에서 거들면 지역에 떨어지는 이익의 총합과 퀄리티가 확연히 달라질 수 있다. 정치인 누군가의 역할이 주효해 국내 굴지의 재벌기업이 지역에 생산설비를 증설하거나 신수종 사업의 거점으로 삼는다고 가정할 경우 거기에서 파생되는 유발효과, 낙수효과, 분수효과가 부채살처럼 퍼져나갈 것이다.
집요하게 이슈 파이팅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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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병배 (대전일보주필 / 출처 : 대전일보)
라병배 mo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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