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통치와 지방자치는 구분돼야

지방자치는 중앙통치 구조를 벗어날 수 없는 허울 좋은 이름뿐인가. 머지않아 또다시 지방선거가 다가오면서 중앙통치와 지방자치 의미를 또 한 번 되새기게 한다. 1991년 지방자치가제가 부활된 이후 1999년 ‘중앙행정권한의 지방이양촉진 등에 관한 법률’, 2003년 ‘지방분권 특별법’, 2008년 ‘지방분권 촉진에 관한 특별법’ 등 여론이 비등할 때마다 비슷한 법 규정은 거듭 만들어 졌지만, 정작 오늘의 지방자치현실은 별로 진전이 없다.

허상의 깃발만 펄럭일 뿐, 깃발아래 모인 사람들의 자치기능이 제 구실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이유는 뻔하다. 기득권자인 중앙정부 각 부처마다 기존의 통치권한을 지방정부로 완전하게 이양해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지방자치 행위의 법률적인 최종 행정권한 대부분은 아직도 중앙정부가 관장하고 있다. 명분만 내걸었을 뿐 실제로 행정수요자인 지방자치단체는 지역 민원마저도 처리결정권 없이 경유처리 기능에서 주춤대고 있다.

지역 민원마저도 처리결정권 없어

물론 자치단체로 이양치 못할 행정권한도 상당부분 있다. 전체균형을 유지해야 할 국토개발계획이나, 국방, 외교, 또 일부 세제문제 등은 중앙정부 통제가 더욱 엄격해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일반 행정권한은 자치단체로 이양해줘야 한다. 자치단체별 특색에 맞는 행정권을 조성해주는 게 자치제를 시행한 풀뿌리 민주주의 근본취지다. 그러나 법률, 부령, 예규, 지침, 규정 등의 다양한 하위법령으로 많은 중앙통치권한이 아직까지도 지자체에 이양되지 않고 있다.

중앙통치권한 지방이양이 지연되는 이유도 물론 이해는 간다. 일정기간, 일정지역, 일정규모별로 예비시행을 통한 장단점 보완과정 없이 전국 동시에 시행된 자치제 부작용이 지금도 곳곳에서 들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기초단체는 아직까지도 내부질서가 정착되지 못해 중앙정부가 행정권한을 한꺼번에 풀어주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선거 직인 자치단체장 대부분이 정치경험은 있을지라도, 지방자치행정경험이 부족하다는 우려도 있다.

그러나 이젠 지방자치가 부활시행 된지 20년 역사가 훨씬 넘었다. 우선 행정실수요자인 풀뿌리 민초들의 의식수준이 엄청나게 뛰어올랐다. 행정권한 이양으로 우려되는 부작용보다는, 행정권한 이양지연으로 발생되는 지방 민초들의 불편이 더 커지고 있다. 특정분야를 제외한 자치행정권한은 이제 지방으로 넘겨야 한다. 권한을 넘겨주면 기존의 중앙통치위상이 상대적으로 줄어든다는 중앙정부의 타산적 욕심은 버려야 한다.

국회의원들마저 이해타산 따라 지방이양 소극적

또 입법적 뒷받침을 해주어야 할 국회의원들마저도 중앙정부부처와 이해타산이 맞물려 행정권한 지방이양에 소극적이다. 중앙정부의 통치 권력이 줄어들면 국회의원들의 위상영역도 함께 줄어들게 된다는 타산작용 때문이다. 현장에서 발생되는 행정행위는 현장에서 접수, 처리하는 최종 결정권한을 자치단체로 이양해줘야 한다. 입법기관인 국회의원들이 해결하고 독려해야 한다.

겉으로는 지방자치 애드벌룬을 띄워놓고, 정작 지방자치단체가 행사해야 할 행정권한은 옛날 중앙통치방식 그대로 시행되고 있다면 지방자치는 구실뿐인 민주주의다. 민원처리기간이 오래 걸리는 이유를 지역민원인들도 이제는 깨닫고 있다. 불합리성을 따지고 지적하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있다.

지방자치는 지역별로 특색에 맞는 행정이어야

지방자치선거가 채 1년도 못 남았다. 삶과 직결되는 자치단체 행정권한 확보문제를 이젠 주종화두로 삼아야 한다. 툭하면 머리에 붉은 띠 두르고 ‘단결투쟁’을 떠드는 좌경단체들은 숱해도 중앙정부에 매달린 자치행정권한 이양을 촉구하는 지방자치발전 촉구단체는 없었다. 자치단체장도, 자치의회의원도 지역 특성에 맞는 자치발전 시책을 자율적으로 기획하고, 결정하고, 또 시행하려는 열성이 부족했던 것도 사실이다.

지방자치제도의 법률적 근거는 지방자치법이다. 그러나 지방자치법 대부분의 조항마다 ‘단서’로 자치행정권한을 제한하고 있다. 중앙통치에서 지방자치로 통치체제가 바뀌었으면 자치행정권한도 완전하게 이양해야 당연하다. 자치단체 살림을 책임지고 있는 자치단체장이나 자치의원들의 지방자치법 연찬이 부족한 것도 문제다.

류인석(본 클럽 회원 / 전 경향신문 중부본부장)

류인석  mog@hanmail.net